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꼴 영혼 - 사람과 동물 간의 사랑, 기적같은 치유이야기
앨런 쇼엔 지음, 이충호 옮김, 남치주 감수 / 에피소드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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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침팬지의 습성을 연구하며 영혼의 이야기까지 돌아보는 『희망의 이유』의 저자 제인 구달은 우리나라에서 강연할 때 ‘우, 우, 후, 후후후휴’하며 침팬지식의 인사를 했다고 합니다. 그녀는 한 인디언 추장으로부터 ‘당신은 굉장히 늙은 영혼을 지니고 있다. 그만큼 다른 이를 배려한다.’는 말을 듣고 영혼에 대한 진정한 무게를 느꼈다고 하는데, 이 책, 『닮은꼴 영혼』을 읽으면서 저자인 앨렌 쇼엔 역시 여러 생을 거듭해서 살면서 성장한 늙은 (오래된) 영혼일 거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는 골든 레트리버 종의 개인 미건을 자기의 스승이자 동반자로 여길 정도로 동물과 깊은 교감을 나누는 수의사입니다. 서양의학체계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침술, 한약뿐 아니라 약초의학, 향기 요법, 척추 지압 요법 등 여러 대체의학을 동물 치료에 꾸준히 이용한, 남다른 생각을 하는 의사이기도 하지요. 그런데 그가 주목하는 부분은 ‘치료 treatment’가 아니라 ‘치유 healing’이며, 그것도 동물과 인간 상호간의 치유입니다.

그에 따르면 치유는 ‘살아있는 존재들의 관계에 대한 문제’이죠. 이 책에 나오는 숱한 임상의 실제 경우를 읽으면서 저는 사람과 동물이 서로 치유하며 함께 성장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스트레스에 찌든 변호사 엘리자가 한때 경주마로 학대받던 말 베시에게 관심을 갖게 되면서 서로 긍정적으로 변화되고, 버림받은 아동들을 도와주는 단체에서 봉사하게 되는 모습은 아름답습니다. 그녀는 베시와의 관계 덕분에 ‘일하는 사람 (human doing)’에서 ‘존재하는 사람 (human being)으로 변했으니까요.

저자가 궁극적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인간의 치유, 동물의 치유, 그리고 환경의 치유입니다. 갈라파고스제도에서 바다사자와의 체험담은 인간이 환경 문제를 근본적으로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도를 통한 원격 치료, 기의 수련 등에 관한 이야기도 눈여겨볼만한 부분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실은 전에 일주일도 못 키우고 돌려보낸 강아지 생각이 머리에서 윙윙거렸습니다. 어떻게 하면 변을 묽지 않게, 조금만 싸도록 할 것인가, 하는 제 이기심 때문에 그 작은 강아지는 신선한 자연식은커녕 사료 회사의 사료도 마음껏 먹어보지 못했지요. 지금껏 그때의 죄책감이 저를 괴롭히는 걸 보니, 그때 그 경험을 통해서 저도 뭔가 조금은 배웠나 봅니다.

며칠 전에 언니네 개가 새로 낳은 강아지들 이름을 지어달라는 부탁을 받고 콩돌이, 팥돌이, 완두 공주라고 붙여주었는데, 이런 작은 일로 벌써 마음이 두근대며, 이 시점에서 이 책을 읽게 된 것이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들과의 유대를 통해서 서로 영혼이 자랄 수 있기를......

** 참, 이 책의 표지와 한지 비슷한 느낌이 나는 종이, 그리고 색깔이 정말 마음에 듭니다! 과학 전문 번역가 이충호님의 번역이 매우 깔끔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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