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시원한 선물 (부모용 독서가이드 제공) - 장독대 그림책 1
다미안 하비 지음, 지혜연 옮김, 린 챔프맨 그림 / 좋은책어린이 / 2006년 10월
평점 :
절판


<세상에서 가장 ''시원한'' 선물>이라는 제목만 보고 그 ''시원한'' 선물이 과연 무엇일까 궁금했다. 나름대로 상상하기론...아이들 그림책의 단골 소재인 ''똥'' 이야기가 아닐까 했는데, 막상 받아 보니 시원하면서도 가장 기특한 선물에 관한 이야기였다.

참을 수 없는 간지러움을 해결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 보는 아빠 고릴라. 하지만, 어떻게 해도 시원하기는 커녕 간지러움만 더할 뿐이다. 아빠 고릴라의 간지러움을 해결해 줄 구원의 손길은 과연 누가 내밀어 줄까?

등줄기에 간질간질 참을 수 없는 가려움은 밀려오고, 내 손이 닿지 않아 시원하게 긁을 수는 없을 때, 등긁개 효자손만큼 고마운 존재가 없다. 하지만, 결혼한 이들이라면 효자손은 비교할 수 없는 시원~한 손길을 경험한다. 바로 아내 혹은 남편의 사랑 듬뿍 담긴, 구수~한 된장 뚝배기 같은 옆지기의 손.
나는 아직 남편에게 등의 맨살을 내밀어 본 적이 없지만, 남편은 등이 가려울 때면 늘 내 손부터 찾는다. 등줄기에 시뻘건 장대비가 쏟아지도록 긁어 주고 나면 역시 우리 부인님 손이 세상에서 제일 시원하다나~ 그렇게 흡족해할 수 없다.

그런데, 나도 최근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다.
물론 남편의 투박한 손과는 비교할 수 없는, 바로 네 살된 아들녀석의 고사리손이다. 요즘들어 부쩍 손맛이 매워진 아이에게 종종 어깨나 다리 좀 주물러달라는 애교섞인 주문을 하곤 하는데, 며칠 전엔 뻐근한 뒷목을 두드리던 아이가 갑자기 엄마 등을 긁어 준단다.
간지럽지도 않은 등을 긁어 준다니, 최근 재밌게 읽고 있는 이 책이 떠올랐던 걸까?
꼼지락~ 꼼지락~ 등줄기를 오르락거리는 고사리손의 촉감이 간지럽기도 하고, 강약 조절이 안 돼 후비듯 긁을 땐 아프기도 하고. 감탄과 칭찬을 연발하는 엄마 곁에서 뭔가 대단한 일을 해낸 듯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는 아이를 보며 나는 물론 아이도 세상에서 가장 시원하고도 감동적인 선물을 받은 셈이 되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누구나 이맘때쯤 경험해 보는 이야기.
마냥 아기 같던 녀석이 어느새 컸다고 꼼지락거리는 고사리손으로 어깨를 두드리고, 등을 긁어 줄 때의 그 기쁨과 놀라움과 대견함! 부모가 되어 보지 않고는 경험할 수 없는, 세상에서 가장 값진 보물이요, 선물이다.

아이 입장에서는 부모 마음이 어떨지를 엿볼 수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장난스럽고 우스꽝스러운 아빠 고릴라의 행동들을 재미있는 의성어와 몸짓을 섞어 가며 읽어 주면 아이는 그저 재밌어라 킥킥거리고 흉내를 내며 이내 아빠 고릴라도 되고, 아기 고릴라도 되어 등을 비비고 긁어대며 흠뻑 동화된다.
그리고는 아빠 고릴라의 괴로운 간지러움을 단번에 해결해 주는 시원한 해결사가 바로 자신과 비슷한 아기 고릴라라는 사실에 뿌듯함을 느끼며 아기 고릴라=스스로의 능력에 자존감을 느낀다.
<세상에서 가장 시원한 선물>이 주는 가장 큰 미덕이 바로 여기에 있다.
사랑하는 아빠, 엄마는 항상 자신을 보호하고 모든 뒤치닥거리를 해주는 커다란 그늘 같은 존재인데, 아직 어린아이일 뿐인 자신이 아빠, 엄마를 위해 무언가 대단한 일을 해냈다는 대견함!
자신도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할 수 있다는 생각은 무슨 일이든 스스로 하도록 독려하는 가장 훌륭한 격려가 되는 셈이다.
또, 가장 가까운 곳에서 언제든 손을 내밀어 줄 수 있는 ''가족''의 소중함도 더불어 느낄 수 있는 이야기이다.

크게 기대하지 않고, 그저 재밌겠다 싶은 이야기 속에서 아이는 자신이 꼭 필요한 존재이고, 누구보다도 중요한 일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의욕에 충만하게 되고, 부모는 생활 속에서 실제 느꼈던 감동과 기쁨을 다시 한번 되새기며 그렇지, 우리집 이야기네~ 하며 무릎을 치게 된다.

특히 큼지막한 본문 사이사이에 재미난 의성, 의태어를 눈에 확 띄는 글씨체로 바꿔 넣은 점이 마음에 든다. 의성/의태어 부분만 손으로 짚어 재밌는 목소리로 흉내를 내며 읽어 주면 아이가 까르르~ 넘거간다.
특히 아빠 고릴라가 온갖 수단을 동원해 등을 긁어대는 장면마다 반복되는 ''쓱쓱벅벅''이란 의성어를 아이가 그렇게 좋아할 수 없다. 책장을 덮고 나면 서로 등을 내밀며 쓱쓱벅벅 긁어 주는 재미란!


다만, 아쉬운 건 아빠 고릴라 곁에서 잔소리만 하는 모습으로 그려진 엄마 고릴라...ㅠ,.ㅜ
엄마 고릴라가 긁어 주면 단번에 해결될 것을 멀리 집밖으로 나가 고생하는 아빠 고릴라라니. 끝까지 엄마 고릴라는 아빠 고릴라의 괴로움은 아랑곳 않고 아기가 깬다며 타박뿐이다.
흠...이 책을 읽는 세상의 엄마들이 섭섭해하지 않을 수 없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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