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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테이블 - 지나가는 마음들
김종관 지음 / arte(아르테) / 2017년 9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동명의 영화가 제작/상영된 후, 오리지널 시나리오와 영화에 담지못한 이야기 및 비하인드 스토리를 엮어낸 영화의 후속편이다. 영화와 책은 한적한 주택가의 조그만 카페를 중심으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하루동안 4개의 인연을 관찰자의 시점으로 무덤덤하게 보여준다.
모든 이들은 저마다의 사연과 마음이 있다. 영화속 장면만으로 등장 인물의 생각과 삶을 상상해보는 것은 온전히 관객의 몫이다. 때때로 한편의 영화에는 전후 이야기와 감정의 흐름을 함축하거나 삭제하여 관객에게 상상의 나래와 여백을 준다. 이 책은 영화외의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서 관객을 친절하게 인도하고 인물을 다른 시각에서 볼 수 있도록 많은 배려를 하고있다.
한편, 영화에서 등장하는 음료수와 디저트는 에피소드마다 매번 다르다. 등장 인물의 갈등과 심리적 분리 그리고 소통의 매개체로서 이해하고 스토리에 몰입하면 공감되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에스프레소-맥주, 커피-커피-케이크, 라떼-라떼, 커피-홍차...
에스프레소와 맥주는 음료의 차이만큼이나 달라진 현재의 유진과 창석의 상황을 투영하는 것 같고, 커피와 케이크는 다시 시작하는 젊은 연인(경진-민호)을 축복하는 의미를, 두잔의 라떼는 달콤하고 따뜻한 은희와 숙자의 관계를, 식어버린 커피와 남겨진 홍차는 아득한 사랑의 기억(혜경)과 아직 놓지 못하는 마음(윤철)을 표현한 것이라 생각해 본다.
또한, 감독의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영화와 책에서 에피소드의 순서가 다르다. 영화에서는 오전에 유진과 창석이 나오는 반면, 책에서는 경진과 민호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영화와 책을 번갈아 여행하다 보면 감독이 섬세하게 배치한 인물과 소품, 음악, 에피소드의 흐름에 대해 감탄을 하게 된다.
은희의 진짜삶, 가짜삶, 대리인생, 혼합된 기억들...
경진의 고독, 무미건조, 꿈꾸는 일탈...
혜경과 운철의 만남, 헤어짐, 엇갈림, 미련...
유진의 기억들, 불안, 긴장, 가면들...
이야기 만큼이나 인물의 시선이 중요한 요소가 되기를 바란다는 감독의 말처럼, 각각의 에피소드가 끝난 뒤에도 여운이 남고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책을 보고 다시 보게된 영화 <더테이블>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우리는 매일 어떤 인물을 만나고 어떤 사연을 만들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