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이 아닌 두 남자의 밤
최혁곤 지음 / 시공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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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캉맨의 연쇄살인 사건으로 서막을 열고 다섯 개의 다른 사건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1막에서 5막까지 보여주다가 서막의 사건을 종결하며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이 책은 종합추리선물세트이다.

추리소설의 여러 형태를 다양한 방식으로 진열하여 '어디, 맘에 드는 거 하나 골라보슈?'라고 말하는 것만 같다.

둥그런 레일 위를 칙칙폭폭 달려가는 장난감 기차가 어디로 갈지 뻔히 알면서도 눈을 못 떼고 계속 들여다 보듯 이 책도 그런 힘이 있다.

추리하는 박희윤과 몸 잘 쓰는 갈호태는 티격태격하면서도 각기 좌뇌와 우뇌를 담당하며 샴쌍둥이처럼 떨어질 수 없는 명콤비로 활약한다. 바리캉맨에게 옛 애인이 살해당해 괴로운 전직 기자 박희윤과 성추행 파문으로 모가지가 잘린 전직 형사 갈호태. 그래도 이들은 꿋꿋하게 실없는 농담을 주고 받으며 사건들을 풀어간다. 속도는 너무 과하지 않고 너무 느리지도 않다. 두 콤비가 주고받는 대화는 경쾌하고 발랄하다. 위선의 탈이 느껴지지 않는 민낯의 생활 언어 그대로라고나 할까?

 

이 소설의 하일라이트는 〈고도리 저택의 개사건〉. 뚱땡이 경찰총장의 개 실종사건은 엉뚱하게도 더 커다란 사건과 연결되어 이를 멋지게 해결한 '탐정이 아닌 두 남자'의 미래에도 한줄기 빛을 선사한다. 이 에피소드에서 어릴 때 재미있게 읽었던 《에밀과 탐정들》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기차에서 돈을 도둑맞은 에밀이 도시에서 알게된 친구들과 힘을 합쳐 도둑을 잡았더니 은행강도 현상수배범이었다는...

물고기를 낚아올렸는데 훨씬 큰 물고기가 딸려왔다는 느낌...

종막은 바리캉맨의 범인이 드러나는 것인데... 결국 깨닫는 건 모든 일이 돌고도는 인연의 고리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쯤? 책을 읽고 굳이 뭘 깨달을 필요까진 없다고 생각하지만...

 

가볍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다양한 과자를 맛본 느낌. 한 여름밤의 꿈 같기도 하고 다양한 인간군상에 대한 희극 한 편을 본 것 같기도 하고... 개처럼 본능적인 후각이 발달해 사건의 냄새를 맡고 끝까지 물고 늘어져 풀어내는 두 주인공은 멋진 연극의 훌륭한 배우였다. 무대를 장악하며 동그랗고 노란 스포트라이트 밑에서 빛을 발하는... 마치 표지 그림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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