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사라진 총의 비밀 -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고 빼앗긴 M1900을 찾아서
이성주 지음, 우라웍스 기획 / 추수밭(청림출판)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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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토 히로부미를 제거하든 제거하지 않았든 무슨 차이가 있느냐는 질문이 있을 수 있다. 실질적인 효과를 생각하면, 이토 히로부미가 살아 있었을 경우 한일 병합은 이렇게 급속도로 거칠게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다. 외교적 수순을 다 밟고, 정치적 안배를 다 마친 후 ‘확실하게’ 병합에 들어갔을 것이다. 이 경우 태평양 전쟁의 패전 이후 한국의 운명이 어찌되었을까를 생각해봐야 한다. 비약일지도 모르지만, 오키나와가 지금까지 독립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이처럼 한국이 일본에 완벽하게 종속되었을 가능성은 그리 높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아예 불가능한 이야기도 아닐 것이다. (41-42)

호기심은 이어졌다. 한국의 안중근 기념관, 독립기념관, 전쟁기념관을 비롯해 독립운동 관련 기관들을 찾아봤다. 놀라웠다. 어디에도 안중근이 하얼빈에서 사용한 총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실물은 고사하고 동일 기종의 복각품도 없었다. 한국 안중근 기념관에 플라스틱 덩어리 총이 하나 덩그러니 놓여 있음을 확인한 것이 전부였다.

"우리가 하나 만들어볼까?" 2018년 4월의 일이었다. (46)

총을 좋아하는 40대 남자 셋이 뭉쳐 총을 가지고 콘텐츠를 만들어 유쥬브를 운영하던 중,

우연찮게 알게된 안중근 기념관에 전시된 총이 실제 안중근이 사용한 총 모델과는 다르다는 사실,

이 사실 그리고 호기심을 가지고 찾던 중, 어디에도 안중근이 하얼빈에서 사용한 총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가지고 그들이 기획한 것이

<잃어버린 총을 찾아서>프로젝트이다.

일반적인 리볼버 권총을 사용할 경우 4초란 짧은 시간 안에 모든 총탄을 다 쏟아낼 수 없다. 격발 간격이 자동권총보다 훨씬 더 길기 때문에 세 발을 쏘기 전에 안중근이 체포됐을지도 모른다. 아울러 당시 리볼버 권총은 위력이 강하기 때문에 탄막 사격(부대 단위로 일제히 한 지점을 향해 가하는 포격)은 가능할지라도 개인의 정밀한 조준 사격용으로는 부족한 점이 있었다.

안중근이 당시로서는 최신식인 M1900을 가지고 거사를 치렀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즉 안중근은 사전에 치밀한 계산에 의해 M1900을 선택했다. 현대 권총 사격법으로도 상식 밖이라 할 수 있는 '한 손 격발'로도 매우 정확한 사격이 가능했던 이유는 M1900과 7.65밀리미터 탄이 한 손으로도 충분히 반동을 받아낼 수 있게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후 미국을 찾아가 리볼버와 M1900 모델로 실제 사격까지 점검했다. 결론은 사격선수도 M1900이었다.

이 책은 두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안중근이 사용한 총인 M1900의 행방을 찾아 탐구하며 이토 히로부미 저격의 비밀을 풀어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하얼빈 의거를 둘러싼 여러 인물들의 정황과 역사를 파헤치는 것이다. 전자는 하얼빈 의거 상황을 재현함과 동시에 안중근 장군이 왜 M1900을 선택했고 그 의미는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알려준다. 후자는 하얼빈 의거 전후의 맥락을 촘촘하게 살펴봄으로써 사건에 대한 총체적인 그림을 제시하며 시대와 인물을 내다보는 새로운 눈을 갖게 해준다.

안중근 내가 사용한 단총은 방아쇠를 한 번 당기고 그대로 있으면 다 발사되는 장치로 되어 있다

신문자 그대가 발사한 결과 이토 히로부미 공작은 어떻게 되었는지 알고 있는가

안중근 전혀 모른다 또 그 결과는 아무에게서도 듣지 못하였다

신문자 그대는 이토 히로부미 공의 생명을 잃게 하였으니 그대의 신체는 어떻게 할 생각인가

안중근 나는 내 몸에 대하여는 원래 생각한 일이 없다. 이토 히로부미의 생명을 빼앗으면 나는 법정에 끌려 나가서 이토 히로부미의 죄악을 일일이 진술하고 자신은 일 측에 일임할 생각이었다 (187)

특히 사건을 만들어나간 인물들을 깊이 있게 조명하며 우리가 몰랐던 역사의 비밀을 파헤치고 있는데, 하급 무사의 아들에서 근대 일본을 만든 최고의 권력자가 되기까지, 막연하게 ‘나쁜 놈’으로만 알고 있던 이토 히로부미의 일대기를 소개하며 그가 죽지 않았다면 어떤 역사가 펼쳐졌을지에 대한 시나리오도 이야기 한다. 이토 히로부미는 일본 정치인들 중 그나마 평화적인 외교를 추구한 사람이었고 안중근이 그를 죽인 것은 대단한 실수였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이 책은 겉으로는 평화적이었지만 속사정은 똑같은 식민주의자였던 그의 특성을 더욱 세심히 짚으며 안중근의 이토 히로부미 척살이야말로 한국사의 항쟁을 이끈 신호탄이었음을 말하고 있다.

안중근의 총은 끝내 발견되지 않았다. 일본인들은 이토 히로부미에 대해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러니 안중근의 총에 관심을 가질리가 없었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법적으로 보자면 그 총은 증거품이었고, 그 효력은 재판이 종료된 후 소멸되었다. 굳이 증거를 따진다면 '안중근의 자백'과 수많은 이들의 증언이 있었다. 시한이 종료된 압수품은 빼돌려지고 외부로 판매된다고 한다.

안중근의 ‘사라진 총’은 오랫동안 진행돼온 일본의 조직적인 ‘안중근 지우기’와 우리의 철저한 무관심이 합쳐진 결과였다. 일본과의 무역 마찰로 그 어느 때보다 근현대사와 독립운동에 대한 관심이 증폭하고 있는 요즘, ‘안중근의 총’은 우리의 역사적 성취를 알리기 위한 하나의 중요한 ‘물증’이자 세계사적 의거의 상징으로서 복원되어야 할 것이다.

잃어버린 역사를 찾는일,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일 것이다. 하지만.....!!!

거창한 사명감도 아니고 국가에 대한 충성이나 애국심도 아니었다고 말하는 그들,

잃어버린 총을 찾아서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필요한 동기를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고 말하는 그들,

어쩌면 우리 모두가 해야 할 일을 그들에게 일임한것에 우리는 반성을 해야할지도 모르겠다.

인간 안중근이 걸어간 길, 그것이 우리 모두가 걸어가야 할 길이라는 말이... 가슴깊이 와 닿는다.

그들의 긴 여정에..... 화이팅을 외친다! 깊은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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