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 설계자
경민선 지음 / 북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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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후의 저승이 천국이나 극락이길 바라고, 지옥에는 가지 않는 것!

어쩌면 모든 종교의 출발이자 종착이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그래서 평생 남을 아프게 하지 않고 착하게 살려고 하며, 만일 나쁜 짓을 했다면 헌금이나 시주라도 많이 해서 죄를 덜거나 사함을 받았다고 스스로의 위안을 삼는 것일지는 아닐런지...

저승사자가 있고 염라대왕이 생전에 한 일을 심판하여 나쁜 짓을 한 이들에게 지옥의 벌을 내리는 동양의 사후세계를 그린 영화 <신과 함께>가 사랑을 받은 것은 그만큼 죽음에 대한 공포와 사후세계에 대한 관심이 많음을 보여주는 증거라도 할 수 있겠다.

경민선의 신작 소설 <지옥의 설계자>는 죽음에 대한 공포가 사라진 세상의 이야기를 다룬다.

전작인 <연옥의 수리공>에 이어지는 세계관인데, 인간에게 있어 가장 보편적이고 본능적인 두려움이자 공포인 죽음이 이 세계관에서는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과학 기술의 발달로 인해 가상현실을 구현하는 것이 가능하며, 만일 서비스 구독료만 지불한다면 인간의 뉴런을 보존하여 가상현실에 입주해 살아가는 것이 가능하다. 즉 죽음이 더 이상 끝이 아닌 또다른 세계로 향하는 통로가 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선량하게 사는 사람 다수는 이러한 죽음에 대한 반대를 표하는데, 흉악범의 경우 사형과 같은 죽음이 더 이상 형벌이 아니게 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흉악범들이 사후에도 심판을 받을 수 있는 '지옥' 서버를 만들게 된다.

AI의 발달은 그간 인류가 꿈꿔오던 일을 더 이상 상상이 아닌 현실로 만들고 있다.

단순히 노동을 덜어주는 것에서 벗어나 복잡하고 힘든 계산을 훨씬 빨리 대신해줄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놀랄만큼 빠른 속도로 일상을 바꿔 놓고 있다.

이 소설은 어쩌면 이런 현실에 대한 경고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소설에서 그려지고 있는 세계 - 인간이 만들어내는 지옥은 종교까지도 무력화시킬 수 있을 정도로 인간의 삶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세계이다.

작가의 상상력이 놀라우면서도 행여나 현실화될까 두렵기도 하다.

[출판사의 도서 지원을 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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