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슌킨 이야기 ㅣ 에디터스 컬렉션 14
다니자키 준이치로 지음, 김영식 옮김 / 문예출판사 / 2023년 1월
평점 :

"슌킨이야기"의 저자 다니자키 준이치로는 1964년 노벨문학상을 샤르트르와 경합한 작가로서, 사르트르와 시몬 드보부아르의 극찬을 받은 적 있습니다. 그는 관능적인 탐미파, 악마파 작가로 일본 문단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으며, 일본의 전통과 고전미에 주목한 작품을 많이 발표했습니다.
오늘 소개할 "슌킨이야기"는 6개의 단편과 슌킨이야기가 수록된 책입니다. 특히 '슌킨이야기'는 초기 작품이자 이 책에도 수록된 '문신' 때부터 추구해온 다니자키 문학의 완성작 또는 대표작으로 꼽히며, 일본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호평을 받은 작품입니다.
내용 소개

'문신'은 요즘으로 말하면 윤락가 근처라고 할 수 있는 유곽 근처에서 노름꾼, 도비, 가마꾼을 상대로 해서 문신을 해주면 살던 세이키치라는 젊은 문신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의 기발한 구도와 요염한 선으로 세긴 문신은 사람들의 마음을 매혹할 정도여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화가 출신이라는 자존심 때문인지, 그의 마음을 매혹할 만한 피부나 골격을 지닌 사람에게만 세이키치는 문신을 새겼습니다. 또한 세이키치의 까다로운 요건을 충족했다 할지라도, 까다로운 요구와 비용 그리고 한 달 이상 바늘에 찔리는 고통을 감내해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그에게 사디스트 성향이 있어서 사람들이 자신의 바늘에 고통스러워하는 신음을 들을 때 무어라 말할 수 없는 쾌감을 느꼈습니다.
세이키치에겐 오랜 숙원이 있었는데, 미녀의 빛나는 피부에 자신의 혼을 그려 넣는 것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길을 지나다가 가마의 주렴 밑으로 드러난 여자의 새하얀 맨발에 세이키치의 눈이 번뜩였습니다. 그가 오랫동안 찾아 헤매던 보석이었죠. 보석의 얼굴을 보기 위해 그는 재빨리 뛰어갔지만, 가마는 어느새 그의 시야에서 사라져버렸습니다.
그 후로 새하얀 맨발의 그녀를 찾으려는 그의 동경심이 격렬한 사랑으로 바뀌었지만 결국 그녀를 찾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5년이 지난봄의 끝자락, 그의 집 뜰의 뒷문으로 모르는 소녀가 들어왔다. 소녀는 언니(유곽의 기생)의 심부름으로 세이키치의 집을 방문했습니다. 그는 열여섯 부근으로 보이는 소녀의 생김새를 살펴보다가 신발 속의 섬세한 맨발에서 눈에 떼지 못했습니다.
'슌킨이야기'는 글의 화자가 우연히 입수한 <모즈야 슌킨전>이라는 슌킨의 전기를 접한 후, 칠현금과 샤미센의 명인이라고 불리는 '슌킨'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됩니다. 책은 슌킨을 어릴 때부터 죽을 때까지 하인처럼 수발을 들던 사스케가 만들어 배포했습니다. 사스케는 슌킨이 죽기 전까지 부부처럼 지냈다고 알려졌지만, 실상 그는 일방적인 희생으로 그녀를 평생을 수발했습니다.
슌킨은 대대로 약종상을 하는 '모즈야 야스자에몬'의 집안에서 2남 4녀 중 둘째 딸로 태어났습니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영리했고 단정하며 고아한 용모를 지녔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슌킨을 향한 부모의 일방적인 편애에 불러온 불행한 사건으로 그녀는 9살 즈음 시력을 잃게 됩니다. 시력을 잃은 슌킨은 배워왔던 무용을 그만두고, 오로지 고토와 샤미센 연습에 집중합니다.
그녀는 하루마쓰 검교의 집에 기예를 배우기 위해 매일 점원 사스케(13살)의 손에 이끌려 다녔습니다. 사스케는 이때부터 슌킨의 수발을 들기 시작해서 그녀가 죽기 전까지 한순간도 그녀를 허투루 대하지 않았습니다. 사스케는 그녀가 배우는 샤미센을 뒤따라 배우며, 슌켄의 첫 번째 제자가 되어 그녀를 평생 스승님이라 부르며 존경했고, 희생했습니다. 심지어 그녀를 위해 자신마저 맹인이 됩니다.
'슌킨 이야기'는 일본에서 탐미주의의 대가로 불리는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소설입니다. 7개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탐미주의의 대가라고 불린 만큼 상당히 원색적이고 몽환적이며 퇴폐적인 표현으로 자아내는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흐르고 있어서, 이야기에 집중하게 만들었습니다. 특히, '소년'과 '비밀'에서 여성 숭배, 마조히즘이 원색적으로 담겨 있어서 상당히 낯설고 기묘했습니다.
이 책의 주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 '슌킨 이야기'는 한 여자와 남자의 기묘한 관계와 한 남자의 기이한 희생을 다룬 이야기입니다. 이야기는 <모즈야 슌킨전>을 기반으로 글 속 화자가 추측을 덧붙여서 서술하기 때문에 즉, 3인칭 관찰이어서 쉽게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글을 읽는 동안 묘하게 기분이 음울해지더군요.
원색이고 기묘한 분위기의 단편선을 찾는 분에게 일본 탐미 문학의 대가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대표 단편선 "슌킨 이야기"를 추천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제 주관대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