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모노
성해나 지음 / 창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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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이벤트 가제본 도서 제공)

<빛을 걷으면 빛> 이후 읽게 된 성해나의 신작 소설집 <혼모노>
이 책에는 <빛을 걷으면 빛>에서도 익숙하게 볼 수 있었던 밴드, 시골 사회, 일제강점기, 세대 갈등 등이 나온다. 얼핏 보면 비슷한 이야기 아니냐 할 수 있지만 또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이 이야기들은 "이해"라는 단어로 묶어서 읽을 수 있다.

이해하려는 혹은 이해하고 싶지 않아서 몸부림 치는 인물들은 서로 다치기도 하고 스스로 다치기도 한다. 그 갈등을 덮거나 지우지 않고 아주 단단하고 차가운 눈으로 명확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도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피하지 못하고 마주하게 된다.

그전의 소설들 중 <OK, Boomer>, <소돔의 친밀한 혈육들> 이 마음에 들었다면 신작 <혼모노>를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끊임없이 부딪히고 실패하고 엎어지지만 바다가 차오르고 빠지길 반복하듯이 이어지는 하루들을 살아가는 <메탈>도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이런 책이 다 있다. 헛구역질이 날 정도로 징그럽다가도 솜털이 쭈뼛 설 정도로 무섭고 머리가 아플 정도로 소란스럽다가도 이내 차분해지는.
이런 사람들이 다 있다. 아마 현실 어딘가에도.

#성해나 #혼모노 #창비 #창비서평단 #가제본서평단 #국내소설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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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해 대작전 노란 잠수함 14
이명랑 지음, 나오미양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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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뭐가 그렇게 어려운지 후회하면서도 먼저 손 내밀기 힘들어한다
어린이들의 같이 놀고 싶고 친구를 좋아하는 솔직한 마음이 어떻게 화해하면 좋은지 알려주는 좋은 책
어린이에게도 추천 어른들에게도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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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와 배우가 - 김신록 인터뷰집, 두 번의 만남, 두 번의 이야기
김신록 지음 / 안온북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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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모두 어디서 얼굴 한번쯤 봤을 김신록 배우가 스물다섯명의 배우와 나눈 인터뷰집이다. 연극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익숙한 얼굴들이 많을 것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몇몇 배우들은 눈에 익을 것이다. 연극을 본 경험이 많지 않은 나는 후자의 독자였다. 그래서 초반에는 자신의 연기 세계가 확실한 배우들의 말이 어렵게 읽혔다. 누군가가 오랜 세월에 걸쳐 쌓아온 세상을 들여다보는 것은 참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구나, 깨달았던 것 같다. 그렇지만 이건 이어지는 글이 아니다보니 아는 배우나 원하는 챕터의 인터뷰부터 골라 읽을 수 있어서 나의 경우에는 이자람 배우나 강말금 배우, 이봉련 배우를 알아 그 챕터를 먼저 읽기도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얼굴이 조금씩 바뀌듯이 사람의 생각도 그 흐름에 따라 바뀌기 마련이다. 종종 좋아하는 사람의 인터뷰를 찾아보며 길면 1,2년 짧으면 6개월 사이에 미묘하게 달라진 생각들을 발견할 때가 있었고, 그점이 아쉬울 때도 있었다. 그 사이 간격을 이어줄 거리가 없으며 하나의 말만 봤을 때는 내 시선도 그 말대로 고정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배우와 배우가>가 두 번의 인터뷰를 진행해 엮어둔 점이 아쉬움을 충족시켜 주었다.
변화하는 시대와 처음 겪은 코로나 상황 등으로 관객을 직접 마주하지 못하게 되었고 극을 아예 올리지 못하기도 하고 내가 가던 길이 다르기도 하다. 하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고 다른 길을 찾으며 그만의 장점을 찾으며 배우들은 오늘도 무대를 올리고 연습실에 출근한다.
잘 아는 사람들의 대화를 읽어가며 나도 삶을 한번 되돌아보게 되는 경험을 했다. 연극을 잘 모르면 나처럼 초반에는 어려움을 겪을 순 있지만 읽어지는 대로 읽다보면 내게 와닿는 챕터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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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브 (양장) 소설Y
단요 지음 / 창비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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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어떤 세계에 살고 있는 걸까. 네모난 기계 속 세상은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는데, 내가 발 딛고 서서 보고 있는 세상은 이상하리만큼 평온하다. 그래서 우리는 슬퍼하면서도, 웃으면서도, 주어진 일을 하느라 바쁘다. 핸드폰으로 감정이 가득 담긴 이모티콘과 문장을 보내는 무표정한 얼굴처럼.

"그냥, 그런 세상에 있었던 거야. 없어진 것도, 아주 먼 곳에 있는 것도 눈앞에 불러낼 수 있었던 세상이. 그게 너무 당연해서 만질 수 있는 무언가를 간직할 필요가 없던 세상이."

세상이 너무 간편해져서 우리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순간들을 잃는다. 그것을 끌어모아 뭉치면 '소중함'이라는 단어가 되는데, 사라지기 전에는 존재하는 것도 몰라서 잃고 나서야 우리는 그 존재를 깨닫는다. 냉장고 속에서 음식은 썩어나가 곰팡이가 생겨야 눈에 들어오고, 청소하지 않아야 더러운 집구석을 보게 되고, 사람이 사라져야 뒤늦게 후회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사라진 존재를 다시 불러낸다면, 우리는 다시 아름다운 세계로 갈 수 있을까? 아름답기만 한 세상이 존재하긴 하는 걸까? 우리가 지나온 순간들이 아름답기만 했을까?
끝도 없는 질문들을 내뱉다 보면, 물에 잠긴 서울에 떠 있는 기분이 든다. 모든 것이 멈춘 어두운 세상에서 홀로 서 있는 존재. 어떻게 사는 것이 맞을까. 누굴 위해 사는 것이 맞을까.
<다이브> 속 세상은 너무 많은 것을 잃어버려 어느 하나 이상한 일이 아닌 세계가 되었다.

"만약 이상한 게 있다면 바로 그런 말 자체일 거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사람을 사람 한 명으로 내버려두지 않는 낱말들 말이다. 부모님이 그랬고 남편이 그랬고 아들이 그랬다. 낱말들은 청소기와 자동차가 그랬던 것처럼 물에 잠겼으며 어느 물꾼도 서울 밑바닥에서 그것을 건져 오지 않았다."

사람이 너무 많은 세계에서 개인을 한 명의 사람으로 보는 것이 힘들어, 우리는 여럿을 묶어 분류했던 걸까? 도시가 물에 잠기고 많은 것을 잃고 나서야 오로지 개인으로 서로를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서글프게 들리면서도 기쁜 일이었다. '나'가 '나'로만 존재할 수 있다는 게 당연하다는 걸 알면서도, 원래 당연한 일이 가장 어려운 일이니까.
<다이브> 속 세계는 그 어려운 일을 해내면서 서로가 서로의 손을 맞잡고 단단했던 매듭을 느슨하게 만드는 따뜻함을 가진다. 세상이 물에 잠기고, 죽을지도 모르지만 수면 아래로 몸을 넣어야 하고, 종종 운이 나쁜 이들의 공기탱크를 살기 위해 빼내야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있는 서로를 마주하며 몸과 마음의 시차를 현재로 맞추는 이들의 삶은 그 무엇보다 강력한 힘을 가진다. 불운을 예감하면서도 열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행동하는 이는 그 힘을 가지고 자신을 다음으로 한 걸음 내딛을 수 있게 만든다. 그 힘은 다시 다른 이들, <다이브> 속의 인물들과 <다이브>를 읽은 독자에게까지 닿는다. 그 다정하고 부드러운 힘이 노을처럼 모두를 물들인다. 밤이 와도 그 끝에는 다시 낮이 온다는 것을 가장 다정한 방법으로 알린다.

#다이브 #소설다이브 #창비 #소설Y #소설Y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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