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층 소녀의 비밀 직업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스테이시 리 지음, 부희령 옮김 / 우리학교 / 2023년 1월
평점 :
품절


내용 소개

'조 콴'은 17살 소녀입니다. 소녀는 잉글리쉬 부인의 모자 가게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햇살이 비치든 소나기가 비치든 느릿한 달팽이 같은 리지와 함께 말이죠. 하지만 벅스바움 상점에서 일하던 로비와 여상한 대화를 하고 출근한 날, 조는 잉글리쉬부인으로부터 해고통지를 받습니다.

"조, 이제 너는 가게에 나오지 않아도 돼."

용기 내어 월급 인상을 요구하려던 그녀는 쨍쨍한 날에 쏟아진 소나기 같은 부인의 말에 조는 제대로 생각을 할 수 없었습니다. 느림뱅이 리지에 비하면 자신은 일솜씨가 좋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당연히 월급 인상을 요구할 참이었는데. 조는 당황하며 어버버 거리다가 자신이 해고당한 이유를 잉글리쉬부인에게 겨우 물었습니다.

"너 때문에 불편하다는 숙녀분들이 있어"

부인의 말은 '네가 백인이 아닌 동양인이라서 사람들이 꺼림직하게 느껴'라는 뜻이었습니다. 물론 부인은 조의 마음 안에 나서기를 좋아하는 원숭이를 탓했지만, 이 당시에 흔하지 않던 '특별한' 매듭 묶기 기술로 충분히 가게에 도움이 되고 있었기에, 손님에게 솔직하지만 불편한 조의 간섭은 갑자기 내린 소나기에 흠뻑 젖어 처량해진 그녀를 위로할 수는 없었습니다.

손끝이 야무진 17세 소녀가 주로 상류층 여성이 주 고객인 모자 가게에서 해고당한 이유는 조가 동양인이었기 때문입니다.

조가 살던 시대는 남북전쟁이 끝난 1890년 미국, 헌법에서는 노예제도의 공식적인 폐지를 말하고 있지만 여전히 유색인을 향한 차별이 여전하던 시대였습니다. 더욱이 동양인에 대한 차별은 더 심했던 시대였기에, 조는 잉글리쉬 부인의 부당한 해고에도 제대로 항의조차 못했습니다.

하층계급의 중국인 소녀는 상류층 부인의 일을 거드는 하녀나 그 비슷한 일을 할 수밖에 없던 시대였습니다. 조는 자신을 어릴 적부터 맡아 키워진 올드 진의 잔기침을 걱정하는 착한 소녀지만, 이 시대를 잘 살아가기 위해선 착한 심성보다는 하얀 피부가 필요했습니다.

조는 인쇄소를 하는 건물의 지하에서 올드 조와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위층에 거주하는 주인은 모르게 허락 없이 지하에 구멍을 파고 사는 쥐들처럼 주인의 허락 없이 살고 있었죠. 허름한 뒷골목에 있는 쓰러져가는 건물에서도 동양인을 받아주는 곳이 없었기 때문에.

조는 잠자리에 들기 전 지하 배관으로 들려오는 벨씨 가족의 대화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미국식 생활방식이나 생각, 예절 등을 배관으로 들어오는 그들의 대화로 배웠기에, 벨씨나 벨 부인, 네이선 그리고 강아지 베어를 가족처럼 친밀하게 느꼈죠. 물론 그들은 지하실에 숨어사는 쥐들의 존재는 몰랐겠지만...

하지만 벨씨가족이 운영하는 신문사의 구독자가 점점 줄어들어 운영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만약 그들이 신문사를 닫게 되면 조는 이곳을 떠나야 하고, 올드 진이 말하던 '예민한 코'(돈을 잘 버는 남편)를 찾아내야 합니다. 하지만 조는 결혼에 전혀 마음이 없었기에 벨씨 가족에게 편지를 쓰기로 합니다. 조의 마음속에는 참견쟁이면서 심술쟁이인 원숭이가 여럿 있기 때문에 그녀는 고민 상담하는 현명한 아주머니로써 편지를 보냅니다. 물론 익명으로.


그리고 잉글리쉬 부인의 모자 가게에서 해고당한 조에게 올드 진이 어릴 적 일했던 페인 씨 댁에서 일하기를 권했습니다. 고급스러운 환경, 풍부한 음식 그리고 공정한 여주인까지 나쁜 곳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여러 털 빛깔이 섞인 말 같은 페인 부인의 딸 캐럴라인을 제외하고는 말이죠.

석연치 않은 이유로 페인 부인에게 해고를 당했던 조는 부인이 다시 자신을 받아줄지 의문이었습니다. 하지만 마땅히 자신을 받아주는 곳이 없었기에 올드 진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합니다.

감상평

"아래층 소녀의 비밀 직업" 상당히 재밌게 읽었습니다. 평소 즐기지 않은 여성향 소설이지만, 여유롭고 여상스러운 표현이 정말 좋더군요.

"올드 진의 얼굴은 태양처럼 거짓이 없지만, 아주 잠깐, 구름 한점이 덮였다가 곧 사라진다"

"그러나 말이 아무리 예뻐도 누구나 잘 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발자국은 땅바닥에만 남는 게 아니다"

"월요일의 시작은 처음으로 링에 오른 수탉처럼 발톱을 내민 채 피를 뽑힐 준비를 하는 것이다."

이외에도 이루 말할 수 없는 보석 같은 표현이 불쑥불쑥 튀어나와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문장들이 빼곡하더군요. 그래서 낡은 필사 노트를 오랜만에 새로 바꿔야 할 정도로 좋은 문장들을 많이 얻을 수 있었습니다.

위의 감상평은 단지 책의 도입부에 불과한 내용입니다. 본격적인 내용은 거론하지도 않았습니다. 이전의 서평은 대부분 대략적인 이야기 흐름을 다뤘지만, 이번 "아래층 소녀의 비밀 직업"은 말해드리기 곤란했습니다. 직접 읽는 재미를 빼앗기 싫었거든요. 이 책을 검색했다는 건, 평소 독서를 즐기시는 분일 테니, 책이 주는 즐거움을 만끽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도입부만 다뤘습니다.

"아래층 소녀의 비밀 직업"의 주인공 조 콴은 부당한 대우나 차별을 받더라도 비굴한 모습을 보이지 않습니다. 주먹을 바들바들 떨고, 눈이 붉어질지언정 자신의 뚜렷한 주관을 상대방에게 내밉니다. 당신들과는 다른 누런 피부고, 키도 작고 하찮게 여기는 여자지만 당신과 다를 바 없는 같은 '인간'이라는 사실을. 상대방이 비웃고 하찮게 여기며 자신을 인정하지 않더라도 삭막한 아스팔트 보도블록 틈새를 비집고 꽃을 피운 야생화처럼 세상 속에 스며듭니다.

매력적인 영 어덜트 소설을 찾는 분들에게 영 어덜트 문학상 수상 작가 스테이시 리의 "아래층 소녀의 비밀 직업"을 추천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제 주관대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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