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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것만 팔렸을까 - 시장을 뒤흔든 빅히트 아이템의 비밀
신병규 지음 / 해뜰서가 / 2025년 6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마트 진열대에 수없이 쌓여 있는 상품들, 하루에도 몇 번씩 새로 등장하는 서비스들 사이를 보면서 늘 궁금했다. 왜 어떤 제품은 나오자마자 팔리지 않고 사라지는데, 어떤 건 없어서 못 파는 ‘대박 상품’이 되는 걸까. 나만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니겠지. 왜 그것만 팔렸을까는 그 오래된 궁금증에 하나하나 실마리를 던져주는 책이다. 저자는 말한다. 잘 팔리는 물건 뒤에는 늘 고객의 행동을 정확하게 읽어낸 누군가가 있다고. 그리고 그들이 붙잡은 건 거창한 데이터가 아니라 ‘사소한 단서’라고 말한다. 그 단서를 이 책에서는 ‘스몰데이터’라 부른다.
스몰데이터란 사람들이 무심코 흘리는 말, 행동, 표정, 몸짓, 습관 같은 것들을 말한다. 눈에 잘 띄지 않고, 수치화되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 안에는 고객이 진짜 원하는 것이 있다. 저자는 장사가 안 될 때는 경제 상황만 탓할 게 아니라, 고객을 제대로 보고 있는지 먼저 돌아봐야 한다고 말한다. 소비자는 언제나 말 없이 신호를 보내고 있고, 그 신호를 먼저 발견한 사람만이 시장에서 살아남는다. 이 책은 그런 사소한 신호를 어떻게 발견하고, 해석하고, 실천으로 옮겨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책에는 수십 개의 실제 사례가 나온다. 마켓컬리의 새벽배송, 당근마켓의 하이퍼로컬 거래, 쿠팡의 로켓배송 같은 유명한 사례부터 동네 생선가게 사장님의 이야기까지 있다. 그 모든 성공 뒤에는 고객을 관찰하고, 그 마음을 따라가려 했던 사람이 있었다. 이케아, 스타벅스, 다이소, 에르메스, 샤오미, 토스, 서울아산병원, 66걸즈… 브랜드의 크기나 성격과 관계없이, 사람을 향해 눈을 돌린 기업이 결국 고객의 선택을 받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책은 총 6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장에서는 ‘왜 스몰데이터에 주목해야 하는가’를 설명한다. 이후에는 일상의 불편함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사례, 숨겨진 욕망을 발견해 성공한 브랜드들, 감성에 집중한 마케팅, 가성비와 가심비의 균형, 그리고 스몰데이터를 실전에서 수집하고 활용하는 방법까지 다룬다. 목차를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이 책이 단순한 사례 모음이 아니라 하나의 마케팅 수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마지막 장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고객을 관찰하고, 기록하며, 분석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기 때문에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읽으면서 가장 많이 공감한 부분은 ‘기록’에 대한 이야기였다. 고객의 사소한 행동을 매일 조금씩 적어두는 것만으로도 인사이트가 생긴다고 한다. 그건 교사로서 내가 평소에 아이들과의 관계에서 느끼는 부분과도 많이 닿아 있다. 아이의 작은 행동 하나, 말투 하나가 어떤 감정의 표현인지 생각해보는 일과 닮아 있었다. 결국 장사든 교육이든, 본질은 사람을 향한 관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이 책은 마케팅 책이면서도 전혀 딱딱하지 않다. 사례 중심이라 읽기 편하고, 나처럼 마케팅을 전문적으로 공부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무리 없이 다가온다. 중요한 개념은 반복해서 설명해주고, 쉽게 풀어주기 때문에 술술 읽힌다. 중간중간에는 “아, 그래서 그 제품이 잘 팔렸구나” 하고 무릎을 탁 치게 되는 순간들이 많다.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사람은 참 많다. 장사를 시작한 친구, 창업을 고민 중인 이웃 엄마, SNS로 뭔가 해보려고 하는 지인들, 그리고 나처럼 지금은 그런 걸 직접 하진 않지만 언젠가 하나쯤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는 사람까지. ‘뭔가 해보고는 싶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싶은 이들에게 특히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이 책은 어떤 특별한 능력이 있어야만 성공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관심과 기록, 꾸준한 관찰이 쌓이면 누구나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읽고 나니 내가 매일 마주치는 사람들, 교실 안에서 만나는 학부모와 아이들, 동네 가게와 시장 풍경까지도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세상에 의미 없는 행동은 없다는 생각, 그리고 그 안에 무언가의 ‘시작’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단지 ‘잘 팔리는 것의 비밀’을 알려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우리가 얼마나 쉽게 고객을 놓치고 있었는지, 얼마나 자주 ‘내 생각만’ 하고 있었는지를 되돌아보게 해준다. 결국 중요한 건, 고객의 마음을 얼마나 깊이 들여다보느냐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건 누구에게나 가능한 일이다.
왜 그것만 팔렸을까는 그런 가능성을 일깨워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