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 #가제본서평단 #김금희 #크리스마스타일
*창비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는 서평입니다.
김금희 작가의 연작소설에 실린 7편의 이야기는 움츠러든 한 해를 보내는 독자에게 ‘그래도 괜찮아.’라며 포근히 감싸주며 크리스마스의 반짝임을 보며 어깨를 펴 보라고 말하는 듯하다. 앞으로 영양가 없는 관계를 정리하지 않고도(은하), 수치심을 무릅쓰고서라도 용기를 내며(신한가을), 상실을 그대로 받아들이며(옥주), 현재 삶의 양식이 되어 준 과거의 따뜻함을 떠올리며(양진희), 자신을 위로하던 동료의 손길을 기억하며(소봄) 크리스마스와 눈의 박애주의를 누려 보라고 말한다.
<은하의 밤>에서 ‘모든 영양가 없는 관계들과 결별해야지’하던 ‘은하’는 각자의 노력이 보람없어진 날 크리스마스 이브날 모여 같이 먹는 컵라면과 눈 덕분에 함께 하게 된 동료가 있고, ‘다 나았어요?’라고 물어주는 조카가 있기에 ‘이 밤은 어떤 용서도 구원도 ’수거‘도 필요하지 않는 그저 흔한 크리스마스’가 된다.
<데이, 이브닝, 나이트>에서 ‘한가을’은 인생이 막막하던 어떤 때에 안미진과 나이트 근무를 하면서 각자의 짝사랑을 이야기한다. 각자 자시의 사랑을 이야기하면서 서로 아끼는 사람이 되어 가며 크리스마스에 내리는 눈송이를 보며 ‘수치심이랄지 어떤 것들과 결별하면서 또 다른 관계를 회복하려고 한다.
<월계동, 옥주>에서 ’옥주‘는 ’비슷한 시기에 가까운 이들이 떠난 상실감을 피해 간 베이징 대학에서 ‘쉬 야오 방 망 마?’라고 물어 주는 ‘예후이’(빛나고 빛나는)를 만나고 여행하면서 ‘하이 하오’(그럭저럭) 괜찮은 것을 받아들이고 못난 자신을 갸륵하게 여길 수 있는 사람이 된다.
<하바나 눈사람 클럽>에서 ‘양진희’는 ‘버림받느니 먼저 떠나는 사람이 되겠다는 결심’을 하던 아홉 살짜리였지만 ‘겨울이 지나고 봄볕이 막 의식될 무렵의 아이’ ‘주찬성’을 떠올리며 크리스마스 조명도 꺼졌지만 ‘수십번 맞닥뜨렸지만 한번도 시시하지 않았던 그 작고 특별한’ 눈이 오고 ‘오래전처럼 손들어 인사’할 수 있는 누군가를 만난다.
<첫눈으로>에서 ‘소봄’은 돌아가신 아빠에게 했던 모진 말을 후회하며 우는 자신에게 ‘그건 그냥 너어무 두려워서 움츠러든 사람이 하는 아주 작은 말일 뿐이었을거야.’라고 정리하며 위로하는 PD 지민의 손길을 기억하며 그때 그 크리스마스의 기억으로 ‘혼자만의 힘으로 걸어할 수 있’는 힘을 얻는다.
<당신 개를 안아봐도 될까요>에서 ‘상처에 갇힌 사람’으로 살지‘ 않기 위해 지인들의 개를 만나면서 ’나라는 인간이 분명해‘짐을 느끼며 괜찮지는 않지만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게 된다.
<크리스마스에는>에서 방송국 피디 지민은 “복수도, 화해도, 용서도, 기적적인 능력에 대한 찬탄이나 입증, 아무것도 가능하지 않았던 부산행이지만 적어도 생일축하는 있었다’고 생각하면서 ‘그러니 홀리하긴 홀리했다고 여기면서’ 복수하려 했던 옛 애인에게 ‘잘 지내,’라고 인사를 건넨다.
마지막에 실린 이 단편은 ‘내가 어른이 되고 나서도 늘 일용한 삶의 기준들이 만들어진 곳’인 부산이 배경이다. 올 크리스마스에는 김금희 작가의 <<크리스마스 타일>>을 읽고 부산을 여행하는 것도 좋겠다. 부산역에 내려, 짜장면과 만두를 먹고, 508번 버스를 타고 영도 흰여울문화마을 손목서가 야외 테라스에 고양이와 나란히 앉아 뱅쇼향을 맡으며 뜨거운 커피를 한잔하시길 추천한다. 흐린 날이라면 10년에 한번쯤 내린다는 눈을 기대해도 좋겠고, 눈이 아니라면 규칙적으로 울릴 태종대 등대의 뱃고동 소리는 지친 우리를 포근히 감싸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