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에 대한 거의 모든 생각 - 이제부터 당신 메뉴에 '아무거나'는 없다
마틴 코언 지음, 안진이 옮김 / 부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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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트에 장을 보러 간다. 오늘 장을 볼 품목은 야채(깻잎, 상추, 가지, 부추, 고추, 양파, 감자 등), 고기(소고기 불고기용, 돼지고기 목살, 닭볶음탕용 닭), 생선(고등어, 오징어), 계란, 메추리알, , 단무지, , 라면, 시리얼, 과자, 당면, 파스타면, 밀가루, 올리고당, 올리브유, 간장, 고추장, 아이스크림, 과일(복숭아, 포도, 무화과)이다. 장을 보면서 냉장 식품의 경우에는 원산지가 국내산인지를 확인하고, 유통 기한을 확인한다. 고기나 생선을 고를 때는 고기는 색이 선홍색으로 선명한 것, 생선은 눈알이 싱싱한 걸 고른다. 가공식품을 고를 때는 회사명을 보고 선택한다. 그동안 나의 장보기는 이렇게 이루어졌다.

 

음식에 대한 거의 모든 생각은 음식의 역사, 영양, 첨가물, 여러 가지 레시피, 철학자들의 음식 철학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동안 내가 무슨 음식을 먹고 있었는지 되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몸에 좋다는 광고 문구를 믿고 먹었던 음식들에 식품 첨가물이 들어 있고, 나는 아무 의심 없이 광고만 믿고 음식을 먹어왔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자연이 주는 가장 소박한 음식인 잎채소와 과일을 제외한 모든 음식이 의심스럽다고 가정해야 한다’(음식에 대한 거의 모든 생각, 390페이지)고 말한다. 이 말처럼 한다면 장을 볼 때 고기는 어떤 것을 먹여 키웠는지, 가공식품 안에는 무슨 성분이 들어갔는지 원재료가 유전자 변형 식품은 아닌지를 꼼꼼히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오비소겐이란 말이 있다. ‘인체의 자연스러운 메커니즘을 방해하는 일련의 화학물질을 포괄적으로 지칭’(310페이지)하는 말이다. 우리가 아무 의심 없이 기업의 광고나 전문가들의 말을 믿고 먹는 음식, 가공식품, 양념들에는 오비소겐이 들어가 있다. 약물이 투여된 가축들은 대량 생산 된 유전자 변형 콩으로 만든 사료를 먹고 그 가축을 사람이 섭취한다. 이는 가축들 몸에 쌓인 화학물질들은 사람의 몸에도 쌓여 호르몬을 교란시키고 질병을 유발한다. 화학물질에 오염된 음식을 멀리하고 진짜 음식을 먹으면 오비소겐은 빠르게 감소하고 체외로 배출된다고 한다. 하지만 어떤 음식에 어떤 화학물질이 들어 있는지를 우리가 자세히 확인하지 않거나, 아예 표기되어 있지 않아 알 수 없는 것이 문제다. 철학자 토마스 쿤은 과학적 사실들을 매우 정치적이고 항상 유동적인 것이라고 말한다. 정부는 기업의 이윤을 위해 몸에 해로운 화학물질의 사용을 묵인하고, 전문가들은 오비소겐이 들어간 음식들이 인체에 무해하다는 연구 자료를 내놓는다. 우리는 정부의 발표와 전문가들의 말을 의심 없이 받아들이고 식품을 섭취하고 있다.

 

 마틴 코언은 현명한 식생활을 위한 3가지 원칙을 말한다. 3가지 원칙은 디테일이 중요하다, 모든 것은 연결돼 있다, 크리스털 꽃병을 깨뜨리지 말자이다.

원칙 1, 디테일이 중요하다. 쉬운 해결책과 사고의 단순화에 저항하라고 말한다. 과일에 당이 들어가 있어 과일을 많이 먹어도 살이 찐다는 말을 들었다면 그보다는 설탕과 액상과당이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과 비교해 봐야 한다. 어느 쪽이 더 이로운 음식인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

원칙 2, 모든 것은 연결돼 있다. 다이어트를 할 때 한 가지 음식만을 먹거나, 어떤 음식은 먹지 말라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고기만 먹는 다이어트를 하거나 지방과 탄수화물은 살이 찌니 먹지 말라는 경우이다. 한 가지 음식을 끊거나 줄이면 부작용이 따라온다. 지방과 탄수화물은 뇌 건강에 필요하다. 단백질 과잉 섭취하면 호흡과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땀을 많이 흘리게 된다. 건강에 관한 조언 중 가장 중요한 건 균형 있는 식단이다.

원칙 3, 크리스털 꽃병을 깨뜨리지 말라. 인간의 몸은 복잡한 구조로 연결되어 있다. 다이어트를 위해 음식을 극단적으로 줄이거나 패스트푸드를 과도하게 섭취한다면 크리스털 꽃병처럼 섬세한 인간의 몸은 위험 신호를 보낸다.

 

 건강한 식생활과 다이어트에 대한 정보들은 넘쳐난다. 그 중 상당수는 틀리거나 그로 인한 부작용이 있다. 사실과 허구를 구분하기 위해서 철학적 사고와 더불어 적당한 의심이 필요하다. 철학의 첫 번째 법칙, ‘모든 것을 의심하라’(400페이지)를 기억하자. ‘당신이 먹는 음식은 당신을 만든다. 하지만 음식이 먹는 음식도 당신을 만든다.’(18페이지)라는 말을 명심하고 음식과 음식이 먹는 음식까지도 꼼꼼하게 따져보는 습관이 필요하다.

 

 넘쳐나는 건강한 식품에 대한 정보에서 진짜 음식과 가짜 음식을 구별하기 위해서는 의심부터 하고 성분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전문가나 유명인의 말이라고 무조건 믿어서는 안 된다. 건강 프로그램에서 새싹 보리 분말로 다이어트에 성공한 사람을 소개하고 전문가들이 분말의 효능을 설명할 때 채널을 돌리면 홈쇼핑 채널에서 새싹 보리 분말을 판매하고 있었다. 이 외에도 크릴 오일, 아보카도 오일 등 여러 번 똑같은 경험을 했었다. 홈쇼핑의 매출은 상승하고, 사람들은 몸에 좋다는 음식을 먹는다. 그리고 시간이 지난 후 이 음식들의 부작용은 한참 후에 발표된다. 그러니 모든 것을 의심하라’.

 

 코로나로 인해 활동량이 줄어들고 귀찮을 때면 배달음식을 시켜 먹거나 라면을 끓여 먹는 경우가 많았다. 스트레스가 쌓여 그걸 풀기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단 맛이 나는 과자를 먹고 음료수와 커피, 맥주 등을 먹었다. 영양을 보충하기 위해 어떤 성분이 첨가되어 있는지 따지지도 않고 영양제를 복용했다. 나와 같이 줄어든 활동량으로 체중이 과도하게 불었거나, 배달음식과 인스턴트음식을 주로 먹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 보길 권한다.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 우리에게 어떤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길 바란다.

음식에 대한 거의 모든 생각을 읽는 또 다른 재미는 철학자들의 음식 철학과 레시피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레시피를 보고 직접 따라해 보는 것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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