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어린이를 감동시킨 위대한 개들의 이야기
정해왕 지음, 이준섭 그림 / 꼬마하늘소 / 2004년 7월
평점 :
절판


강아지 한 마리 키우는 건 아기 하나 더 키우는 것과 똑같다고 개 좋아하는 친구가 그랬다. “그 귀찮은 걸 왜 키워?”라고 속으로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많이 바뀌었다. 뭐랄까... 개한테 좀 미안해졌다고나 할까....?  

 

사실 주인을 살리려고 대신 죽은 개, 죽은 주인의 무덤가를 지키는 개, 주인에게 되돌아가려고 어마어마하게 먼 거리를 홀로 뛰어 초죽음이 되어 돌아온 개 (‘돌아온 래시’가 생각난다), 이 멍멍이 저 왈왈이 얘기는 우리나라 뉴스나 해외토픽에 가끔 나오기 때문에 나처럼 개에 대해 마음이 무딘 사람에게는 전혀 새로울 게 없다. 그런데 이 책에 나온 여러 이야기 중에서 한 개인이 아니라 한 마을, 한 도시를 구한 개들의 이야기를 읽게 되는 바람에 나같이 별 거 아닌 사람들의 목숨을 구해주려고 개들이 그토록 애를 썼다는 게 미안스러워진 것이다.  

 

그 이야기는 알래스카의 한 작은 도시인 놈에서 시작된다. 무서운 전염병인 디프테리아가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혈청이 필요한데, 강추위에 항구는 얼어붙었다. 결국 사람들은 개썰매에 매달리게 된다. 1,100 킬로미터(서울~부산 왕복보다 멀단다)거리의, 눈보라가 몰아치는 벌판을 개들이 혈청을 운반하기 위해 릴레이로 달린 것이다. 스무 명의 썰매꾼들과 160마리가 넘는 썰매개들이 그 긴 거리를 127시간 30분 만에 달렸다니...! 앞으로는 우리 동네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는 개들도 예사롭게 보이지 않을 것 같다.  

 

그런데 여기 나온 그 충성스런 개들은 다 어떻게 되었을까? 여섯 편의 이야기마다 뒷이야기와 자료 사진들이 세세하게 붙어 있다. 나는 자료 사진을 보고 이 세상에 개 동상이 그렇게 많다는 걸 알고 깜짝 놀랐다. 충분히 대접받을 만한 개들이었지만, 개가 죽기도 전에 동상을 세우고 그 옆에 실제 개를 나란히 세워 놓고 사진을 찍은 일본 어느 동네의 이야기는 뭐랄까... 특이하다고나 할까, 민망하다고나 할까? 개들의 순수한 마음을 인간이 더럽힌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여행가면 그런 동상 앞에서 사진을 찍겠지만.  

 

페이지마다 찍힌 개 발자국을 따라 가다 보면 마지막 장에 작가가 애견가게 앞을 지나가다 비싼 개를 한 번 만져보려다 퇴짜 맞는 이야기가 나온다. 개는 우리를 뿌리치지 않는데, 사람이 우리를 뿌리친다. 통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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