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수련
미셸 뷔시 지음, 최성웅 옮김 / 달콤한책 / 2015년 2월
평점 :
품절


정말 무언가에 씌인 것처럼 책을 펼쳐들자마자 빠져들었다. 

심상치 않고 독특한 인트로부터 가슴이 조금씩 뛰기 시작했는데,

이어지는 매혹적인 문장들에 홀린 듯이 읽어나갈 수밖에 없었다.

모네의 마을과 주인공들의 심리와 사건의 정황까지 화가의 화폭에 담긴 하나의 그림 같다.

 

묘사가 뛰어난 책이라면 문체에 치중하느라 스토리가 진부해질 수도 있는데, 이야기를 엮어나가는 방식이 너무나 독창적이고 퍼즐의 단서를 배치하는 방식이 가히 천재적이라 지루할 새가 없었다.

 

정신없이 몰아치는 스릴러라는 소리가 아니다.

각각 다른 화자의 이야기들을 따라가다보면 그 이야기들이 다양한 색과 음으로 다가온다는 얘기다.

마치 한 편의 교향곡처럼 제각각의 음들이 강렬한 도입부에 이어 갑자기 숨을 죽이며 서정적이고 느리게, 때로는 발랄하게 이어지다가 어느새 점차 빨라져 심장을 세차게 두드린다 생각하는 순간, 심벌즈며 북이며 온갖 악기가 최고의 절정을 맞아 폭발적인 화음을 선사하는 힘이 있었다. 폭죽 같은 음이 끝나고 나면 그 여운이 귓속에서 길게 남는 것처럼 책의 예상치 못한 놀라운 엔딩에 한동안 멍하니 있다가 다시 앞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내가 어디서 속은 거야? 라는 생각과 함께...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한 트릭으로 꿈속을 헤매는 것만 같았는데...

아아... 그 모든 사소한 것들이 다 이유가 있었던 거구나 새삼 깨닫게 된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인데, 내게는 기대 그 이상의 책이었고 이제껏 읽은 소설 중 가장 인상적이었다.

프랑스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다는데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의 눈은 모두 비슷할 테니 말이다.

미셸 뷔시. 지리학과 교수라는데 이렇게 멋진 소설을 써내다니!

좋은 작가를 알게 되고, 좋은 작품을 읽게 되어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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