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화하고 있나요? - 세 남자와 함께 만드는 소통 하브루타
김미경 지음 / 메이킹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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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상이몽, 같은 제목의 TV 프로그램도 있다. 부부가 함께 출연해서 그들의 일상을 보여준다. 몇 년 전에는 부모와 자녀의 일상을 보여주는 프로도 있었다.(지금도 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들의 공통점은 부부와 자녀들은 같은 상황을 서로 다르게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나는 라고 말했는데 상대는 로 받아들여 오해하고 서로의 상처 받은 마음을 숨긴 채 지내다 상처가 더 깊게 곪아간다. 어느 순간 곪은 상처는 존재감을 드러내고 서로간의 다툼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나는 지금 남편과 아이들과의 대화에서 동상이몽일까, 동상동몽일까? 이 책은 동상동몽의 방법을 우리에게 가족의 사례를 들어 알려주는 책이다. 김미경 작가는 남편의 이직 문제, 자녀의 진로진학문제, 양가 부모님과의 교류 문제 등 일상의 다양한 문제들을 대화로 풀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아이가 공부보다 게임을 더 많이 하고, 수행평가를 제대로 하는지도 걱정된다. 시험기간인데 시험공부는 하지 않고 잠을 자고 있으면 화가 난다. ‘성적은 공부하는 시간에 비례해라는 말로 아이를 다그치고 잔소리 폭격을 멈추지 않는다. 내가 먼저 경험했다는 이유로 아이의 미래를 지레짐작하면서 불안감에 휩싸여 아이를 닦달하게 된다. 68페이지에는 꼰대 자가 진단 테스트가 나온다. 테스트를 할 때 내 아이를 생각하면서 할 때와 후배를 생각하면서 할 때의 결과가 다르게 나왔다. 후배를 생각하면서 할 때는 성숙한 어른으로, 아이를 생각하면서 할 때는 꼰대 경계 예보로 나왔다. 이 단계는 사실상 꼰대라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이다. 우리, 대화하고 있나요?에서는 꼰대와 멘토의 차이점을 알려준다. 첫째, 꼰대는 자기 얘기를 늘어놓고 멘토는 남의 얘기를 듣는다. 둘째, 꼰대는 과거를 멘토는 미래를 생각한다. 셋째, 꼰대는 아랫사람을 찾고 멘토는 아랫사람이 찾는다.

큰 아이가 나에게 엄마는 남의 말을 잘 들어주면서 왜 내 말을 잘 안 들어줘?’라는 질문을 한 적이 있다. 그때 당황한 나는 제대로 답을 하지 않고 얼렁뚱땅 넘어갔었다. 아이의 말을 경청하지 않고 일방적인 잔소리만 하는 난 전형적인 꼰대 엄마다. 꼰대 엄마로 계속 산다면 나와 아이의 소통은 영원히 불가능할 것이다. 꼰대 엄마가 아닌 아이가 스스로 찾아와 의논할 수 있는 멘토 엄마가 되고 싶다.


 김미경 작가는 남편과 두 아들과 소통하는 방법으로 하브루타 토론을 활용한다. 하브루타란, 짝을 지어 질문, 대화, 토론을 하고 논쟁하면서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유대인 전통 토론 방법이다.(우리, 대화하고 있나요?, 132페이지) 하브루타 토론 사례를 보여주는 4장은 영화, 시사, 독서, 그림, 일상, 여행, 칭찬 등 다양한 소재를 가지고 가족들이 함께 대화하고 토론하는 대화 방법을 알려준다. 5장에서는 가족워크숍이야기가 나온다. 정기적으로 가족 워크숍 일정을 정해 온 가족이 함께 모여 긍정적인 습관적기, ‘가족 비전을 설계하고 대화를 나눈다. 부모들이 계획한 가족 워크숍을 두 아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이 부러웠다. 부모와의 시간 보다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을 더 좋아하는 내 아이들은 가족 모임을 잘 따라오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이렇게 아이들과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싸우지 않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엄마인 김미경 작가의 노력과 하브루타 토론법을 함께 해준 가족들의 노력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김미경 작가의 시점에서 진행하다 남편과 큰 아들, 작은 아들의 시점에서 느낀 점을 적어놓은 부분도 인상 깊었다.


 하브루타 토론은 나의 의견을 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는 게 더 중요하다. 이 가족이 소통하는 가족이 된 건 하브루타를 통해 서로의 말을 경청하는 습관을 들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작은 아들이 실천의 힘을 믿는다’(우리, 대화하고 있나요?, 218페이지)라고 말한다. 아는 것과 직접 실천하는 건 하늘과 땅 차이다. 실천을 해야 우리 가족도 변할 수 있을 것이다. 어릴 때부터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사춘기라 자기 의견 강해져서 이미 늦은 건 아닐까라는 걱정도 들었지만 이 걱정에 대한 답은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찾을 수 있었다. 김미경 작가의 남편은 성인이 되었지만 하브루타 토론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아이들의 말을 경청한다. 성인도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이다. 세상에 늦은 건 없다고 생각한다. 늦다고 생각할 때 그 때 시작해도 늦지 않다. 시작하자, ‘우리, 대화하고 있나요?’예스라고 말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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