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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전쟁 - 전쟁이 끝나면 정치가 시작된다 ㅣ 임용한의 시간순삭 전쟁사 2
임용한.조현영 지음 / 레드리버 / 2022년 11월
평점 :

책 소개
"중동전쟁"은 2000여 년간 유럽을 떠돌던 유대인이 팔레스타인, 그들의 마음의 고향 시온으로 돌아오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불안한 세계정세 속 다시는 기약 없는 유랑민으로 돌아가기 싫었던 유대인. 그래서 더욱 대범하게 칼날 위를 걸으며 잔인한 발악으로 그들에게 주어진 땅을 지키려 했습니다.
그리고 팔레스타인인(人). 수천 년 동안 팔레스타인에서 농사를 짓고 산 이들. 이들은 조상 대대로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온 농부였습니다. 순박한 팔레스타인 농부들은 갑자기 시오니스트가 나타났을 때 준비 안된 무지렁이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팔레스타인은 아랍 지역 중에서도 가장 낙후되고 고립된 땅이었기에 갑자기 들이닥친 유대인에 어리둥절했을 뿐이었습니다.
순박한 농부들은 거친 땅을 개간만 했지, 땅의 소유권은 그들의 관심 밖이었습니다. 등기상 주인이 누구든 그곳에 농사짓고 사는 사람은 그들이었기 때문에, 농부가 개간한 땅은 그들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순박한 농부들은 낯선 이웃이 이주해오고, 낯선 이들과 몇 번의 극렬한 다툼으로 차츰 잊고 있던 분노를 일구기 시작했습니다. 자신들을 고향 밖으로 쫓아내려 하는 이웃이 원망스러웠기에.
맨몸뚱이로 수천 년 동안 조상 대대로 살아온 땅에서 쫓겨난 팔레스타인인은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한 천덕꾸러기 유랑민 신세가 되었습니다. 그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그리고 전쟁이 시작됐습니다.
전쟁의 시작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그들의 땅, 중동을 지배하던 왕(영국)이 힘을 잃고 고향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유엔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리 독립안을 제안하게 됩니다. 하지만 유엔의 결의안은 화약고에 불을 붙인 셈이었습니다. 왕이 무분별하게 남발한 공수표를 들고 자신의 권리만 고집했기 때문입니다.
유엔의 결의안에 의해 양측의 국가 경계선이 그어지자 이스라엘과 아랍연합 측(팔레스타인)은 상대를 제압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양측의 계획은 영국의 위임통치가 끝나는 날 그들이 바라는 전략 요충지를 장악하는 것이었습니다. 양측 군대가 요충지를 차지하고 그 지역의 인구와 지배하기 위해 총성이 울리길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1차 중동전쟁(1948년 - 49년, 이스라엘 독립전쟁)
이스라엘은 수적으로 열세였지만 치밀한 전략과 필사적인 저항으로 승리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스라엘 역시 대대적인 전쟁은 처음이었습니다. 이스라엘 군대는 하나로 통일되지 않고, 하가나, 팔마, 이르군, 레히(슈테른)로 군부가 난립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또다시 유럽인들에게 무시당하던 삶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기에, 필사적으로 전투에 임해 승리를 쟁취했습니다.
아랍 연합군은 수적이나 화력 면에서 우세했지만, 그들이 가진 이점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습니다. 서로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엇갈려 있는 아랍 국가, 이집트, 시리아, 요르단은 서로를 신뢰하지 못했고, 서로에게 믿음도 주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내부적으로도 분열되어 있어서 전투에서 우왕좌왕 엉망이었습니다. 오죽하면 유리한 고지를 탈환하고도 장례식에 참가한다고, 탈환한 고지를 내버려 둔 채 모두 떠나버렸습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유대인의 성지, 예루살렘을 되찾지 못했습니다. 예루살렘은 유대교와 기독교, 이슬람의 성지입니다. 그래서 이스라엘과 아랍 양측에게 절대 빼앗길 수 없는 요충지이자, 대의명분을 위한 도시이자, 마음의 고향인 성지 예루살렘을 반드시 차지해야 했습니다. 이스라엘은 예루살렘과 기타 요충지 탈환, 점령을 위해, 아랍연합 측은 이스라엘을 몰아내기 위해 다시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2차 중동전쟁(1956년-57년)
수에즈 운하를 둘러싼 전쟁. 수에즈운하를 국유화하겠다는 이집트 나세르 대통령의 선언에 반발한 영국과 프랑스, 이스라엘을 공격해 전쟁이 시작됐습니다. 결과적으로 이집트는 2차 중동전쟁에서 완패했습니다. 하지만 이집트의 나세르는 패배하지 않았습니다. 미국과 소련이 본격적으로 세계정세에 개입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경제, 소련은 무력으로 이들 프랑스, 영국, 이스라엘을 압박을 가했고, 결국 그들은 신흥 제국에 위협에 물러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유엔의 중재로 전쟁은 끝이 났고, 영국과 프랑스는 수에즈 운하의 소유권을 상실했습니다. 비록 전쟁에 패배했지만, 미국과 소련을 상대로 뛰어난 외교협상으로 수에즈운하를 되찾아 온 이집트 대통령 나세르는 아랍에서 슈퍼스타가 됐습니다. 그리고 그의 이러한 인기는 아랍민족주의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장차 그는 아랍을 통일하기 위해 다시 전쟁터로 뛰어들게 됩니다.
3차 중동전쟁(1967년, 6일 전쟁)
이스라엘이 이집트, 요르단, 시리아를 상대로 선제공격해서 전쟁이 시작. 이스라엘은 단 6일 만에 대승을 거둬 시나이반도, 골란 고원, 서안 지구 등 많은 영토를 차지하게 됩니다. 이스라엘이 이렇게 대승한 이유에 뛰어난 전투기의 역할도 있지만, 예상치 못한 기습에 파괴되고 파멸되어 가는 상황에서도 순간적인 대응책을 찾아내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절박한 전투를 치르면서도 유연한 대응으로 자신들의 길과 적의 약점을 찾아냈습니다.

4차 중동전쟁(1973년, 욤키푸르전쟁)
6일 전쟁에서 빼앗긴 시나이반도와 골란 고원을 되찾기 위해 이집트와 시리아가 전면적으로 이스라엘을 기습하면서 다시 평온한 사막을 진탕 시켰습니다. 이 전쟁은 앞선 전쟁과는 다르게 이스라엘이 상당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집트 대통령 사다트의 기만책에 속아 이스라엘 지도부는 방심을 했고, 이집트에 심어놓은 스파이의 말도 신뢰하지 못했기에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더욱이 욤키푸르는 이스라엘의 대규모 휴일이라서 많은 군인들이 휴가를 떠나 경계도 느슨해져 있던 상태였습니다.
저자
임용한. <전쟁과 역사>, <한국고대 전쟁사>, <조선 국왕 이야기>,<세상의 모든 전략은 전쟁에서 탄생했다>, <손자병법>등의 많은 저서를 출간해 많은 독자의 지지를 받았다. 또, 유튜브 누적 조회 수 8000만이 넘는 화제의 프로그램 국방 TV <토크멘터리 전쟁사>에 출연하며 전쟁사, 역사 팬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조현영. 한국외국어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20여 년간SBS <뉴스추적〉, MBC 〈 W 〉, KBS <TV는 사랑을 싣고>등 많은 프로그램을 집필했다. 임용한 저자가 출연한 국방 TV 토크멘터리 전쟁사>를 4년간 맡아 집필했다.
감상평
"중동전쟁". 이름만 들어도 읽기에 만만치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낯선 분야고 더구나 책도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었기에 읽기도 전에 한숨을 쉬었죠. 뉴스나 신문으로 보던 다른 나라의 전쟁을 접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막상 읽기 시작하니 생각보다 좋았습니다.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처럼 흥미진진했습니다. 어느 순간 저자의 필력에 넘어가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죠. 자욱한 노이즈가 잔뜩 낀 흑백필름을 접하는 것처럼 낯설었지만 생생했습니다. 유대민족의 2000년이 넘는 고된 삶과 팔레스타인인의 순박한 삶을 교대로 보여주며, 과거의 전쟁과 지금의 테러를 어느 한쪽의 잘못으로 몰아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더 좋았습니다. 가능한 객관적으로 글을 집필한 저자의 입장이 보였습니다.
읽고 난 후, 전쟁의 참혹함보다 더한 끔찍한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땅에 대한 집착. 유대인 하면 무엇이 생각나십니까? 홀로코스트, 미국의 월가 아니면 장사꾼. 책이나 뉴스를 통해 사람들이 다 아는 이스라엘 민족의 굴곡진 역사를 알고는 있었지만, 중동전쟁을 읽으면서 더욱 그들에게 몰입하게 됐습니다. 2000년간의 핍박, 차별, 학살을 겪으면서 겨우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치는 그들에게서 하나를 보았죠.
기회, 힘, 차별, 살육, 보복, 민족 그리고 삶! 서로 맞물리지 않고 헛돌던 것들이 유대인을 질주하게 만들었습니다. 멈추면 죽어야 하는 절실한 질주에 목을 맬 수밖에 없었죠. 자신의 잔인한 행동을 정당화하는 인간의 설익은 모순.
다시 떠돌이로 돌아갈 수 없기에 그들, 유대인은 물러설 수가 없었죠. 뒤는 다시는 거스를 수 없는 벼랑이기에. 맞습니다. 유대인은 전쟁의 광기에 먹혔습니다. 그리고 팔레스타인에 살던 순박한 농사꾼은 테러리스트가 되었습니다. 낯선 이방인에게 곁을 내주던 순박한 농부는 광기의 모래폭풍에 황량한 사막 어딘가로 자취를 감췄습니다.
누군가의 편을 들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 생각은 들었죠. 나 역시도, 순박한 농부를 쫓아내지 않았을까?
미래의 평가는 기록한 자의 기만일 뿐.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제 주관대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