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먹어도 또 먹고 싶어 - 내일이 기다려지는 모락모락 행복 한 끼 일상 먹툰
지엉이 지음 / 이담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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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음식이 원을 그리고 그 안에 ‘내일이 기다려지는 모락모락 행복 한 끼 일상 먹툰, 『매일 먹어도 또 먹고 싶어』라고 쓰여 있다. 표지 맨 아래에는 한 아이가 한 손에는 숟가락, 다른 손에는 젓가락을 들고 흐뭇하게 웃고 있다. 음식을 음미하듯이 눈을 감고서. 맛을 음미하는 건지, 음식을 상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매일 먹어도 또 먹고 싶어』라는 제목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음식은 엄마가 만들어 주시던 음식들이었다. 가을이면 오빠들은 쫄대(물고기 잡는 그물)와 양동이를 들고 냇가로 나갔다. 물가라 위험하다고 따라오지 못하게 하는데도 부득불 우겨서 따라 다니곤 했다. 오빠들과 친구들이 개울에 들어가 쫄대로 바닥을 훑으면 민물고기들이 잡혔다. 그 중 가장 인기 많은 물고기가 메기였다. 크기도 제일 크고 살도 많아서. 그렇게 잡은 물고기를 집에 가지고 와 장독대 옆 수돗가에 앉아 손질할 때 옆에서 물고기 부레를 터뜨리는 게 재미있었다. 오빠들이 물고기를 손질해 놓으면 엄마는 커다란 솥에 물고기, 늙은 호박, 말린 고구마 줄기와 갖은 양념을 넣고 한참을 끓였다. 그렇게 한 솥 민물매운탕을 끓여 놓으시면 우리는 커다란 그릇에 가득 담아 밥을 먹었다. 지금도 난 그 맛이 기억나고 너무나 그립다.

 

 커다란 붕장어를 장날 사와서 푹 끓여 핫독에 뼈까지 갈아서 된장, 시래기, 들깨 가루 등을 넣고 끓인 장어탕, 동짓날 팥을 삶고 새알을 빚어 한 솥 끓인 팥죽은 배불리 먹고 남은 것은 작은 항아리에 넣어 부엌 한 쪽에 놓아두신다. 밤에 출출해지면 차갑게 언 동지팥죽을 떠서 먹곤 했다. 가마솥에 눌어붙은 구수한 누룽지는 쇠 주걱으로 뜨면 동그랗게 떠진다. 우뭇가사리를 끓여 만든 우무, 닭곰탕, 육개장, 찐빵, 꿀꿀이죽(김치랑 밥을 넣고 끓인 죽), 보리된장국, 쑥국 등등 나열하기도, 다 기억해내기도 힘들 정도로 많다. 결혼 후 임신했을 때 가장 힘든 게 엄마랑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엄마의 음식을 먹을 수 없었던 것이다. 왜 그리도 엄마의 음식이 먹고 싶던지. 혼자 울컥 울컥하는 마음을 누르고 끼니를 때운 적도 있다.

 

 엄마의 음식을 생각나게 하는 『매일 먹어도 또 먹고 싶어』는 지엉이의 음식 이야기이다. 지엉이는 뜨끈한 국물 음식을 좋아하고 커피와 알코올을 싫어한다. 애교 많고 발랄한 언니는 떡볶이와 딸기를 좋아하고 향신료 강한 음식은 싫어한다. 막내는 음식 취향이 딱히 없고 항상 힘이 없다. 아버지는 가리지 않고 다 잘 드신다. 엄마는 김치를 좋아하고 패스트푸드를 싫어하신다.

 

 추운 겨울 갑자기 무언가가 먹고 싶어질 때, 난 귀찮아서 그냥 참는다. 무엇보다 추운 게 너무 싫어 ‘집 밖은 위험해’를 외치며 이불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간다. 지엉이와 언니는 나와 달랐다. 갑자기 쌀국수가 먹고 싶어질 때 따뜻한 이불 속에서 나와 추운 거리로 나간다. 단골 쌀국수 집은 착한 가격과 맛으로 지엉이를 붙잡는다. 번호표를 뽑고 기다려 순서가 돌아온 자매는 쌀국수를 먹고 추위에 언 몸을 녹인다. 기분 좋게 먹고 다시 추운 겨울바람을 맞으면서 집으로 돌아간다. 이렇게 지엉이의 음식 이야기는 쌀국수로 시작한다.

 

 쌀국수를 시작으로 총 59가지의 음식 이야기가 이어진다. 가족들과 친구들과 함께 한 추억이 깃든 음식은 모두가 하나하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야기를 넘어 마음과 행복이 깃든 음식들이다. 일상에서 먹고 마시는 음식들을 귀엽고 장난스러운 그림으로 표현했다. 엄마의 음식, 아빠의 마음이 담긴 음식, 직접 만들어 먹는 음식, 가족과 또는 친구와 함께 찾아가서 먹는 음식 등 다양한 음식들을 귀여운 그림으로 그려 표현해 더 쉽게 읽힌다. 짧은 그림으로 표현했는데도 마음이 느껴져 신기하다. 웹툰으로 그린 음식을 보고 있으면 군침이 돌면서 갑자기 배가 고파지는 기현상도 생긴다. 책을 보면서 먹고 싶은 음식들이 생각나 허기가 진다. 음식은 맛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함께 먹는지도 중요하다. 주인공 지엉이는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즐겁게 음식을 먹는다. 그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지엉이와 가족, 친구들은 모두 따뜻한 마음을 지닌 사람들이다. 행복한 가족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나도 함께 행복해지는 느낌이 든다.

 

 마직막은 ‘졸업과 삼겹살’이다. 어릴 때 졸업식이면 무조건 짜장면을 먹었다. 요즘은 이사한 후 짜장면을 많이 먹는 것 같다. 중국집이 많지 않은 시골이라 짜장면을 자주 먹을 수 없었다. 대부분의 음식은 엄마가 직접 만들어 주셨지만, 짜장면은 중국집을 가야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다. 운동회나 졸업식 때면 온 가족이 함께 중국집에 가서 짜장면을 먹고 왔다. 지엉이의 졸업식은 코로나로 인해 미뤄졌다. 가족들은 집에서 졸업 기념 파티를 한다. 지엉이가 ‘돼지 굽자’라 해서 삼겹살로 파티를 하게 된다. 삼겹살과 고기 넣은 김치찌개를 먹으면서 가족들의 축하와 응원을 받은 지엉이는 ‘행복을 먹었다’라고 한다. ‘잘 먹었습니다’가 ‘행복을 먹었습니다’가 되어주는 건 함께 먹어주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가능하다 생각한다.

 

 우리는 살기 위해 먹을까 아니면 먹기 위해 사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답을 쉽게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계속 생각하고 생각해 보면 나의 답은 ‘먹기 위해 산다’로 하고 싶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행복하다. 집에서 음식을 만들었을 때 가족들이 잘 먹어주면 기운이 나고 다음에 더 많이 만들어 주고 싶어진다. 외식을 할 때도 맛있는 집에서 먹고 나오면 배도 마음도 가득 차서 나올 수 있어 행복하다. 맛없는 집에서 먹고 나오면 기분이 나빠지고 다음에 그 집은 다시는 가지 않게 된다. 음식을 생각하면 엄마의 음식이 생각나고 음식은 수많은 추억과 함께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준다. 가끔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나는 엄마의 음식에 대한 추억은 계속 말해도 또 생각날 정도로 많은데 내 아이들의 엄마의 음식은 다섯 손가락만큼만 되어도 다행일 정도로 적다. 설마 하나도 없지는 않겠지? 하나도 없을까봐 조금 두렵긴 하다.

 

 지엉이 언니의 소울푸드는 떡볶이이다. 먹기 전에도 행복하고 먹고 난 후 더 행복한 음식. 나의 소울푸드는 엄마의 음식이다. 내 아이들의 소울푸드는 어떤 음식일지 궁금하다. 우리 모두 소울푸드를 먹고 마음 가득 행복을 느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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