퓨즈만이 희망이다 - 디스토피아 시대, 우리에게 던지는 어떤 위로
신영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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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약자이자 소수자입니다.”(296페이지, 질 들뢰즈와 펠릭스 가타리의 말)

삶은 흘러간다. 시간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지고, 태어나고 살고 죽는다. 이 모든 것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다. 정말로 공평하게 주어질까?

<디스토피아 시대, 우리에게 던지는 어떤 위로>, 책의 부제다. 코로나19로 세계가 고통스러운 시간을 겪고 있다. 디스토피아 시대, 우리에게는 어떤 위로가 필요할까? 『퓨즈만이 희망이다』는 시련의 시기에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말한다. 책의 첫 문장은 ‘이 책은 지난 15년간 한국 사회 건강정치학이라는 공간에서 주요 이슈가 되었던 사건들의 기록입니다.’라고 시작한다. ‘건강정치학’이라는 단어는 생소했지만, 보면서 바로 ‘아’하고 이해가 된 단어다. ‘건강’이라는 이슈를 ‘정치’에 이용하는 사람들의 행태를 말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총 8장으로 되어 있고, 여덟 개의 키워드는 ‘1장 성찰: 우리가 놓친 것들’, ‘2장 책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3장 자본 : 공포와 불안을 팔다’, ‘4장 건강: 네가 아프면 나도 아프다’, ‘5장 평화:“평화가 길이다”’, ‘6장 경계: 경계를 넘어’, ‘7장 싸움: 푸른 유리 한 조각’, ‘8장 희망 : 퓨즈만이 희망이다’이다.

 

<1장 성찰:우리가 놓친 것들>은 ‘우월한 생, 건강, 노인, 자살, 사랑, 희망, 나쁜바이러스, 아픔’은 ‘없다’에 대한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뒤집어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1장 마지막 소주제 <‘언던 사이언스’를 넘어서>에서 ‘언던 사이언스-하지 않는 연구’는 연구비가 없고, 불안전하며 일반적으로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고 무시되지만 사회운동이나 시민사회 조직에서는 더 연구될 가치가 있다고 여겨지는 연구 영역을 말한다.(57페이지) ‘하지 않는 연구’중 소수자· 취약계층에 대한 연구는 거의 없고 그로인해 정보가 부족해지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 진행되지 않는 문제점을 이야기하고 있다. 1장을 읽으면서 어떤 개념들에 대해 고정된 편견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고, ‘하지 않는 연구’와 고정된 편견의 문제점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2장 책임 :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정부의 건강정책을 비판한다. 의료의 공공성을 위협하는 것 중 가장 큰 것은 ‘영리추구’를 주장하는 사람들이다. 의료 민영화를 주장하고 의료급여 재정의 부족을 이유로 본인부담금 부과하는 개정안을 만든다. 영리와 재정을 이유로 인권이 존중되지 않는 복지는 누구를 위한 복지인가를 묻는다. “돈이 없어 치료를 못 받아 죽는 국민이 있는 나라는 나라도 아니다”(83페이지)라고 공언했던 대통령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국회의원들도 선거철에 수많은 공약을 내놓고 당선된 후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가난한 이들이 병원을 갈 수 없는 나라는 ‘나라다운’ 나라도 아니라고 말하면서 당선인의 행보를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자 한다. 진주의료원 폐쇄를 이야기할 때 이익을 위해 구명보트의 수를 줄인 선주의 욕심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었던 타이타닉호 사건과 연결해서 이야기 한다. 공공의료를 줄인다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사람들은 국민이다. 국민을 생각하지 않는 정책을 비판한다.

 

<3장 자본:공포와 불안을 판다>는 의료민영화 정책을 비판한다. 의료산업화 정책은 거대 자본과 대형 다국적 민영 보험회사나 금융기관들의 이윤추구에 유리하도록 의료법을 개정하려는 정책이다. 의료정책의 시장화를 거부한 나라로 스웨덴을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다. 영리 병원에는 ‘국민’은 없고 ‘자본’ 만 있고, ‘의료’는 없고 ‘영리’만 있고, ‘대책’은 없고 ‘무모함’만 있다. 영리병원이 만들어지게 되면 국민들의 의료비가 엄청나게 높아질 거라고 한다. 국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의료민영화는 진행 중이다. 돈이 없어 간단한 치과치료를 받지 못했다는 미국인의 관한 뉴스를 보면서 놀랐던 적이 있다. 의료민영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시작한다면 우리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

 

<4장 건강:네가 아프면 나도 아프다>는 19세기 프로이센의 발진티푸스의 원인을 ‘궁핍’과 ‘저발전’ 때문이라고 보고한 병리학 강사 비르효와 질병이 단지 균 뿐만 아니라 영양, 주거상태, 정치사회적 요인들에 의해 결정된다고 주장한 페텐코퍼는 전염병의 원인을 ‘바이러스’에만 국한시키지 않고 정치사회적 요인까지 같이 고려했다. 하지만 지배 세력은 페텐코퍼의 주장보다는 결핵이 ‘결핵균’때문이라 주장한 파스퇴르와 코흐의 주장에 손을 들어준다. 질병의 원인을 정치사회적 문제는 무시한 채 바이러스나 개인의 문제로 돌리게 되면 소득 격차로 인한 건강 불평등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4장에서는 건강불평등 해소를 위한 정책의 필요성을 이야기한다.

 

<5장 평화:“평화가 길이다”>는 남북한 결핵의 실태를 말하면서 대북지원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대북지원(북한 홍수 피해 복구를 위한 지원, 어린이 예방접종 등)은 정치적 상황을 넘어 인도적 차원에서 ‘인도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한다. 통일부 장관에게 필요한 자질로 ‘전쟁을 막고 민족화해의 문을 여는 인도주의자’, ‘전 부처의 전문성 이끌어 낼 수 있는 조직력’,‘국민들의 평화와 통일의 염원을 모아낼 수 있는 지도력’이 필요하다 말한다. 정치적인 이유로 북한 어린이들에 대한 지원을 멈춰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6장 경계: 경계를 넘어>는 경계가 사라진 ‘세계시민’ 또는 ‘코스모폴리턴’의 개념과 사례를 설명한다. ‘민족’과 ‘국가’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은 세계시민국가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1장에서 ‘우월한 생은 없다’에서 말한 것처럼 세계 시민국가는 우월함과 열등함은 없다. 경계가 사라지고 모두가 함께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평등한 사회를 꿈꾼다.

 

<7장 싸움: 푸른 유리 한 조각>은 다시 의료 민영화를 이야기한다. ‘무상의료는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신영전 작가는 “사유화된 의료체계와 의료공급자, 제약산업, 민간보험회사 등의 강력한 이해집단, 국민정서, 의료민영화를 추진하는 정부 등으로 인해 현재까지는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무상의료 선언한 세력의 장기집권, 재정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면 무상의료가 가능하다고 한다. 현실적으로 가능해보이지는 않지만, 희망은 가져보려 한다. 현 시대의 사회적 문제들의 책임은 우리에게 있다. 오늘날의 생태위기에서 넘어야 할 다섯 가지 패러독스로‘지킬박사와 하이드 패러독스’, ‘키케로 패러독스’,‘시간감각 불일치 패러독스’, ‘공범 만들기 패러독스’, ‘증가하는 격차 패러독스’를 말한다. 이 다섯 가지 패러독스와의 싸움이 인류의 마직막 싸움이 될 것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8장 희망: 퓨즈만이 희망이다>는 많은 위기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현대를 살아가면서 ‘위기의 선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라 한다. 위기를 직면하고 선포한 후 위기에 대한 구체적인 전망을 개발하고 제시한 후 희망의 단초를 만들어야 한다. 전망이 암울하더라도 계속해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질문하는 것이 ‘희망의 정치학’이라 말한다. 코로나19로 인해 드러난 각 나라의 의료 실태와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보건복지정책은 전 지구의 인간, 동식물, 생태계 모두의 공생적 온존을 지향하는 정책으로 전환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 보건복지의 이름은 ‘온 보건복지’이다.

 

‘퓨즈’는 전기가 합선되면 제일 먼저 끊어져 전기를 보호하고 화재를 보호하는 장치이다. 전염병이 창궐하면 가장 약한 어린이나 노약자 등 취약계층에 사는 사람들이 먼저 피해를 입는다. 그렇기 때문에 공공의료는 반드시 필요하다. 의료민영화로 인해 의료비가 상승하면 빈곤계층에 사는 사람들은 병에 걸려도 제대로 치료를 받을 수 없다. 전염병이 창궐하게 된다면 이들은 치료도 받지 못하고 죽게 되고, 전염병은 사회 전체로 옮겨간다. 소외된 자들의 고통이 이제는 그들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이다. 공생하기 위해서 우리 모두가 함께 해야 한다. 『퓨즈만이 희망이다』는 ‘아픔의 연대’를 말한다. 아픔을 주는 사람들과 아픔을 못 본 척 외면하는 사람 모두가 가해자라고 말한다. 나와 상관없는 남의 일이라 생각했던 사회의 여러 문제들이 결국에는 모두 연결되어 있고 도미노처럼 하나가 쓰러지면 나머지도 쓰러지는 구조로 되어 있다는 걸 책을 읽으면서 다시 깨달았다.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요즘, ‘아픔의 연대’가 더 많이 필요한 시기이다.

 

■ 발췌글

소설가 밀란 쿤데라의 말처럼 “인간에 대한 억압과 맞서 싸우는 것은 기억과 망각 사이의 싸움”이기 때문입니다. 기록은 기억을 지배합니다. 그렇기에 기록은 약자가 가질 수 있는 마지막 무기지요.(6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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