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밝은 밤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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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의 나는 사람이 싫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간절히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서울에서처럼 친구와 한참 이야기하고 싶기도 했고, 손을 뻗으면 닿을 곳에 내 편이 되어주는사람이 하나만 있어도 좋겠다는 욕심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가깝고 끈끈해서 속까지 다 보여주고 서로에게 치대는사이가 아니었으면 했다. 나에게 결혼은 그런 것이었지만,
더이상 그런 관계가 가능하리라는 믿음이 들지 않았다.

"새비 아저씨랑 새비 아주머니는 서로 친구처럼 지냈지. 새비 아저씨가 원체 그런 사람이었나봐. 도무지, 어떤경우에라도 남 위에 올라가서 주인 노릇하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이었던 거야. 그때는 아무리 개화된 사람이라고 해도 자기 아내 위에는 올라가야 위신이 선다고 생각하던 세상이었는데도, 아저씨는 그러지 않으려고 했어. 아저씨 고집 같은 거였나봐."

"착하게 살아라, 말 곱게 해라, 울지 마라, 말대답하지마라, 화내지 마라, 싸우지 마라. 귀에 딱지가 앉도록 그런얘길 들어서 난 내가 화가 나도 슬퍼도 죄책감이 들어. 감정이 소화가 안 되니까 쓰레기 던지듯이 마음에 던져버리는 거야. 그때그때 못 치워서 마음이 쓰레기통이 됐어. 더럽고 냄새나고 치울 수도 없는 쓰레기가 가득 쌓였어. 더는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아……… 나도 사람이야. 나도 감정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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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을 숭배하는 사람에게는 이익의 도덕 외에 어떠한 도덕도 없고,
물질숭배 외에 어떠한 종교도 없다. 그들은 빈곤이 육체적 불구나 장애를 가져온다고 보고 그런 사람을 보면 사려 없이 떠든다. "저 몸을낫게 해주십시오. 몸이 튼튼해지고 잘 먹고 살이 오르면 영혼도 되돌아올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영혼이 나아야 비로소 육체도 나을 수있다고 말하고 싶다. 병의 뿌리는 영혼에 있으며, 육체의 질병은 영혼의 병이 밖으로 드러난 것에 불과하다. 지금의 인류는 하늘과 땅,
신과 우주를 하나로 결합하는 보편적 신앙이 없기 때문에 멸망해가고 있다. 영혼의 종교는 공허한 말과 생명 없는 형식만 남긴 채 사라졌고, 의무에 대한 의식과 자기희생의 능력도 완전히 사라졌기 때문에 사람들은 야만스러워지고 극도로 타락해 ‘이익‘이라는 우상을 공허한 제단에 높이 모셨다. 세상의 폭군들과 제후들이 그 제사장이 되었고 그들의 입에서는 "개인은 오직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자신을 위마치니 해서만 존재한다!"는 역겨운 가르침이 흘러나오고 있다. - P135

구원은 특정한 종교에 대한 믿음이나 의식이나 성사가 아니라, 자기 삶의 의미를 확실히 깨닫는 데 있다. -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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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주는 성령, 하느님이 아낌없이 주시는 성령(요한복음 3:34)이 어디서 불어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요한복음 3:8) 그리스도교도는 삶의 외적인 목적을 정할 수 없다. - P132

이기주의자는 적대적인 타자들 사이에서 고독을 느끼고, 오직 자신만의 행복만을 바란다. 선량한 사람은 우애로 가득한 존재들의 세계에 살고, 그 모든 존재의 행복이 그 자신의 행복이 된다. - P133

우리와 사물들 사이에는 얼마나 많은 장벽이 있는가! 기분, 건강, 눈의 조직, 방안의 유리창, 안개, 연기, 비, 혹은 먼지, 심지어 빛까지, 이모든 것은 끊임없이 변한다. 헤라클레이토스는 "똑같은 강물에서 두번 목욕할 수 없다"고 말했지만, 나는 똑같은 풍경은 두 번 볼 수 없다고 말하고 싶다. 보는 자도 보이는 풍경도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이다. - P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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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음식도 감사히 여기는 마음만 있으면 최고의 음식처럼 느껴진다. - P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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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여자는 괴물과 함께 잠을 잔다
김은주 지음 / 봄알람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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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여자는 괴물과 함께 잠을 잔다.
그녀는 자신을 물고 있는 부리가 된다. 그리고용수철 뚜껑 같은 자연은, 시간과 도덕을 담고아직 쿨렁쿨렁한 그 납작한 트렁크에이 모든 것을 채운다. 곰팡이 핀 오렌지 빛 꽃여성용 약품들, 납작 누른 여우 머리와 난초꽃 장식밑으로흉측하게 튀어나온 보디세아의 젖가슴.
잘생긴 여자 두 명이, 도도하고, 날카롭고, 미묘하게,
논쟁을 벌이고 있다.
-에이드리언 리치, 며느리의 스냅 사진들 중. - P7

그럼에도 여성들은 철학을 포기할 수 없다. 여성역시 지혜를 욕망한다. 지혜를 향한 사랑인 철학은성찰, 비판, 창발의 측면에서 여성들로 하여금 자기를억압한 말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도구가 된다. 여성들은압제자의 언어에서 새로운 말과 사유를 고민하면서,
당연히 여겨져온 말과 생각을 의심하고 길을 잃는아포리아(aporia)적 상황으로 스스로를 몰아세우면서기존의 사고와 기준, 가치를 철학이라는 망치로 부수고,
새로운 개념을 창조한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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