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 지도 끝나지 않은 한국인 이야기 1
이어령 지음 / 파람북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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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의 서시를 모르는 분은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어령 작가의 '별의 지도'는 윤동주 시인의 서시를 기반으로 해서 동양과 서양의 가치관과 윤리관 차이점, 자아, 플라톤의 관념론, 아리스토텔레스의 실재론, 양심, 천·지·인, 조화 등 동서양 사람들의 사상적 이면에 깔린 가치관을 막연할 정도로 사려 깊고 쉽게 알려주는 명작입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윤동주 <서시> 전문

윤동주의 서시는 하늘과 땅과 인간의 관계를 되짚은 시입니다. 하늘의 광대함이 보여주는 자유를 묘사해서 하늘의 무한한 확장에, 이를 올려다보는 인간이 느끼는 경외심과 아울러 안정감을 담아냈습니다. 윤동주 시인은 우주의 광대함과 그것이 포함하는 무한한 가능성의 상징을 바람이 스치는 별로서 묘사했습니다.

그리고 '땅'은 인간이 권력과 통제를 위해 투쟁하는 갈등의 장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학교에서 윤동주의 '서시'를 저항시라고 배웠지만 이어령 선생님은 저항시가 아니라고 하십니다. 일제강점기와 독립운동, 저항을 빼고 '서시'를 다시 읽어보면 다른 느낌이 들거라고.

윤동주 시인은 흔히 말하는 압제인 '바람'을 향한 저항을 위한 괴로움만을 의도하지 않았습니다. '나'에게 던지는 질문으로 괴로워했죠. 그리고 내가 올려다보는 하늘의 아득함에 부끄러워 했습니다.

'인간'은 대지를 살아가는 거주민의 일부이자, 하늘의 무한함을 계승할 수 있습니다.

저는 하늘과 땅과 인간의 조화와 관계를 풀어내는 이어령 선생님의 식견이 놀라웠습니다. 윤동주 시인은 이러한 요소들을 인간의 경험을 형성하는 조화와 관계의 상징을 보여줍니다. 드높은 하늘로 향하는 인간 정신의 초월과 무한의 소망을 부끄러움과 잎새, 바람, 별로써 생생하게 묘사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땅은 인간이 권력과 통제를 위해 투쟁하는 갈등의 장소 즉, 적으로 마주하는 장소로 종종 묘사합니다. 서양 철학에서는 대부분 이원론적 입장으로 대척 관계로 묘사하죠.

하지만 동양에서는 천·지·인 즉, 하늘과 땅, 그리고 인간의 조화를 중요시합니다. 투쟁과 지배를 위한 상극과 예속이 아닌 서로의 첨예를 극복하고 더 높은 경지로 나아갈 수 있다고 이어령 선생님은 해석하고 있습니다.

유한과 무한, 인간에 지워진 죄악인 수치심(부끄러움)과 중력이 부여한 한계, 그리고 자유와 성장 그리고 초월의 가능성 같은 언뜻 보기엔 무관하고 어질한 관념을 여유로운 푸른 하늘의 구름처럼 흘려보냅니다.

이어령 작가는 잎새에 이는 바람을 시간이라고 했습니다.

잎새는 삶의 덧없음과 존재의 덧없음을 상징합니다. 바람이 불면 시든 나뭇잎은 땅으로 떨어지게 되는데, 이는 변화의 불가피성과 시간의 흐름을 상징합니다. 나뭇잎은 삶이 일시적이고 모든 것이 끝나야 한다는 것을 상기시켜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별! 별은 영원을 상징합니다. 별들은 바람이나 시간의 흐름에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무한과 영원으로 일시적이며 변화하는 지상의 존재들에게 경외심을 들게 합니다.

'잎새에 이는 바람'은 마지막 구절을 보면, 현재 '하늘의 별에 스치고' 있습니다. 시간은 땅 위의 모든 것을 시들게 하고 죽게 하죠. 하지만 시간이 하늘의 '별'에 스치면 영원까지 이어집니다. 그래서 윤동주 시인이 '나는 나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라고 말할 때의 그 길은 풀잎에서부터 별까지 가는 길입니다.

이 길은 부끄러움이 없는 길입니다. 지상의 존재의 덧없음을 하늘의 영원성을 단지 대결 양상이 아닌 승천의 매개로 바람을 사용한 것입니다. 땅에서 이는 잎새에 이는 바람에, 저 드넓은 허공, 그리고 별까지 가는 부끄러움이 없는 길입니다.


책을 읽고 급하게 서평을 작성해서 글이 일관되지 않아서 어지럽습니다. '별의 지도'를 읽을 때는 이해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생각을 정리하려고 하니 여간 어렵지 않네요. 그래서 다시 한번 책을 정독할 계획이에요. 머릿속에 드문한 생각이 흩어지기 전에 다시 읽어야 기억에 한동안 남을 것 같아서요.

윤동주 시인의 '서시'는 세상과의 조화를 생생한 이미지와 사려 깊은 성찰로 인간의 위치와 하늘, 땅과의 관계를 묘사한 명시입니다. 이어령 선생님은 서시를 근본으로 해서, 동서양의 철학을 서로 비교해서 가치관의 차이를 설명하고 계십니다.


선생님은 아울러 신념을 어떻게 해야 할지 조언하고 계십니다.

나그네에게 신념은 버려야 할 짐일지 몰라요. 신념에 사로잡혀 답이 정해져 있는 사람과는 대화할 필요가 없습니다.(...) 신념에 기대어 산다는 건 시간 낭비가 아닐까요? 신념 속에 빠져 거짓 휴식에 취하지 말고 변화무쌍한 진짜 세계로 나아가야 합니다.

삶을 살아갈 때 늘 경계하면서도 자기 내면을 주시해야만 삶이 주는 선물인 경험에서 얻는 깨달음 혹은 통찰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한때의 깨달음에서 얻은 신념을 우직한 자세로 미련한 고집을 사로잡히면 안 됩니다. 마치 나그네처럼 구하고 떠나며, 떠나서 다시 구하기를 이어령 선생님은 조언하고 계십니다.

이어령 선생님이 그렸던 꿈과 이상, 소망을 하늘과 별 그리고 인간으로 풀어낸 '별의 지도'를 추천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제 주관대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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