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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안의 파시즘
임지현.권혁범 외 지음 / 삼인 / 200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 안의 파시즘>에서는 피시스트적 억압을 가능케 하는 우리 내면의 파시즘, 일상적 사고와 향동에 깊이 스며든 파시즘, 억압하고 착취하는 것을 스스로 욕망하는 우리 내면의 파시즘, 심지어 혁명적 투사로 자타가 공인하는 사람들의 내면에서도 쉼 없이 꿈틀거리는 파시즘을 비판한다. 현 시기 한국적 상황에서는 들뢰즈와 가타리의 분석을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우리 안의 파시즘>에서도 드러나듯이 현 시기의 미시적 파시즘은 단순히 자본주의 사회의 산물이라기 보다는 그 위에 분단적 상황이나 과거의 봉건적 잔재들이 덧씌워져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근대화 과정에 있어 경제적인 측면 이외에도 식민지 상황을 극복하고 독립으로 나아가려는 제 3세계적 특성이 한반도에는 짖게 드리워져 있다. 경제적 성장과 독립의 쟁취라는 두 가지 과제가 근대화의 과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목표로 설정되는 과정에서 과거 독재정권이 사용한 방법들은 섬뜩하기까지 하다. 문민정부의 등장 이후에 실질적 군부독재가 타개된 상황에서도 여전히 우리를 괴롭히는 성장주의와 국가주의는 미시적 파시즘의 형태로 대중을 억압·조종·통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가족주의라는 봉건적 잔재는 여전히 그 외연을 국가로 확장시키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의 상황에서 봉건적 뿌리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는 가부장성은 성장주의에만 맞물려 있는 것이 아니다.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볼 때 가족주의의 이데올로기 속에서의 한국 여성의 상황은 남성에 비해 더욱 더 가혹하다. 한국의 여성에게는 기존의 가족주의에 여성에 대한 차별이 덧 씌워져 있는 이중적 억압의 상황에 있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발달과 물질적 성장에 의해 여성의 위치는 과거에 비해 상당 부분 개선되기는 했지만, 자본주의가 탈코드화를 통해 인간을 재코드화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이를 마냥 낙관적으로만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자본주의는 탈코드화된 여성의 욕망을 포획하여 자본주의의 현실원칙에 철저하게 예속시키기 때문에 여성의 상품화와 같은 재코드화의 현상은 계속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