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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 - 꼬마하늘소 클래식 1
양혜정 지음, 최영란 그림 / 꼬마하늘소 / 2004년 12월
평점 :
절판
전에 쌍둥이들을 가르친 적이 있었습니다. 제가 보기엔 둘 다 똑같이 생겼는데, 그래도 자기들끼리는 서로 눈이 크네, 작네 놀리는 모양이었습니다. 눈 작은 쪽이 이렇게 시를 썼더군요.
(동생은) 내 눈이 작다고 날마다 놀린다.
그래도 난 잘 보인다.
전 이 시를 읽으면서 너무나도 흐뭇했지요. 눈 작다고 놀림 받아도 당당한 아이. 잘 보이면 됐지, 뭐.
가난한 나뭇꾼의 아이들인 치르치르와 미치르는 부자집의 화려하고 따스한 크리스마스 정경을 보면서 자기네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것 같아 슬프기만 합니다. 그러다가 어느 할머니의 부탁을 받고, 행복을 가져다주는 파랑새를 찾아 헤매지요. 추억의 나라, 밤의 궁전, 행복의 궁전 등을 다니며 여러 가지 모험을 겪지만, 결국 찾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알고 보니 가난한 자기네 집에 있던 새가 바로 행복의 파랑새잖아요?
마테를링크의 동화극을 동화로 써 내려간 이 이야기는 무엇보다도 그림이 환상적입니다. 푸른색과 녹색, 보라색, 노란색으로 어우러진 아이들과 요정, 추억의 나라 등의 그림은 아주 예쁘고 환상적이어서 글만 있고 그림이 없었다면 정말 서운할 뻔 했습니다. 가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톤과 비슷한 그림이 나오긴 합니다만....
어렸을 때 ‘자유교양문고’에 한두 장씩 곁들여진 삽화를 보면서도 한없이 빠져들곤 했는데, 요즘 아이들은 이렇게 예쁜 그림들이 가득한 책을 보며 어떤 상상의 나래를 펴게 될까 궁금합니다. 치르치르가 모험을 하면서 쓰고 다녔던, 다이아몬드가 달린 푸른빛 모자를 저도 한 번 써 보고 싶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