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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묻다 - 이길여 회고록
이길여 지음, 김충식 인터뷰어 / 샘터사 / 2022년 12월
평점 :
일시품절
"길을
묻다"라는 국내 최대 공익 재단인 '가천길재단'을 이끌고 있는 이길여 선생님의 삶의 발자취를 기록한 회고록입니다. 대화 형식의
회고록으로서 영화 <남산의 부장들>의 원작자 김충식 씨가 질문을 하면 이길여 선생님이 답을 합니다.
일반적으로
회고록 또는 자서전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특정 인물의 일대기를 부풀리거나 과장해서 자신을 치장하는 책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일종의 선입견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일부 또는 상당수의 자서전이 특정 인물을 아주 신격화한 경우가 많아서 선입견이라고
단정 지을 수도 없습니다.
저도 그런 선입견을 지니고 있어서, 책을 받고 '회고록'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다소 실망을 했습니다.
'하아... 누군가의 자랑을 듣기는 싫은데...'
물론 회고록 주인공의 일대기를 바탕으로 회고한 책이겠지만, 솔직히 실망한 건 사실이었습니다. 그래서 별 기대하지 않고 "길을 묻다"를 읽기 시작했죠.
먼저
책의 겉지에 나와 있는 회고록의 대상 '이길여' 선생님의 약력을 읽어봤습니다. 가천대학교 총장과 여러 단체를 이끌고 계시며,
다양한 이력을 지닌 분이더군요. 우리나라에 상당한 영향력을 끼치고 계신 분이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문득 이런 궁금증이
들더군요. 상당한 영향력인데, 힘이 무엇으로부터 기인했고 파장이 무엇을 낳았는지.
이런
궁금함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고, 완독을 했습니다. 500페이지를 넘는 두꺼운 책이었는데 이틀에 걸쳐 완독을 했죠. 심드렁했던
처음과 달리 상당히 몰입해서 읽었습니다. 이전에 읽었던 자서전이나 회고록과는 다른 몰입감을 주더군요. 마치 웅장한 대하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눈을 떼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답을 찾았죠. 힘은 그녀의 내면과 가족에게서 기인했고, 그녀는 선을 행했다는
사실을.
환자들의 불편을 덜어 주고 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병원 업무의 전산화와 야간 병원 제도가 필수적이다.
다른 병원에서도 이 제도가 확산되길 기대한다.
위
구절이 가장 이길여 씨의 성품과 삶의 흔적을 잘 나타낸 거라고 생각합니다. 자세한 상황은 모르고 저 구절을 보면 그저 인터뷰를
코멘트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어보면 단순한 인터뷰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글을 적는 김충식 씨의
보여준 반듯한 업적만 읽었지만, 단순히 '나 때는 그랬고, 저랬고... 나는 엄청난 일을 했지'같은 그런 근거 없는 허풍이 아닌
엄연한 증거가 남아있는 업적이었기에 그녀의 인터뷰에 진심이 절절히 묻어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이길여
선생님은 일제 강점기에 군산에서 태어났습니다. 일제강점기와 해방 그리고 6·25 전쟁, 우리나라 격랑의 시대를 어렵사리 살아오신
분입니다. 그녀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 후 미국과 일본의 선진 의료를 접하고 돌아와서 우리나라의 빈곤한 의료수준에 도입하려
노력하신 분입니다.
1970대 당시 대학병원에나 있을 초음파 진단기, 복강경 기기, 감마 카메라 등 첨단 의료기기를 개인병원에 도입했습니다. 그리고 돈이 없어서 제대로 된 치료를 못 받았던 빈한했던 서민들의 건강을 위해 노력하신 분이었습니다.
"길을
묻다"는 흔한 회고록처럼 근거 없는 지난 업적을 늘어놓은 책이 아닙니다. 이길여 선생님의 업적이 오래전 흑백 신문에 증거로
수록되어 있어서, 단순히 자신의 과거 삶을 부풀렸다는 독자들의 의심도 사라지게 했습니다. 그리고 과거 70, 80년대 우리나라의
생생한 사회상을 아울러 살펴볼 수 있어서 더욱 현실감이 있었습니다.
길을 몰라서 이리저리 방황하며 길을 찾는 분들에게 '길을 묻다'를 추천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제 주관대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