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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실력이 밥 먹여준다: 초등 낱말편 1
김경원 외 지음, 오성봉 그림 / 열린박물관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얼마 전 성인용 '국밥'을 구매할까 고민하다 리스트에 담아 두기만 했었는데, 초등용 '국밥'을 먼저 만나게 됐다.
아이가 아직 초등생은 아니지만, 한창 '글자'에 관심을 갖는 시기여서 우리말 한 글자라도 제대로 알고, 예쁜 말, 다양한 어휘를 들려 주고픈 마음에 열심히 살펴봤다.
저자 서문에도 언급했지만, 요즘의 조기영어교육 열풍은 도를 넘어선 수준이다. 아직 우리말도 제대로 뱉어낼 줄 모르는 아이들이 영어 환경에 먼저 노출되는 것이 일반적인 교육 풍경이 되고 있다.
부모로서의 내가 견지하고자 하는 신념(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할까?) 중 하나가 '언어가 생각을 지배한다'는 것이다. 모국어를 제대로 이해하고, '잘' 사용할 줄 알아야 생각이 깊고 풍부해지며, 논리적인 사고의 체계도 자리잡게 된다는 믿음이다.
모국어 바탕이 튼튼한 아이라면 언제든 외국어도 잘 받아들일 수 있다는 생각에 영어 조기교육 열풍을 애써 외면하며 우리말 책을 열심히 읽히고 있다.
초등용 '국밥'의 표지에 담긴 '어휘력이 좋아지고 생각이 깊어지는 국어 풀이 사전'이란 문구는 그래서 믿음이 간다.
비교적 얇은 편인 이 한 권에 담고 있는 예시 어휘는 그다지 많은 편은 아니다. 4부로 나뉘어 있고, 각 부마다 8개의 비교 어휘가 담겨 있으니, 전체적으로는 32개의 어휘에 대한 해설과 예가 담긴 셈이다.
하지만, 한 단락마다 몇 장에 걸친 해설이 형식적이지 않고,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도 이해하기 쉽도록 찬찬해서 내용이 빈약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오히려 내용 있는 이야기책을 읽는 듯 눈에 쏙쏙 들어오는 해설과 예문을 읽는 재미에 이 책의 본질을 잠시 잊는 순간도 있을 정도다^^;
어린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흔히 혼동하기 쉬운 혹은 정확한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사용하곤 하는 어휘들의 설명은 아, 그렇구나! 싶도록 섬세하다. 특히 짓기나 일기, 편지 등 '생각이나 말'을 '글'로 옮기는 일에 익숙치 않은 어린이들에게는 단순히 읽는 데서 끝나지 않고 실제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 보인다.
부록으로 딸려온 '초등학생을 위한 글쓰기 가이드북' 역시 부록이라기엔 과할 정도로 내용이 꽤 실하고 알찬, 글쓰기 기초 가이드북으로 손색이 없다.
한 가지 유감스러운 점은, 학력 일등주의에 편승한 듯한 띠지 광고문구.
'상위 1% 우등생을 마드는 국어 낱말 학습법'이라는 자극적인 광고는 우리말과 글을 바르고 풍부하게 익히는 것이 단지 학과공부를 잘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생각의 깊이를 더하고 영혼을 풍부하게 하기 위함이라는 근본적인 목적이 상술에 이용된 듯해 씁쓸하다.
차라리 끝까지 점잖게, 아름다운 우리 말을 제대로 알자는 취지를 강조했으면 지금보다 덜 팔리는 책이 됐으려나? ^^;;
재미있게 곁들여진 삽화와 컬러풀한 속지 디자인, 각 단락 끄트머리에 재미로 풀어 볼 수 있게 담긴 퀴즈 등 어린이용에 걸맞는 세심한 구성이 돋보이는 초등용 국밥.
자녀와 부모가 머리를 맞대고 함께 읽으며 대화해 보면 더욱 좋을 만한 책이다.
조만간 성인용 '국밥'도 읽어 볼 작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