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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 103 ㅣ 소설Y
유이제 지음 / 창비 / 2024년 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서평단 리뷰]
#터널103 #유이제 #소설Y #창비
인간은 왜 인간으로 만족할 수 없는가? 왜 인간보다 강한 존재를 탐내는가? 실패를 겪고서도 왜 멈출 줄 모르는가?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결국 검은과부거미섬의 비극은 인간의 탐욕, 잘못된 선택으로부터 시작했다. 세상 평화로울 수 있었던 섬에서 일어난 끔찍한 이야기. 디스토피아적인 영화을 보거나 책을 읽을 때마다 나는 무서운 생각을 하고야 만다. 이런 일이 어디에선가 은밀히 자행되고 있을 것 같아서. 검은과부거미섬이 어딘가에 존재할 것만 같아서. 인간이 얼마나 약하고 악한지를 알아서.
너무 많은 사건을 겪고 너무 많은 존재를 마주치기 때문에 다형이와 승하가 겪은 일이 마치 일주일, 또는 몇 주 동안의 일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불과 이틀 동안 일어난 일이었다니, 가쁜 호흡으로 다형, 승하, 싱아를 뒤따라온 나로서는 크게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정신없고 긴장감 넘쳐서 차폐문을 닫은 직후에는 나도 멍하니 책을 내려놓고 잠시 숨을 돌렸다.
이제 동굴 안에 있던 사람들, 바리섬 사람들은 그들과 '똑같이 생긴 사람들'을 만나러 내륙으로 향한다. 그들은 두렵지는 않았을까. 갑자기 나타난 몇 백명의 사람들을 내륙의 사람들이 무조건 순수하게 반길까. 두렵고 긴장하는 마음이 더 크지는 않을까. 온 세상이 시끌벅적해질 것이다. 많은 주목을 받을 것이다. 의심하는 사람도 생길 것이다.
이상한 건 또 있다. 아무리 섬에 가는 사람들을 위한 휴게소라지만 그 터널 주변에 아무도 없다. 묘하고 쎄하다. 두려운 감정도 들 것이다.
다형과 승하와 싱아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닐 것 같다. 단단하고 용감했던 사람들이 내륙에 잘 정착했는지, 싱아의 상태는 괜찮아졌는지, 다형과 승하는 뭘하고 지낼지 궁금한 마음 담아 작가님에게 대신 안부 전해달라고 말하고 싶다.😊
팁은 제일 앞부분에 나오는 검은과부거미섬 지도를 유심히 보는 것이다. 책을 읽기 전에 차근차근 그림과 기호, 이름을 보면 좋다. 허투루 새겨넣은 것은 없다.👍✨
몰입감이 장난 아닌 재미있는 책이다. 우리 반 친구들에게도 읽어보라고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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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오직 나만이 터널을 빠져나갈 수 있는 상황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A. 일단 나에게만 터널을 빠져나갈 수 있는 상황은 주어지지 않을 것 같다. 나는 모험을 싫어했다. 어렸을 적 <아기공룡둘리>를 차마 보지 못했던 이유가 여기 있다. 고길동 아저씨에게 구박을 좀 받기는 하지만 안전하게 살 수 있는데 생사 여부도, 엄마의 생존 유무도 알 수 없는 상황에 무모하고 위험한 모험을 떠난다니, 나는 차마 가슴이 떨려서 보지 못했다.
그리고 아마 세상 사람들이 좀비가 되어간다면 나는 끝까지 살아남는 주인공은 될 수 없을 거다. 두려움에 못이겨서 좀비에게 물려버리겠지. 다형이가 섬 밖으로 나가 내륙에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여 밖에서 차폐문을 연다는 방법을 생각해 냈을 때 나는 의외로 냉소적이었다. 과연 내륙의 사람들이 기꺼이, 반갑게 맞아줄까. 바로 걱정 없이 차폐문을 열어줄까. 그 괴물들이 내륙으로도 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워하는 마음이 훨씬 크지 않았을까.
나만이 터널을 빠져나갈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나 혼자, 혹은 우리 가족만 나가서는 이방인으로서만 살아갈 것 같고, 모든 사람을 구하려니 쫄려서 못하겠다. 아마 나갈 수 있는 사실을 알아도 나는 행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