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시담
김정희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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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촌시담』, 제목만 보고는 산촌의 풍경을 그린 시집일거라 막연하게 짐작했다. 산촌 풍경을 생각할 때면 초록이 우거지고, 순박한 사람들이 서로 정을 나누면서 사는 산골 마을의 이미지가 떠올랐다. 시집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 동안 일어나는 일들과 풍경, 산골 마을 사람들의 희노애락과 생로병사를 한 편의 소설을 쓰듯이 이야기한다. 시집을 다 읽고 난 후 요즘 케이블 TV에서 재방송되고 있는 ‘전원일기’를 보는 느낌이 들었다. 산골 마을 이야기를 담담하게 또는 슬프게 그려나간 시이다. 이 시집은 나의 어린 시절의 추억을 소환하는 부분들도 있어 읽으면서 옛 기억들을 떠올릴 수 있어 좋았다.

 여러 시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시는 여름 시 <햇빛 이불>이다. ‘눈부시게 환한 햇빛 이불/아무도 모르게 장롱 속에 감췄다가/북풍 몰아치는 눈 오는 겨울 밤/아랫 목에 활짝 펼쳐 놓고서/허리 아픈 울 엄마/덮어줘야지(<햇빛 이불>,43페이지). 총 2연으로 구성된 이 시의 2연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레오 리오니의 프레드릭‘이라는 그림책이 생각났다. 친구들이 곡식을 모을 동안 햇살과 색깔과 이야기를 모은 프레드릭은 자기가 모았던 따뜻한 햇살을 떠올리게 해서 추운 겨울 양식이 떨어져 힘들어 하는 친구들을 위로한다. 꼬마 생쥐 프레드릭처럼 시인도 ’햇빛 이불‘을 감춰두었다 겨울밤 허리 아픈 엄마를 덮어준다. 엄마를 생각하는 시인의 마음이 프레드릭의 마음과 겹쳐져 내 마음도 함께 따뜻한 햇빛 이불을 덮은 느낌이 들었다.

 봄과 여름의 시들이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해 행복했다면, 가을과 겨울의 시들은 쇠락해가는 산골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 읽으면서 애잔하고 슬픈 감정이 들었다. 한때는 사람들로 북적였을 산골 마을은 이제는 젊은 사람들은 대부분 도시로 떠나고 나이든 할머니 할아버지가 살아가는 마을이 되었다. 한때 젊은 몸으로 땅을 일구고 자식들을 키웠던 이들은 오지 않는 자식들을 그리워하면서 자식들의 주전부리를 준비하고 메주를 쑤고 김장을 한다. 그러다 세월이 흘러 외로운 노인들은 홀로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저 먼 나라로 떠나간다. <빈집>은 이 모습을 잘 표현한 시이다. 돌아가신 할머니의 빈 집 추녀 끝에는 돌아가시기 전에 만들어 놓은 메주가 익어가고, 무청이 말라가고 있다. 겨울 초입 강아지 짓는 소리가 들리는 빈 집엔 더 이상 아무도 살지 않는다. 홀로 살아가다 쓸쓸한 죽음을 맞이하는 이들은 오지 않는 자식들을 그리워하지만 원망하지 않고, 자식을 위해 메주를 쓰고 김장을 한다. 우리 어머니들의 자식 사랑이 엿보여 더 슬프게 다가오는 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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