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공부하다 - 사교육 이기는 공교육 효과
박재원.정유진 지음 / 에듀니티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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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 VS 학부모. 아이를 낳고 부모가 되었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학부모가 되었다. 아무 준비 없이 무지한 상태로 부모가 되어 나도 아이도 힘든 시간을 보냈다. 학부모가 되고 나와 아이는 더 더 더 힘든 시간을 보냈고, 지금도 보내고 있다. 나는 ‘학부모 그만하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힘들어 하는 아이를 보는 것도 힘들고, 아무 도움도 못되는 부모라 더 힘들다.

 아이가 1학년이 되고 받아쓰기를 시작할 때 놀고 싶어 하는 아이를 앉혀놓고 백점을 맞을 때까지 받아쓰기를 시켰다. 2학년이 된 아이를 붙잡고 구구단을 외우게 하고 문제집을 사서 기본 2권 씩 풀게 했다. 그렇게 해야 하는 줄 알았다.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고 보니 웃음 많던 아이는 멍한 얼굴로 맞은편에 앉아있었다. 내가 뭘 한 거지? 아이의 행복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가장 불행한 환경에 처박아 두고 있는 못난 엄마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아이를 풀어주었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시험을 보면 아이는 성적이 좋지 않았고, 그로 인해 의기소침해지는 아이를 보면서도 공교육 안에서 충분히 가능하다는 신념으로 학원에 보내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아이는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었다. 꿈 많고 웃음 많던 아이는 점점 웃음을 잃어가고 있다. 꿈을 꾸지만 반복되는 실패로 인해 자존감은 낮아지고, 꿈을 내려놓으려 하고 있다.


 공부를 성적을 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공부를 지겹게 생각하고 싫어한다. 나는 공부는 좋지만 시험을 보기 위한 공부는 싫다. 자유롭게 알고 싶은 것을 공부할 때는 즐겁지만, 성과를 위한 공부는 과도한 분량으로 나의 숨을 막는다. 아이들의 공부는 알고 싶어서가 아닌 입시를 위한 과도한 분량의 공부이다. 학교를 가도 또래 간에 유대감 보다는 경쟁의식이 더 강하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는 아이들의 숨통을 막는다.

 ‘좋은 성적-명문대 입학-좋은 직장-높은 지위와 권력’, 대한민국의 학생과 부모들이 입시 준비에 열을 올리는 이유이다. 좋은 대학을 가야 좋은 직장에 들어가 부와 명예를 거머쥘 수 있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아이들이 어릴 때 어느 대학 가고 싶어 라는 질문을 하면 가장 많이 나오는 답이 ‘SKY대’이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성적에 따라 아이들의 희망 대학은 급수를 낮춰간다.(급수라는 말을 쓰면서도 이 말을 쓰는 내가 싫다) 특정 과목을 좋아해도 그 과목만 잘해서는 대학을 갈 수 없다. 역사를 좋아하는 아이는 좋아하는 과목은 신나서 공부하고 시험 성적도 높게 나온다. 하지만 학교 성적에서 가장 중요한 과목은 국어, 수학, 영어이다. 국영수가 되지 않는 아이는 아무리 역사를 좋아하고 잘해도 인정받지 못한다.

 

『공부를 공부하다』는 사교육 의존도가 높은 교육 현실과 입시 경쟁으로 힘들어 하는 학생들을 위해 행복한 교육이 필요다고 말한다. 1장 공부란 무엇인가, 2장 학습자 이해하기, 3장 사교육 이기는 공교육 효과, 4장 학습 사이클, 5장 교실 학습법, 6장 교사가 희망이다, 7장 공교육에서 교사의 10가지 실천의 순서로 책은 진행된다. 공부의 개념에서 시작해 우리나라 학생들의 실태와 공교육 현장의 문제점을 이야기하고 공교육을 살리기 위한 방법을 제시한다. 이 과정에서 뇌 교육법, 기억법, 심리학, 학습법, 학습 동기, 학습 사이클, 교사의 자세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중 4장과 5장이 가장 많은 도움이 됐다. 자기 주도 학습을 위해 학교와 집에서 실천할 수 있는 학습 사이클을 알려주고,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는 교사를 위한 내용도 들어가 있어 실질적으로 활용 가능한 내용들이다.

 2015년 개정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목표는 ‘바른 인성을 갖춘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이다. 현실에서 교육과정의 목표에 맞게 학생들을 교육하고 있는가를 묻는다면, 학부모의 입장에서 볼 때는 ‘아니오’이다. 학생들의 답도 ‘아니오’가 나올 것 같다. 선생님들의 답은 모르겠다. 현실 속 교육은 입시를 위해 아이들을 쥐어짜고 있다. 학교 공부만으로 불안해 학원으로 학생들이 몰린다. 공부는 바른 인성과 창의성을 기르기 위한 것이 아닌 입시를 위해 성적으로 평가 되고 아이들의 등급을 나누고 있다. 서로 좋은 등급을 차지하기 위해 또래는 친구가 아닌 경쟁자일 뿐이다.

박재원 선생님과 정유진 선생님은 공통적인 대안으로 ‘공동체 의식’ 즉, 교실 공동체를 말한다. 박재원 선생님은 프랑스의 합창수업을 예시로 들면서 또래집단의 상호작용을 통한 단체 활동이 학생들의 성장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사회적 동기가 성적 향상의 비밀이라고 말한다. 정유진 선생님은 학교 내에서 필요한 공동체로 생활공동체와 학습공동체가 필요함을 이야기한다. 생활공동체를 통해 학생들과 유대감과 신뢰를 형성한 후 학습공동체를 만들어 학습 부진을 해결한다. 다양한 학습법을 제시해 교사들이 더 쉽게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는 길잡이를 제시한다.

 

 ‘수능 포기, 건들지 마세요!’ 푯말을 적어 놓고 잠을 자고 있는 학생 사진이 있었다.(120페이지) 아이의 인생에서 수능만이 전부가 아닌데 수능을 포기했기 때문에 공부까지 포기한 아이의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학생이 이렇게 되기까지는 학생의 의지보다는 성적으로 평가되는 시스템의 영향이 가장 컸을 것이다. 공부를 해도 시험 성적은 올라가지 않고 선생님과 또래에게 인정도 받지 못한 시간이 쌓여 아이들은 무기력해진다. 무기력이 계속되면 모든 걸 포기한 채 꿈이 뭐냐는 질문에도 ‘꿈이 없다’라는 답만 한다.

 아이가 대학을 가기 위해서는 ‘할아버지의 경제력과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이 필요하다는 우스갯말이 있다. 장난처럼 하는 이 말은 장난이 아닌 현실을 말하고 있다. 코로나로 온라인 수업이 계속되면서 아이들의 공부편차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중위권이 사라지고 상위권과 하위권으로 나뉘는 현상이 발생했다. 부모의 경제력과 정보력이 아닌 모두가 함께 성장하기 위해 공교육이 제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공교육이 살아날 수 있는 방법을 이야기하는 이 책이 지금 교육 현장에 있는 수많은 문제들을 모두 한꺼번에 해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천리 길도 한걸음이라고 했다. 사교육 없는 학교에서 아이들이 더 행복하게 공부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분들의 한 걸음 한 걸음이 모여 우리 교육도 아이들을 위한 행복한 교육으로 바뀔 거라고 믿고 싶다. 이 책을 현장에 계시는 교사와 학생, 학부모, 교육 정책을 수립하는 분들 모두가 함께 읽고 토론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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