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드롭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행은 안정적인 현실을 전제로 한다. 만약 이런 전제 즉, 담보가 없다면 집을 떠나기 쉽지 않다. 특히 첫 번째 여행이라면 더더욱 어렵다. 직장이 불안정해서 생계가 불안한데 누가 마음 편하게 여행을 떠날 수 있을까? 현실이 지루해서 여행을 꿈꿀지언정, 한 치 앞이 막막한데 이러한 현실을 외면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테니.... 여행은 편도가 아닌 왕복이니. 이 첫 번째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집을 떠날 생각은 좀처럼 하지 않는다.

또한 낯설다. 이러저러한 변변찮은 나들이조차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여행은 마치 새로운 인종을 대면한 듯 당황스러운 일이다.

이렇게 여행은 넘기 힘든 장벽을 세워 사람들을 주저하게 한다. 하지만 이런 제약과 장벽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익숙한 일상을 벗어나 낯설 나라의 사람과 골목, 도로 같은 풍경을 바란다. 단순히 그들과 풍경만이 아닌 이야기를 궁금해하고, 그들 속에 '나'를 집어넣는다. 지루한 익숙함이 아닌 참신한 익숙함을 그린다.


지금은 드문해졌지만, ebs의 '세계테마기행'을 즐겨보곤 했다. 소설가나 여행가 때론 교수가 내겐 낯선 풍경과 삶을 체험하며 보여주는 게 좋아서 즐겨봤었다. 그중 인상에 남은 에피소드는 배 위에 집을 짓고 사는 사람들과 작은 조각배로 먼바다로 나가 손낚시로 참치를 뱃사람의 이야기다. 지금도 때때로 유튜브에서 찾아보곤 한다.

여행은 마음먹기 힘들고 낯설기에 사람들이 더욱 바랄 지도. 이번에 읽은 '여행 드롭'에서 작가 에쿠니 가오리가 이런 상황을 섬세하게 담아냈다. 13살 중학교 때 친구 마리와 세계여행 떠나는 걸 약속하고, 20살에 파리로 떠난 에쿠니의 경험이 여실히 모두 담겨있다.

미숙한 초보 여행자에게 엄격했던 첫 번째 해외여행지 파리에서의 경험을 시작으로 비일상적인 장소로 떠나면서 가졌던 설렘이나 두려움을 에쿠니만의 감각적인 문체로 담아내고 있다.

"초록색을 기조로 하고 검정과 갈색의 차분하면서 그윽한 선이 돋보이는 판화였다"

여행과 유학, 강연을 위해 여러 곳 다니면서 겪었던 일과 눈을 사로잡았던 풍경과 동물, 사람 등 소소한 이야기. 전날 갔던 가게를 못 찾아 헤매는 모습, 촬영 중 앞니가 빠진 이야기 등 때로는 헛웃음이 나오는 이야기로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 전해준다.

소소하지만 소중한 이야기 속에 삶의 의미와 가치를 되돌아보고 행복이란 가치관을 재정립할 수 있는 에쿠니 가오리의 '여행 드롭'을 추천합니다. 삶의 깊이를 생각할 수 있고, 여유로운 위안과 힐링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제 주관대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