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브 (양장) 소설Y
단요 지음 / 창비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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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어떤 세계에 살고 있는 걸까. 네모난 기계 속 세상은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는데, 내가 발 딛고 서서 보고 있는 세상은 이상하리만큼 평온하다. 그래서 우리는 슬퍼하면서도, 웃으면서도, 주어진 일을 하느라 바쁘다. 핸드폰으로 감정이 가득 담긴 이모티콘과 문장을 보내는 무표정한 얼굴처럼.

"그냥, 그런 세상에 있었던 거야. 없어진 것도, 아주 먼 곳에 있는 것도 눈앞에 불러낼 수 있었던 세상이. 그게 너무 당연해서 만질 수 있는 무언가를 간직할 필요가 없던 세상이."

세상이 너무 간편해져서 우리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순간들을 잃는다. 그것을 끌어모아 뭉치면 '소중함'이라는 단어가 되는데, 사라지기 전에는 존재하는 것도 몰라서 잃고 나서야 우리는 그 존재를 깨닫는다. 냉장고 속에서 음식은 썩어나가 곰팡이가 생겨야 눈에 들어오고, 청소하지 않아야 더러운 집구석을 보게 되고, 사람이 사라져야 뒤늦게 후회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사라진 존재를 다시 불러낸다면, 우리는 다시 아름다운 세계로 갈 수 있을까? 아름답기만 한 세상이 존재하긴 하는 걸까? 우리가 지나온 순간들이 아름답기만 했을까?
끝도 없는 질문들을 내뱉다 보면, 물에 잠긴 서울에 떠 있는 기분이 든다. 모든 것이 멈춘 어두운 세상에서 홀로 서 있는 존재. 어떻게 사는 것이 맞을까. 누굴 위해 사는 것이 맞을까.
<다이브> 속 세상은 너무 많은 것을 잃어버려 어느 하나 이상한 일이 아닌 세계가 되었다.

"만약 이상한 게 있다면 바로 그런 말 자체일 거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사람을 사람 한 명으로 내버려두지 않는 낱말들 말이다. 부모님이 그랬고 남편이 그랬고 아들이 그랬다. 낱말들은 청소기와 자동차가 그랬던 것처럼 물에 잠겼으며 어느 물꾼도 서울 밑바닥에서 그것을 건져 오지 않았다."

사람이 너무 많은 세계에서 개인을 한 명의 사람으로 보는 것이 힘들어, 우리는 여럿을 묶어 분류했던 걸까? 도시가 물에 잠기고 많은 것을 잃고 나서야 오로지 개인으로 서로를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서글프게 들리면서도 기쁜 일이었다. '나'가 '나'로만 존재할 수 있다는 게 당연하다는 걸 알면서도, 원래 당연한 일이 가장 어려운 일이니까.
<다이브> 속 세계는 그 어려운 일을 해내면서 서로가 서로의 손을 맞잡고 단단했던 매듭을 느슨하게 만드는 따뜻함을 가진다. 세상이 물에 잠기고, 죽을지도 모르지만 수면 아래로 몸을 넣어야 하고, 종종 운이 나쁜 이들의 공기탱크를 살기 위해 빼내야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있는 서로를 마주하며 몸과 마음의 시차를 현재로 맞추는 이들의 삶은 그 무엇보다 강력한 힘을 가진다. 불운을 예감하면서도 열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행동하는 이는 그 힘을 가지고 자신을 다음으로 한 걸음 내딛을 수 있게 만든다. 그 힘은 다시 다른 이들, <다이브> 속의 인물들과 <다이브>를 읽은 독자에게까지 닿는다. 그 다정하고 부드러운 힘이 노을처럼 모두를 물들인다. 밤이 와도 그 끝에는 다시 낮이 온다는 것을 가장 다정한 방법으로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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