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인 그림 읽기 - 고요히 치열했던
이가은 지음 / 아트북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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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은의 '사적인 그림 읽기'라는 서양 미술작품을 통해 역사와 일상을 연결하고, 자신의 삶과 고민을 풀어내는 미술 에세이다. 저자는 언론학과 서양사를 공부한 새내기 연구자이자 30대의 한 개인으로서, 하나의 그림을 다양한 관점에서 조명하면서 자신의 공감, 자기 표현, 시대 관념, 욕망, 관계 등을 탐색하는 과정을 담았다.

저자는 그림을 읽는 것은 자신의 삶을 읽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림 속에 담긴 예술가의 삶과 감정은 우리와 다르지 않다고 한다. 예를 들어, 장 베로의 '샹젤리제의 원형 교차로'에서는 샹젤리제 거리를 달리며 서로 인사하는 두 여인을 보여주는데, 이 그림에서 좌측의 마차는 빨간 타이에 중절모를 쓰고 직접 마차를 운전하는 여성의 모습에서 의미심장함을 느꼈다.

19세기 말까지도 유럽의 영성들의 삶은 가정에 국한되었다. 하지만 이런 수동적인 여성의 삶을 스스로 고삐를 쥐고 도심을 질주하는 모습으로 정해진 삶의 공간을 벗어난 모습에서 저자는 이를 통해 자신을 바라본다.

또한, 클로드 모네의 「인상, 해돋이」에서는 예술가의 시각적 실험과 자연에 대한 애정을 보여준다. 모네는 가장 모던하고 세련된 인상주의 화풍 빛과 색상의 변화를 포착하려고 했다. 저자는 이를 통해 자신의 시각적 표현과 자연에 대한 태도에 대해 생각한다.

아르테미시아 젠틸세스키의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티드」에서는 예술가의 복수와 정의를 보여준다. 젠틸세스키는 성폭력을 당한 후에도 예술가로서 활동하며, 성경 속 강력한 여성 인물들을 그렸다. 저자는 이를 통해 자신의 욕망과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에드워드 호퍼의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에서는 고독과 소외를 보여준다. 호퍼는 도시 속에서도 외롭고 무관심한 인간들을 그렸다. 저자는 이를 통해 자신의 고독과 관계 사이의 균형에 대해 고민한다.

저자가 그림을 읽으면서 겪은 공감, 자기 표현, 시대 관념, 욕망, 관계 등은 나와도 비슷하다. 나도 고독과 관계 사이의 균형을 잡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관계가 고독을 채워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친구나 가족과 어울리면서도 고독을 느낀 적이 많다. 그들과 어울리기 위해 자신을 바꾸거나 숨기다 보면, '나'를 종종 잊어버린다. 그들의 시선과 기준에 맞추고, 그들과 나를 비교하고, 그들에게 의존하다 보면, 내가 가진 '나'라는 정체성은 점점 희미해진다. 그때 느끼는 고독은 자신을 잃었기에 오는 고독이다. 내가 내 삶의 주인이 아니라 타인의 부속품이 되어버린 듯한 고독이다.

그래서 나는 적당한 관계와 적당한 고독을 추구한다. 내가 편안하고 솔직하게 나를 드러낼 수 있는 관계를 유지하고, 내가 스스로를 돌아보고 성장할 수 있는 고독을 찾는다. 고독은 나에게 쉼과 사색의 시간으로 위로를 건넨다. 고독 속에서 나는 내 삶의 방향과 자아를 구속한다. 고독은 나에게 외로움이 아니라 친구이다. 고독과 함께라면 나는 나를 되찾고, 나를 알아가고, 나를 사랑할 수 있다.

하지만 과도한 몰입은 좋지 않다. 너무 많은 고독은 나를 세상으로부터 멀어지게 하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법을 잊게 한다. 너무 많은 고독은 나를 자만하게 하고, 비관적으로 하고, 무감각하게 한다. 너무 많은 고독은 나에게 친구가 아니라 적이다.

그래서 나는 고독과 관계 사이의 균형을 잡으려고 한다. 관계와 고독은 서로 상반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관계다. 관계 속에서도 고독을 갖고, 고독 속에서도 관계를 갖는다. 관계 속에서도 내가 내 자신일 수 있고, 고독 속에서도 다른 사람들을 생각할 수 있다.

이 책은 서양 미술작품을 사적인 시선으로 읽으며, 자신과 세상과의 관계를 재구성하는 시도이다. 저자는 그림 속에 담긴 예술가와 시대의 이야기를 잘 전달하면서도, 자신만의 감성과 생각을 담아낸다. 이 책은 미술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쉽게 읽을 수 있으며, 미술에 대한 흥미와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이 책은 우리에게 그림을 읽는 방법뿐 아니라, 삶을 읽는 방법도 알려준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제 주관대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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