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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저물어가는 생을 축복합니다
강신주 지음 / 엘리 / 2019년 10월
평점 :
아직 너무 정정하신 나의 부모님이지만
나는 가끔 생각한다.
내 부모가 내 곁을 떠나면 어떻게 하나?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아직 죽음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장례식장은 아주 어렸을 때 아니곤 가본 적이 없다.
그래서 무섭다. 장례식장에 가면... 어떻게 해야 하는건가,
내게.. 내 주변에 죽음이라는 현실이 생겨난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것인가!
이런 내게 늙어가는 것 그리고 죽는다는 것
그리고 죽음과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 책 한권을 만나게 되었다
<우리의 저물어가는 생을 축복합니다>
이 책은 미국에 사는 딸의 집을 찾아갔다가 갑작스레 낙상을 당한 이후 영영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된 어느 팔십 대 후반 노부부와 갑작스레 병간호를 하게 된 딸이 함께한 마지막 순간들을 담은 에세이이다.
'늙음'은 한 인간이 홀로 옰이 겪어내야 하는 인생의 과정인 것 같다.
우리 모두는 그 '불쌍한 경험'에서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그거 묵묵히 감당할 수밖에.
내가 아무리 부모님을 잘 모시려고 해도 두 분 각자에게 맡겨진 그 실존적 고통은 내가 개입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그러나 '마음이 가난해져버린' 나이 든 부모를 모시며, 나는 생각한다
마음이 가난하니 그들을 행복하게 해드리는 게 너무나 쉽지 않은가
곁에서 눈 마주치며 이야기를 나누고, 가려운 데를 긁어드리고, 다정히 머리를 쓰다듬어 드리고 ,
베개를 바로 놓아드리고, 손톱이며 발톱을 깍아드리고
이렇게 간단한 일들이 그들에게 행복감을 안겨준다
노인들은 언제든 행복할 준비가 되어 있다.
내가 곁에서 조금 힘이 되어드릴 수 있어서, 내가 그분들의 인생에 조금 행복을 드릴 수 있어서 다행이다.
내게도 곧 노년이 찾아올 것이다. (74-75)
마침내 그의 영혼이 육체를 떠나는 순간, 그의 신음이 멎었고 고통이 끝났다.
평화가 찾아왔다.
죽음은 우리 모두가 하나의 '인간' 그 자체가 되는 순간, 인간의 삶에서 유일하게 평등한 순간이다. (180)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아마 작가는 이런것을 바라지는 않았을 터인데...
담담하게 써내려간 그녀의 글에서 내 눈물을 바랬던것은 아니였을텐데...
눈물이 난다. 괜히 속상해진다.
나의 아버지 나의 어머니도 이제 나이가 들어가신다는 사실에..
모르겠다,
여전히 나는 생의 마지막 순간을 축복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다만 ,
지금 이 순간 내게 살아계신 나의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생의 마지막 순간을 축복할 수 있도록 지금 이순간, 후회하지 않을 순간을 만들어야겠다.
당장 전화한통 드려야겠다.
그리고
노인들은 언제든 행복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그녀의 말, 가슴깊이 되새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