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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안녕 ㅣ 샘터어린이문고 71
박주혜 지음, 김승혜 그림 / 샘터사 / 2023년 2월
평점 :

갈색털이 포슬해보이는 똘망한 검은 눈동자의 토끼가 깻잎과 민들레, 허브사이에 귀를 쫑긋한 표지의 "모두의 안녕"은 박주혜씨가 글을 썼고, 김승혜 씨가 그림을 그린 동화책입니다.
의사도
아닌데 하얀 가운을 입고 실험실로 향하는 모두 씨는 화장품 회사에서 화장품 출시전 동물로 유해성을 실험하는 연구원입니다. 그는
회의 때마다 인체에 유해여부를 증명하기 위해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실험을 줄곧 반대해왔습니다. 하지만 회사에는 시간과 자본 그리고
지위로 그의 의견을 묵살해왔죠.
그걸 언제 찾아내나. 모두 자네는 회사의 직원이야.....동물 실험을 통해 우리 화장품이 안전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일이야. 사람들을 이롭게 하기 위해서.
모두
씨는 자신의 의견이 번번히 묵살될 때마다 자신이 회사의 한낱 하찮은 부속품처럼 느꼈습니다. 모두 씨는 괴로웠지만, 차가운 장갑을
끼고 실험실에 한마리 남은 토끼에게 다가갔습니다. 실험실에서 죽어간 토끼는 99마리. 실험에 희생된 토끼 수만큼 모두 씨의
가슴도 죽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한마리.
모두
씨는 다가오는 그의 손을 피해 구석에 바들바들 떨고 있는 토끼를 잡아서 엉덩이를 토닥여 주었습니다. 손으로 느껴지는 작은 토끼의
심장울림과 따뜻한 체온이 모두 씨를 정지하게 만들었습니다. 차가운 장갑으로 느껴지는 생명의 온기에 그는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고 손도 덜덜 떨려 왔습니다.
괜찮을 거야...괜찮을 거야...괜찮을 .... 수없이 속으로 다짐을 했고, 다시 되새기고 있지만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이대로 있으면, 실험실의 동물만이 아니라 자신도 망가져 버릴 거라는 사실을.
모두 씨는 마음으로 토끼의 박동과 온기에 감응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외면하고 있던 당신의 '안녕'도.
모두씨는 평생 실험장을 떠날 일이 없던 녀석을 작은 상자에 담아 실험장을 도망쳤습니다. 자신의 '안녕'을 몰랐던 모두 씨와 높은 하늘과 따사로운 햇볕을 몰랐던 갈색 토끼는 행복을 찾을 수가 있을까요?
모두는
'안녕'을 잊고 살았습니다. 물론 기억하고 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남처럼 살기위해서는 안녕은 그에게 다른 대상이여만
했습니다. 그에게 안녕은 타협과 안위를 위한 일거리였을 뿐 이렇다 할 무엇이 아니었습니다. 모두는 자신에게 부과된 업무를 위해
안녕을 아무런 감정없이 기계적으로 처리했습니다. 많은 안녕이 하나 둘 사라지고, 마음이 매일 조금씩 바스라졌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안녕.
"모두의
안녕"은 동물 실험을 하던 연구원이 실험실의 마지막 토끼와 함께 탈출해서 행복을 찾는 동화입니다. 동화책을 언제 읽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새삼스레 마음이 움직였습니다. 십여분이면 읽을 수 있는 얇은 동화책이 뭉클한 감정을 들게 할 줄은 몰랐습니다.
삶이란 나지막한 지루함과 따분한 분노와 질투 그리고 슬픔과 함께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물론 머리는 알고 있죠.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며 행복을 바라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걸. 하지만 쉽지 않죠.
"모두의 안녕"은 나지막함과 따분함에 길들여져 망각했던 '안녕'과 '행복'을 새삼스레 떠올려주는 동화책입니다. 아이와 함께 읽어도 좋고, 마음이 밋밋하고 꺼끌해진 어른이 읽어도 좋은 동화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제 주관대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