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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 - 그 높고 깊고 아득한
박범신 지음 / 파람북 / 2023년 3월
평점 :
낮은 어깨와 고요한 걸음새로 그이의 품속에 깃들어 마침내 존재의 시원에 닿고자 하는 꿈이 순례의 본뜻이라 할 것입니다.
박범신의 산문집 '순례'는 지난 1993년 절필을 선언하고 3년 동안 칩거에 들어간 후 다시 문단에 복귀한 이후의 삶과 문학에 대한 성찰과 변신 과정을 담은 책이다. 저자는 절필 기간 동안 용인의 굴암산 외딴 방에서 자신의 존재와 문학에 대해 깊이 고민하였으며, 세상에서 가장 높은 히말라야의 에베레스트, 안나푸르나, 촐라체 등을 여러 차례 다녀오면서 자신의 한계와 갈망을 시험했다.
이러한 과정으로 저자는 문학적 변신을 이루었으며, 1996년 <흰 소가 끄는 수레>를 발표하면서 작가로서 일대 전기를 마련했다. 이후에도 박범신 작가는 <나마스테>, <소금>, <외등>, <향기로운 우물 이야기>, <더러운 책상> 등의 작품들을 발표해 문장은 더 단단해지고 사유는 더 깊어지는 방향으로 발전시켜왔다.
"순례"는 저자가 그동안 다녀온 티베트의 히말라야, 산티아고를 다니며 보고 느꼈던 풍경과 문화, 역사, 인물들을 소개하면서 자신의 삶과 문학에 대한 고백과 초대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저자와 함께 순례의 여정과 의미를 공유하고 느낄 수 있으며, 자신의 삶이 던지는 번뇌에 고민하는 밤을 보낼지도...
세 가지 길에 의하여 우리들은 성지에 도달할 수 있다. 그 하나는 사색에 의해서다. 이것은 가장 높은 길이다. 둘째는 모방에 의해서다. 이것은 가장 쉬운 길이다. 그리고 셋째는 경험에 의해서다. 이것은 가장 고통스러운 길이다.
박범신 작가가 방문한 곳마다 그곳의 순례자들과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와 신앙을 듣고, 그들과 함께 순례하는 경험을 통해 읽는 이의 내면과 외면을 돌아보고 비교하게 한다. 그들의 삶과 내가 몰두하는 삶을. 그는 그들이 갖고 있는 강한 신앙심과 희망, 인내와 겸손, 사랑과 용서 등의 미덕에 감동하며 배우면서 자신의 삶과 문학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태도를 얻게 되었다. 그리고 순례를 통한 자신의 한계와 갈망, 고통과 기쁨, 의심과 확신 등의 모순적인 감정들을 인정으로 수용하면서 자신의 존재와 문학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확신을 얻게 된다.
저자의 문장은 감각적이면서도 유려하고, 단순하면서도 깊이 있으며, 자연스럽고 강렬하다. 청년작가 박범신은 순례의 경험과 감정을 생생하고 세밀한 전달로 읽는 이에게 순례의 여정과 의미를 공유한다. 저자는 '순례'로 자신의 삶과 문학에 대한 솔직하고 섬세한 고백으로 박범신을 기다려왔던 독자를 그의 삶과 문학으로 초대한다.
"순례"에 대한 솔직한 감상을 말하자면, 박범신의 변화하고자 하는 갈망 즉, 글에 대한 변화 성장에 감명을 받았다. 그가 문학적 성취와 인기에 안주하지 않고, 오히려 버거워하는 모순적인 감정의 실체를 찾기 위해 그렇게 낯선 이국을 떠돌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자신의 존재와 글에 대한 확신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갈구하는 모습을 신랄하게 보여준다.
"순례"는 박범신 작가의 순수한 고뇌를 엿볼 수 있는 소중한 기록이다. 또한 순례라는 주제를 통해 자신의 세상을 돌아보고 비교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삶에 대한 순정과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싶은 독자에게 "순례"를 추천한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제 주관대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