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텍쥐페리, 내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김보경 옮김 / 시공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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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왕자’로 유명한 생텍쥐페리는 동화같은 삶을 사는 사람이었다. 비행에 흥미를 붙여 이곳저곳을 떠돌며 꿈을 찾아가던 젊은이, 위 사진은 1921년 그가 22세 되던 해 비행기에 오르기 전 자신의 모습을 그린 것이다. 엄청난 비행복에 장갑에 두 켤레나 겹쳐 신은 양말까지. 그런 자신을 보고 코끼리처럼 육중해진 모습이라고 말했고, 그 모습을 이야기하며 엄마의 웃음을 떠올렸다. 동생, 사촌간의 편지도 있지만 책 한 권이 거진 어머니에게 도착한 생텍쥐페리의 편지였다. 어릴 때부터 꽤 긴 장문의 편지를 썼던 그는 기숙사 생활을 하느라 홀로 있는 시간이 많아 외로움을 많이 타는 그런 사내였다. 그러나, 당신의 외로움도 이만큼 어머니에게 사랑을 고(告)하는가? 


그의 사랑은 남달랐던 것 같다. 편지 곳곳에는 어머니에 대한 애정이 가득 묻어난다.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인만큼 진지하게 ’어머니’라는 존재에 대한 감사를 표하기도 한다. 

언제나 변하지 않는 진실은, ’어머니’란 가엾은 사람들의 유일하고 진정한 피난처라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왜 이젠 저한테 편지를 안 보내주세요? (213쪽) / 1921년, 카사블랑카 

그는 사랑을 갈구한다. 얼굴을 대면하지 못하고 감정이 극한 상황에서 자신의 마음을 전하게 되는 ’편지’라는 특성도 있었겠지만 생텍쥐페리는 어머니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그 사랑을 전해주는 어머니에 비해 자신이 못난 아들인 것을 알기에 항상 미안해하고 고마워한다. 10대, 20대, 30대를 거쳐가면서도 그의 어머니 사랑은 변치 않는다. 그에게는 흔한 사춘기도 부모님과 함께 지내지 못한 독백의 거리가 잡아먹고 말았다. 


이 책에서는 그러한 ’그리움’만이 강조되는 것도 아니다. 생텍쥐페리의 편지를 모운 서간집인만큼 그에 담긴 생텍쥐페리의 생애 또한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학생 때 동생을 잃었던 기억은 오랜 시간 짊어지고 있다가 어린왕자가 죽는 장면에 오버랩되었다. 그는 1923년 처음으로 한 잡지에 자신의 단편 소설을 싣게 되었으며, 이후 소설에 흥미를 품게 된 그는 연이어 소설을 쓰게 된다. ’어린 왕자’에서 보았던 귀가 비죽한 사막 여우를 기억하는가. 

여기서 난 페네크 여우. 혹은 고독한 여우라고 하는 여우 한 마리를 키우고 있단다. 고양이보다 훨씬 작고, 귀가 아주 큰 녀석이지. 참 귀여워. 안타깝게도 성격이 야수처럼 거칠어서 마치 사자처럼 포효하고 있구나. (345쪽) / 1927년, 쥐비


그의 생애와 함께 그가 죽기 직전 마지막으로 펴낸 소설, ’어린 왕자(1943)’가 완성된 느낌이었다. (그는 1944년 7월 31일, 독일군 정보 수집을 위해 출격했으나 귀환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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