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쓸모 - 시대를 읽고 기회를 창조하는 32가지 통찰
강은진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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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교 시절 그리스 로마 신화에 매혹되어 그리스로마신화 서적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신, 인물, 사건, 지명 등 뭐가 그리도 많은지 처음에 헷갈렸지만 무작정 읽었다. 계속 읽고 또 읽다 보니 어느 순간 이름과 지명 등을 구분할 수 있는 단계로 넘어갔다. 신화의 재미에 푹 빠져 몰입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서양 미술을 함께 읽게 되었다. 신화 속 인물과 사건을 그린 그림들을 찾아 그림 속 신화를 읽었다. 그 단계를 넘어 서양 미술이 궁금해 생각의 나무에서 출판된 서양 미술사 시리즈 책을 읽었다. 미술을 읽을 때도 신화와 같은 과정을 반복했다. 처음에는 작품과 화가나 조각가 그리고 이들을 후원한 사람들이 뒤죽박죽 섞여 서로를 구분할 수 없었다. 그래도 읽고 또 읽다 보니 지금은 좋아하는 화가와 작품들도 생겼다.

『예술의 쓸모』를 읽으면서 좋아하는 화가나 작품이 나오면 신나서 즐겁게 읽었고, 생소한 화가나 작품은 흥미롭게 읽었다. 신화를 읽고 미술로 넘어가고 거기서 역사와 심리학과 철학까지 흥미를 갖게 됐다. 그로 인해 나의 삶은 더 풍성해지고 소설 작품을 읽을 때 이와 관련된 내용들이 나오면 작가가 무슨 의미로 인용했는지 이해할 수 있어 더 즐겁게 관련 자료를 찾아 읽게 된다. 이 과정을 지나오면서 자연스럽게 미술 전시회를 찾아가게 되고 책으로만 봤던 작품들을 직접 볼 때의 온몸 짜릿한 전율도 경험했다. 경제적인 부분에서는 도움 보다는 마이너스겠지만(책을 사고 전시회를 가고 도록을 사 모으는 데 지출) 내 삶은 더 깊이 있는 충만감으로 가득 차오른다.

 

1부는 예술의 다양한 기능에 대해 말한다. 예술을 감상하면 자연스럽게 심미안이 생긴다. 심미안이 있는 사람은 무의미하다고 지나쳤던 것들에서 가치와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다. 예술을 감상하면서 감정이 정화되고 작품을 감상하면서 위로를 받는다. 미술품을 감상할 때는 처음에는 멀리서 보다 점점 가까이 보면서 작품의 디테일을 자세히 감상한다. 이를 통해 우리의 감각의 지평은 넓어진다. 예술의 역사는 다양한 욕망의 역사를 보여준다. 인간은 자신이 만든 그림, 조각, 신전 등이 더 아름답고 웅장하기를 욕망한다. 완벽한 작품을 향한 예술가의 욕망이 최고의 작품을 탄생시킨다. 예술은 완벽함과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인간의 욕망을 이해하게 해준다. “예술은 표절 아니면 혁명”이라는 고갱의 말처럼 예술 작품은 옛것에 대한 계승과 모방해서 원작과는 다른 독창적인 작품을 만들어낸다. 이를 통해 예술은 창조력과 통찰력을 키워주는 기능을 한다.

 

예술가들은 더 많이 사랑받고 인정받기 위해 어떻게 자기의 스타일을 다듬고 어떤 방향으로 작품을 만들어야 하는가를 계속 고민한다. 대표적인 인물들인 윌리엄 호가스, 자크 루이 다비드, 페테르 루벤스 등을 2부에서 다루고 있다.

윌리엄 호가스는 18세기 런던 사회를 풍자하는 그림을 그려 성공한다. 귀족과 중산층들의 위선적인 모습과 가난과 무지로 비참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화폭에 담는다. 언뜻 막장 드라마를 연상되기도 하지만 그의 작품들은 날카로운 통찰력을 바탕으로 사회를 분석한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그림으로 나타냈기에 호가스의 작품은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자크 루이 다비드는 역사를 주제로 한 미술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화가이다. 로마 시대 호라티우스 삼형제의 출정 전의 맹세를 그린 <호라티우스 형제의 맹세>, 프랑스 혁명의 급진주의 혁명가 장 폴 마라가 살해된 현장을 그린 <마라의 죽음>, 알프스를 넘어 이탈리아로 진군하는 나폴레옹을 그린 <생 베르나르 고개를 넘는 나폴레옹>, 1804년 12월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열린 나폴레옹의 대관식 장면을 그린 <나폴레옹 1세의 대관식>은 자크 루이 다비드의 대표적인 작품들이다. 그는 루이 16세의 지원을 받아 국비장학금을 받는 학생이었다가 프랑스 혁명가 로베스피에르의 친구, 그리고 황제 나폴레옹 보나파프트의 예술가로 살았다. 격동의 18세기 프랑스 역사의 한가운데에서 살아남아 작품을 남긴 자크 루이 다비드의 작품은 유럽역사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프랑스로 시집간 마리 드 메디치의 생애를 그린 <마리 드 메디치의 생애 연작>은 루벤스의 대표작 중 하나이다. 루벤스의 작품은 웅장하고 강렬한 역동성이 느껴진다. 루벤스의 마리 드 메디치 생애 연작은 고객 맞춤형 역작이다. 그 덕분에 우리는 루벤스의 그림을 지금까지 감상할 수 있다. 루벤스의 작품에는 그리스로마 신화 속 인물들이 등장한다. 각각의 인물을 찾고 그 인물을 그린 이유를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다.

이 외에도 2부에서는 네덜란드의 정물화, 베네치아 관광의 필수품인 카날레토의 풍경화, 네덜란드 출신으로 영국에 정착한 알마 타데마의 그림들, 빛과 어둠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그림을 그린 카라바조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알마 타데마의 <기대>의 탁 트인 하늘과 바닷가의 풍경은 코로나로 집콕 중인 나에게 대리 만족을 주는 그림이다.

 

3부는 이 책에서 내가 가장 즐겁게 읽은 부분이다. 고흐, 페르메이르(베르메르), 알폰스 무하, 모네는 좋아하는 화가들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화가 중 한 명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이름이 고흐이다. 살아서는 인정받지 못한 삶을 살다 무명의 화가로 살다가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빈센트 반 고흐의 동생 테오의 아내 요한나는 고흐 형제가 죽고 난후 형제가 주고받은 편지를 모아 <<빈센트 반 고흐 : 동생에게 보낸 편지>>를 출간한다. 무명의 화가 고흐는 그렇게 세상에 알려진다.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스칼렛 요한슨을 주인공으로 영화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페르메이르라는 이름이 생소했는데 작품들은 베르메르의 작품이라 순간 당황했지만, 동일 인물이라는 걸 알고 편하게 읽었다. 하지만 나는 지금도 베르메르라는 이름이 더 익숙하다. 페르메이르는 그가 죽은 후 200년이 지난 1866년 미술 평론가 테오필 토레가 페르메이르에 대한 논문을 미술 잡지에 기고하면서 이름이 알려진다.

알폰스 무하는 몇 년 전에 아이들과 함께 예술의 전당에 갔다 처음 알게 된 화가이다. 그때 다른 전시회를 보러 갔는데(그 전시회가 무엇이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 전시관 입구에 크게 걸린 알폰스 무하의 작품에 한눈에 반해서 표를 끊고 들어갔다. 느낌은 한마디로 ‘아름답다’였다. 포스터 속 인물들은 신화 속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신비롭고 아름다웠다. 그 날 처음 알게 된 알폰스 무하는 강렬하게 내 기억 속에 각인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알폰스 무하의 이름을 보는데 너무 반가워 신나서 읽었다. 19세기에 포스터가 예술의 한 장르로 자리 매김하는 데 알폰스 무하가 큰 기여를 했다. 무하는 체코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프라하 미대생을 꿈꿨지만 입시에 실패하고 파리에서 재능을 꽃피운다. 생의 마지막은 조국 체코를 위해 살다가 나치에 의해 체포되어 고문 후유증으로 사망한다.

3부에서는 르네상스 미술 최고의 메디치 가, 인상주의 사조를 만들어낸 모네와 인상주의 화가들, 현대 미술을 후원한 ‘현대판 메디치’ 페기 구겐하임, 왕실의 후원에 힘입어 명품으로 탄생한 도자기, 레드 하우스를 지은 건축가 윌리엄 모리스에 대한 이야기도 실려 있다.

 

4부는 어디까지를 예술로 볼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마크 로스코의 작품 <레드>는 나와 같은 그림 문외한의 눈에는 온통 빨갛게 칠해진 도화지로 보인다. 미술 작품을 볼 때 나는 아직도 추상화는 힘들다.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알 수 없어 답답하다. 로스코는 자신의 예술 철학을 “색의 관계나 형태, 그 밖의 다른 것에는 관심이 없다. 나는 단지 기본적인 감정들, 그러니까 비극, 황홀, 숙명 같은 걸 표현 하는 데에만 관심이 있다. 내 그림 앞에서 눈물 흘리는 사람은 내가 그걸 그릴 때 느낀 것과 같은 종교적 경험을 한 것이다.”라고 말한다. 솔직히 나는 로스코의 예술 철학을 읽고 난 후인데도 <레드>는 어렵다.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을 처음 봤을 때 그림책 삽화인 줄 알았다. 그림책 작가 데이비드 위즈너의 이상한 화요일의 한 장면인 하늘에 떠 있는 개구리들과 르네 마그리트의 골콘다 속 남자들의 모습이 같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에 얼굴만 둥둥 떠서 웃고 있는 체셔 고양이는 처음에는 기이했으나 보면 볼수록 익숙해져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들도 첫 인상은 ‘이건 뭐지 했다’가 자연스럽게 익숙해진다. 마그리트의 그림은 보면서 계속 나만의 질문과 해석이 뒤섞이는 과정을 반복하게 한다.

4부에는 미술 교과서에 실려 있는 화가 칸딘스키, 팝아트, 구겐하임 미술관을 지은 건축가 프랭크 게리, 태피스트리의 이야기도 나온다. 일상에서 사용했던 태피스트리도 예술 작품으로 보아야 할까? 어디까지를 예술로 보아야 할까? 이 책은 이 모든 것이 예술이라 한다.

 

5부에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화가가 나온다. 구스타프 클림트, 황금의 화가라 불리는 그의 작품은 강렬한 이미지로 나의 심장 속 깊이 들어왔다. 클림트는 <키스>를 통해 화가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 황금빛 노란색과 자세히 보면 다양한 색깔들이 조화를 이루는 작품은 작품의 의미를 모른 상태에서도 나를 사로잡았다. 클림트의 작품은 보면서 다양한 문양을 찾고 작품 속 이미지의 의미를 찾아보면 더 즐겁게 볼 수 있다. 나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는 클림트의 원본 작품을 직접 보러 가기다. 최애 화가 중 한 명인 클림트의 원본 작품을 직접 만날 수 있다면 여한이 없을 것 같다.

알브레히트 뒤러는 자화상을 가장 먼저 봤다. 정면을 향한 미남형 얼굴은 슬픈 듯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동판화로 제작된 뒤러의 작품들은 그 안에 수많은 상징을 담고 있다. 그 상징들을 찾아 작품을 해석하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뒤러의 작품 속 천사와 기사는 너무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인물에 몰입하게 만든다. 동판화로 이렇게 섬세한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경이롭다.

샤르댕은 <가오리>는 미술 관련 책을 읽을 때 스치듯이 본 적이 있다. 하지만 화가의 이름은 미처 기억하지 못했다. 강은진 작가가 가장 좋아하는 화가 중 한 명이라고 해서 궁금했다. 평범해서 눈에 잘 띄지 않고 재미도 없는 정물화 작가지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샤르댕의 정물화에 끌린다고 한다. 강은진 작가는 ‘평범한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놓치지 않고 감각적으로 느낄 줄 아는 것이, 바로 인생을 충만한 행복으로 채우는 비결’(319페이지)이라고 한다. 이 말 속에 『예술의 쓸모』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들의 모든 것이 들어 있다고 짐작된다.

5부에는 로코코 양식의 대가로 불리는 화가 장 앙투안 바토, 무용수의 모습을 자주 그린 드가, 고흐 귀 절단 사건의 원인 제공자 고갱에 대한 이야기도 실려 있다.

 

지금까지 이 책의 내용을 간략하게 적어보았다. 이 책은 예술이란 무엇일까를 계속 고민하면서 읽게 한다. 안정적인 삶을 버리고 예술의 세계로 고갱이 갈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의 주인공 찰스 스트릭랜드의 말 속에 답이 있는 것 같다. “정말 당신은 지독한 바보로군....나는 그리지 않고는 못 견디겠다고 하지 않았소. 이 마음은 나 자신도 어쩔 수 없는 거요.”(332페이지,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의 대사 일부)

이 말은 『예술의 쓸모』에 등장하는 40여 명의 화가, 디자이너, 건축가, 컬렉터, 후원자 등의 마음이리라 생각한다. 이들에게 예술은 선택이 아닌 숙명과도 같았을 것이다.

 

나의 그림을 보는 시선은 고차원적인 개념이나 이론이 없다. 보고 즐겁고 행복하면 좋다. 자꾸 보고 싶고 마음이 진동한다. 그런 작품이 나에게는 좋은 작품이다. 보면서 행복한 작품들은 그 순간 나의 긴장을 풀어주고 또 한편으로는 온 몸의 감각이 일어나 반응하게 만든다. 그렇기에 나에게 예술의 쓸모는 즐거움이다.

 

『예술의 쓸모』는 예술을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예술이란 무엇인가, 예술은 우리에게 어떤 도움을 주는 가에 대해 알려주는 책이다. 쉽게 읽히지만 그 안의 내용은 얕지 않다. 알차게 써놓은 예술 입문 가이드와도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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