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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안 치우기 ㅣ 지원이와 병관이 6
고대영 글, 김영진 그림 / 길벗어린이 / 2010년 7월
평점 :
5살쟁이 우리딸... 이 책 주인공 병관이만큼이나 엄마 말 안 듣고, 조금은 엉뚱하고, 집안 치우는 거? 어휴.. 정말 싫어한다.
지원이 병관이 시리즈가 워낙 유명하기도 하고, 그림이며 내용도 맘에 들어 이 책을 읽어주면 요즘 매일 싸우는 집안 치우기가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을까 싶은 욕심에 다짜고짜 무릎에 앉혀 읽어주기 시작했다.
"초영아, 이 책 재밌다! 읽어보자~ 제목은... 집! 안! 치! 우! 기!"
제목을 읽어준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우리딸 즉각 화답한다. "싫어!" 라고.... ㅜ.ㅜ
"에헤~ 그럼 안되지... 자 들어봐..."
요렇게 반 강제적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우리딸, 책장을 넘기니 어느새 그림에 쏙 빠져든다.

"엄마, 이것봐. 바둑알이 막 날아가."
병관이의 실수로 바둑알이 거실로 흩뿌려지는 모습을 보며 낄낄 웃는다. 정말 아이 말마따나 그림이 어찌나 리얼 그 자체인지...
집안이 온통 바둑알로 어지럽혀지고, 여기저기 과자며 놀이카드, 각종 책들로 어지럽힌 모습이 영락없이 우리집 같다. ^^;
점점 그림에 빠져드는 우리 딸... 이젠 책 내용에 마구 자기 생각을 이야기 한다.
엄마가 돌아오시고, 어지럽혀진 집안을 누나 지원과 함께 치우라고 하지만 병관인 블럭맞추기 삼매경에 빠져 집안치우기를 거부하고 급기야는 엄마 말을 듣지 않을거면 집을 나가라는 엄마 말은 어찌나 잘듣고 냉큼 나가버리는지...
"초영아, 병관이는 엄마 말 듣기 싫은가봐. 엄마가 나가라고 하니까 막 집을 나간다. 이러면 될까 안될까?"
"엄마, 병관이는 지금 화가 난거야. 블럭을 만들고 싶은데 누나랑 엄마가 막 치우라고 하잖아. 병관이만 이쁘고 엄마랑 지원이는 밉다"
허걱... 이 무슨 소리!!! 우리딸 책을 읽으며 완전 자기 모습과 동화된 병관이를 느끼나 보다. 그동안 놀고 나면 정리하라는 내 말이 우리 딸에겐 얼마나 스트레스였는지 짐작이 가게끔 병관이와 자기 감정을 동일시 하며 말을 한다.

하지만, 책의 마지막 병관이가 정리를 하려고 고민하는 모습을 보면서는 또 이렇게 말한다.
"엄마, 빨리 치워야지 지저분해서 안되겠다. 엄마가 힘들게 병관이는 왜 안치우고 저러고 있어?"
에그, 딸아... 너도 엄마가 치우라고 하면 병관이처럼 싫었구나. 엄마가 그동안 어지러진 거실을 보면 힘들다는 말을 많이 했니? 엄마가 힘들것 같다는 생각까지 하는 널 보니.... 난 이렇게 내 자신을 돌아보고 있을때 쯤 책장을 덮으며 우리 딸 또 한마디 한다.
"나도 치워야 겠네. 엄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하며 잔뜩 어지럽혔던 스케치북 등을 정리하는 딸래미... 
처음 이 책을 읽어주며 딸에게 얻고자 했던 엄마의 불순한 의도는 엄마를 다시한번 반성시키는 걸로 막을 내렸지만, 더 소중한 걸 알게 되었다.
집안 치우기로 아이와 맨날 씨름하고 있을 엄마들이여! 때론 아이가 더 놀고 싶어서 그런것이니 맘의 여유를 갖고 기다려 주면 스스로 치울 때가 있다는 것도 꼭 명심하시길...
지원이 병관이의 집안 치우기!!!
별표 다섯개가 전혀 아깝지 않은 완전 강추 그림책으로 임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