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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은 현실을 어떻게 조작하는가 - 마리아 레사의 진실을 위한 싸움
마리아 레사 지음, 김영선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12월
평점 :

책 소개
필리핀 전 대통령 두테르테. 들어본 적 있습니까? 뉴스나 정치사회면을 종종 보시는 분이라면 한 번은 봤을 겁니다. 말도 안 되는 망언과 비리 그리고 폭압적 행위를 일삼는 자였죠. 그리고 두테르테 관련 기사를 조금만 검색해 보면 '마리아 레사'라는 이름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마리아 레사는 2021년 필리핀 최초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오늘 소개할 책의 저자이기도 합니다.
"권력은 현실을 어떻게 조작하는가"의 저자 마리아 리사는 필리핀계 미국인 기사 겸 작가, 래플러의 공동 설립자입니다. 그녀는 1963년 필리핀 마닐라에서 태어나서 어린 시절을 할머니와 함께 지내다가 1970년 어머니와 함께 미국으로 건너갑니다. 미국에서
프린스턴 대학을 졸업하고 필리핀을 떠난 지 13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옵니다.
레사가 돌아온 시기는 21년간 장기집권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가 필리핀 시민들의 피플파워(people power)로 쫓겨난 해였습니다. 그는 필리핀 국민들로부터 100억 달러를 훔친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그리고 레사는 마르코스 정부에게 빼앗겼던 방송사 PTV4(전 MBS)에 입사해서 언론인으로서의 삶을 시작합니다.
그녀는 작가이자 프로듀서, 제작자, 영상편집, 총괄 제작자의 여러 가지 역할을 겸하면서 필리핀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취재하고 보도했습니다. 그리고 1988년 설립 7년 차에 접어드는 CNN의 프리랜서 기자도 겸임하게 되죠. 그녀는 이후 인도네시아 폭동, 동남아시아 신흥 테러조직, 대홍수 같은 주요 사건을 다루었고, 2000년에 이르러서는 동남아시아 지역 CNN의 얼굴이 될 정도로 성장합니다.
그리고 2012년 레사는 차이 호필레냐, 베스 프론도소, 글렌다 글로리아와 함께 온라인 탐사보도 전문매체 래플러(Rappler)를 공동 설립합니다. 래플러는 '떠들다'라는 'rap'과 '물결을 일으키다'를 의미하는 'ripple'를 혼성한 단어입니다. 레사는 래플러를 통해 독자들의 호주머니 속 휴대전화에 텔레비전 뉴스를 넣고 싶어서 국민의 참여를 더 이끌어내려 했었죠.
그녀는 2008년 당시 엄청난 동원력을 가진 페이스북을 통해 필리핀 같은 국가를 위해, 민주주의 미래를 위해 뭔가를 할 수 있을 거라 낙관을 합니다. 그래서 래플러의 첫 공식행사를 소셜미디어를 통해 첫발을 내딛습니다. 하지만 기업은 오로지 이윤을 위해 움직인다는 사실을 레사는 간과했습니다. 기업은 공공의 안전보다는 돈벌이를 선호한다는 사실.
그녀는 소셜미디어의 좋은 면에 너무 흥분한 나머지 sns가 지닌 해악을 간과한 채, 워크숍에 모인 500명의 청년들에게 소셜미디어의 강점을 강조하게 됩니다.
우리는 더 많이 연결되고 있습니다.
더 사회적이 되었고 최소한의 비용으로 함께 행동하기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권력은 현실을 어떻게 조작하는가
하지만 점차 시간이 흐르자 페이북과 유튜브를 이용한 조작화한 허위행위로 거짓된 여론조작을 목도하게 됩니다. 이후 레사는 소셜미디어가 지닌 폐해 때문에 세계의 민주주의가 훼손되고 갈가리 찢어져 후퇴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녀가 바랐던 이상은 누군가 진탕치기 전의 흙탕물에 비친 맑은 하늘이었죠.
그녀가 본 페이스북은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방안 즉, 남들보다 빠른 그럴듯한 정보면 가리지 않았습니다. 거짓말, 혐오 발언, 음모론, 허위 정보, 표적 공격 등 그릇된 행위는 페이스북이 가진 더 큰 목적, 돈을 위해 허락될 수 있었던 거죠. 더 많은 정보와 더 빠른 정보가 가진 위험이 사회를 디스토피아로 빠지게 되는 건 관심조차 없었던 겁니다.
그리고 마리아 레사는 지금도 자신을 힘들게 하는 십여 건의 고소사건이 있게 한 두테르테를 만나게 됩니다. 그녀는 전 필리핀 대통령 두테르테가 집권 시절 '마약과의 전쟁'이란 미명하에 벌인 폭력성을 집중 조명해서 그를 계속 견제했습니다. 이 때문에 그녀는 체포될 경우를 대비해 '비상용 가방'을 지참하는 불안한 생활을 했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두테르테는 마지막 선거 유세를 하던 날, 그의 잔인한 폭력성이 담긴 말을 합니다.
인권법은 잊어버리십시오.
내가 대통령 궁에 간다면 내가 시장으로서 하던 일을 할 겁니다.
마약 밀매자, 노상강도, 무위도식자는 사라지는 게 나을 것입니다.
내가 여러분을 죽여버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여러분 모두를 마닐라만에 갖다 버려 그곳 물고기들을 살찌울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말도 안 되는 발언을 한 두테르테는 득표율 39퍼센트를 얻어 대통령에 당선됩니다. 필리핀 사람들은 페이스북 사용시간이 가장 많습니다. 그리고 필리핀의 정치인들은 시민들의 이러한 습성을 이용해 가짜 뉴스를 퍼트려 정권을 획득합니다. 두테르테가 페이스북을 성공적으로 이용해서 최고직에 오른 최초의 인물이고, 그다음이 봉봉 마르코스입니다.
봉봉 마르코스는 피플파워로 쫓겨난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의 외동아들입니다. 그는 두테르테가 했던 방식을 그대로 모방학습해서 두테르테의 후임자가 됐습니다. 사람은 기억을 망각하고 조작한다지만, 자신들을 억압했던 독재자의 아들이 다시 대통령이 되다니. 어딘가 익숙하지 않습니까?
레사는 마르코스 주니어가 대통령이 된 것을 보고, 현재화된 과거라고 평했습니다.
"우리는 사실을 읽었다. 역사를 잃었다. 마르코스가 이겼다".
우리는 기존 세상의 잔해 위에 서있습니다. 그래서 더 배려 하고 더 평등하면서 더 지속 가능한 세계를 지향해야 합니다. 파시스트와 폭군으로부터 안전한 세계를 꿈꿔야 합니다.
저자 마리아 레사는 민주주의가 당연한 것이라고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사람이 민주주의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사람들을 위해 "권력은 현실을 어떻게 조작하는가"를 집필했습니다. 책은 그녀의 일대기이자 현재 진행 중인 자서전격입니다.
책은 우리와 닮은 필리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소셜미디어와 인터넷을 통한 조작화된 허위 선동행위, 격해지는 감정 표현과 현실로 이어지는 폭력행위. 그리고 추락한 독재자의 왕위 승계와 시민 각성 등. 레사는 이런 행위가 다만 필리핀이 아닌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시민들의 각성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현재적 순간에,
기억조차 쉽사리 조작되는 이 시기에 우리가 무엇을 하는지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나를 포함한 우리 팀이 매일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길 바란다.
진실을 위해 당신은 무엇을 희생할 수 있는가?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제 주관대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