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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냉정 - 난폭한 세상에 맞서는 우리의 자세
박주경 지음 / 파람북 / 2019년 7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9/0808/pimg_7743702562267067.jpg)
소설가 김훈님께서 이 책의 추천사를 남겼다.
“박주경의 글은 듣기를 통과해 나온 자의 말하기이다.
그의 글은 듣는 자의 글이고 듣기와 연결된 글이다. 듣기는 말하기의 바탕이고, 듣기의 바탕이 없는 말하기는 말이 아니라 음향에 불과하다.
박주경의 글을 읽으면서 나는 듣기와 말하기가 같다는 걸 알았다. 내가 남을 들음으로써, 나의 말이 남에게 들린다.
박주경의 글은 듣기를 포함하는 말하기이다. 그래서
그의 글은 모질거나 가파르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남에게 들리게 한다. 그 목소리에 사람과 사회에 대한 이해의 힘이 실려 있어서 듣는 이의
기쁨을 일깨운다.”
듣기를 통과해 나온 자의
말하기
첫페이지를 넘겼을 때 나오는 추천사를 읽고, 앞으로
펼쳐질 책의 내용이 더 궁금해졌다.
사실 『따뜻한 냉정』 이라는 이 책 제목만으로도 나는
책이 너무 궁금했었다. 그리고 책이 도착할 때 까지... 그 제목이 말하는 따뜻한 냉정이 무엇을 말하는것일지 생각해보았다. 냉정한데 따뜻하다고?
어떻게? 궁금했다.
그리고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왜 그가 제목을
따뜻한 냉정이라고 했는지 이해가 될 것 같다.
『따뜻한
냉정』
저자 박주경은 현직 공중파 앵커이다. 그는 언론에
몸담은 20년 차 기자이자, 아침 뉴스인 [KBS 뉴스광장]를 진행하는 현직 앵커다. 정치부·국제부·사회부·문화부·인터넷부 등 거의 모든 부서를
거쳤지만 사회부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고, 기자들 세계에서 ‘사회부 통’으로 통한다. 일반인들이 경험하기 힘든 수많은 사건 사고의 현장을
눈으로 목격했고, 이슈의 중심과 변방에서 각양각색의 인간군상을 만나며 살았다. 정제된 언어를 구사하여 2014년 ‘올해의 바른말 보도상’을
받았고, 취재와 관련해 여러 차례 수상했다. 그런 그가 말하는 이 세상
그리고 이 세상에 대하는 우리의 자세에 대해
들어본다.
『따뜻한 냉정』은 글 45편으로 이루어졌다. 각 장은
사회경제, 정치, 인간관계, 언론의 자세 그리고 인생의 작은 깨달음으로 나뉜다. ‘따뜻한 냉정’은 저자의 실제 좌우명이라고 한다. 삶을 향한
따뜻한 위로와 세상을 향한 냉정한 비판을 담은 이 책에서 그가 가장 먼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젊은 세대에 대한
이야기였다.
'꼰대' , 사실 이 단어에 대해 나는 한참을
고민했다. 나는 꼰대일까? 나는 젊은 세대일까? 기성세대일까?
나는.................................어디에
있는걸까?
'꼰대' 라는 말은 기성세대와 ‘밀레니얼
세대-Z세대’라 불리는 젊은 세대 간 갈등 혹은 세계관의 차이를 고스란히 함축한 말이다. 경제적으로 풍요해졌다고 해서 젊은 세대가 마냥 편한 건
아니다. 기성세대가 만든 사회 안에서 더 극심한 경쟁으로 내몰렸고, 계층 상승을 위한 사다리는 무너졌다. 누구나 1등을 할 수 없음에도 경쟁에서
실패한 청춘들은 자포자기한 채 사회와 자발적으로 단절하기도 하고, 가난한 청춘들은 채 꽃을 피우기도 전에 열악한 노동현장에서 목숨을 잃기도
한다. 젊은 세대는 이런 현실의 어려움을, 직장 혹은 사회 내에서 부딪히는 사고의 차이를 '꼰대'라는 말에 담아 소비한다. 그런 젊은 세대들에게
"나도 아파봤는데 너희만 유독 칭얼댄다. 그저 버텨내야지 무슨 답이 있겠는가?"라는 말은 꼰대스럽다.
"네 아픔을 내가 안다. 아프면 울어도 된다. 참지
말고 목 놓아 울어라."
이렇게 공감을 말을 건네는 게 우선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공감 없는 충고만으로 상처를 어루만질 수 있을 거라
꿈도 꾸지 마라!”
오직 마음에서 마음으로 가닿는 깊은 공감만이 통증을
한 꺼풀이라도 벗겨낼 치유의 가능성을 지닌다. 어떻게든 함께 약을 찾아보려는 노력, 이해와 공감을 바탕으로 한 위로! 이것이 아픈 청춘을 대하는
기성세대의 기본자세여야 한다고 말한다.
얼마전 나는 이런 기성세대에 대한 비판을 담은 책을 읽었다. 내
나이 이제 서른 후반
그렇게 많이 않은 나이지만 그 책이 말하는 기성세대에
대한 비판을 그냥 받아들이기에는 불편함이 없지 않아 있었다. 아니, 불편했다! 그런데 이 책은 다르다. 기성세대가 만든 사회 안에서 극심한
경쟁에 내몰린, 실패한 청춘을 위한 뼈아픈 현실에 대한 직시, 그리고 비판도 있지만 불편하지 않다.
이야기는 정치와 경제로 이어진다. 현재 일본과의
갈등에 대한 문제까지 언급한다. 또한 그는 국가 대 국가의 문제뿐 아니라 개인 대 개인, 개인 대 사회의 문제로 광범위하게 이야기 하고 있다.
음식주문 앱, 숙소공유 앱 등 신사업이 개발될수록 수익 공유 불균형이 가중되는 현상, 한국 재벌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부재와 대기업의 골목 상권
진출, ‘혼밥’ ‘혼술’로 상징되는 소비 패턴의 변화와 자영업자의 몰락까지 다양한 사회현상을 이야기 하고 있다.
『따뜻한 냉정』이 사회, 정치, 언론의 문제만
이야기하는 건 아니다. 앞선 담론들 사이사이 좀더 본질적인 삶,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문제도 함께 고민하는 책이다. 타인의 고통 앞에서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을 중심에 두고 사는 삶이 나에게 더 맞는 삶일까, 진실한 사랑이란 무엇일까, 점점 쇠약해지는 나의 역사, 부모님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사람을 어떻게 대하고 말을 어떻게 해야 할까 등 현실의 문제를 진정성을 담아 들려준다.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그의 글은
묵직한 냉정과 따뜻함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의 사람냄새가 함께 풍겼다.
사회이슈에 대한 이야기가 불편하게 느껴지고 보기 싫던
내가 이 책을 단숨에 읽을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 있다.
"박주경의 글은 듣기를 포함하는 말하기이다. 그래서
그의 글은 모질거나 가파르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남에게 들리게 한다. 그 목소리에 사람과 사회에 대한 이해의 힘이 실려 있어서 듣는 이의
기쁨을 일깨운다." (김훈)
모질거나 가파르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남에게
들리게 한다.
정말 그랬다. 사회에 대한 비판에 대한 시선이
불편하지 않다.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바라봤던 세상이야기가 공감된다. 담담하게 풀어내는 그의 이야기에서,
냉정하게 풀어내는 그의 이야기에서 따뜻함이, 온기가 느껴진다. '기자는 아무나 되는게 아니구나, 앵커거 그냥
되는것이 아니구나.... 기레기가 판치는 이 세상에 그래도 정의는 살아있음을, 믿고 볼 수 있는 글을 쓰는 기자가 있구나라는 것을 느끼게 해 준
이 책!
세상에 대한, 사회적 이슈에 대한 비판이 있지만 그
어떠한 것에도 강요는 없다. 단지 그가 풀어낸 글을 통해 난폭한 세상에 대해 맞설 수 있는 우리의
자세에 대해 스스로 느끼며 생각하게 만든다.
『따뜻한 냉정』지금 우리 사회에 대해 조금 더 냉철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싶은 분들이라면 이 책을 권해본다. 냉정함속에 온기가 있다. 따뜻함이 있다. 따뜻한
냉정이 있다.
너무 좋았던 이 책! 『따뜻한
냉정』
베스트셀러가 되어 많은 사람들이 읽기를...
바래본다.
......(중략)
하루가 흐르고 이틀이 흐르고
달팽이는 모랫길을 헤치며 계속 나아갔습니다.
어느 날 다른 달팽이가 곁으로 다가와 말했습니다.
"너는 나보다 집이 더
크구나!
나도 무겁지만 네가 훨씬
무겁겠네.
그러고도 어찌 그리 잘 달렸대? 대단해
...
조금 지나면 내리막이니까 같이
가보자."
그말은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았습니다.
처음으로 달팽이는 사막이 따뜻할 수 있음을
깨달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