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 붓꽃
루이즈 글릭 지음, 정은귀 옮김 / 시공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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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야생 붓꽃"은 2020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미국의 여성 시인 루이즈 글릭의 시집이다. 퓰리처상, 전미도서상 등 수많은 상을 수상한 루이즈 글릭은 지난 50년 동안 미국 시 문단의 중심에 있던 인물이다. 그녀의 작품은 우아함과 냉철함, 인간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감정에 대한 민감성과 서정성 그리고 그녀만이 지닌 직간접적인 은유적인 표현으로 드러내는 통찰력으로 여전히 찬사를 받고 있다.

야생 붓꽃은 시인에게 퓰리처상과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스 시 협회상을 안겨준 작품이다. 야생 붓꽃은 정원에서 영감을 얻어 작성한 시집이라고 한다. 정원에서 꽃이 피어나기까지의 시간을 일시적이면서 순환으로 영원과 끝을 다소 이해하기 모호한 독특한 문장 배열로 보여주고 있다.

내용 소개


나를 삭게 하는 고통에 힘들어하다가 작은 문을 발견했어. 응? 무시하지 말고 내 말 좀 들어봐. 네가 전에 했던 '죽음'을 이야기했던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 주위를 봐봐. 변한 건 없어. 나를 스쳐 나무를 훑고 허공으로 치솟는 바람 외엔 해 질 녘의 여린 태양만 대지에 아른거릴 뿐이야.

생각만 해도 끔찍해. 나는 느낄 수 있을 뿐 어두운 땅속에서 묻혀 세상을 볼 수가 없어. 그래. 끝이 났어. 미숙한 상태에서 한치도 움직이던 그런 상태가 끝이 났어. 세상을 막고 있던 대지가 내게 틈을 보여줬어. 그리고 난 봤어. 땅의 진동으로만 보았던 나무와 새를. 너는 다른 세상에서 오는 길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나는 찾았어. 메마른 땅에 어른거리던 노을빛과 바람을. 그리고 나는 저 아래에서 움트는 기운으로 나를 환하게 펼쳤어.

내가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궁금한가요? 나는 알 수 없는 고민거리에 걱정하며 정원을 서성거려요. 누군가에게는 나를 보며 심오한 생각에 빠져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하릴없이 정원을 맴돌 뿐이에요. 쓸데없는 번민으로 짓이겨진 토끼풀이라도 헤집어볼까요. 혹시 네잎클로버를 찾으며 내 인생은 바뀔 수 있을까요?

언제쯤이면 이 고민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이제 여름이 지나고 곧 단풍이 드는 가을이 다가오는데, 정원 한구석에 있는 시든 나무가 서글퍼요.

내가 너희에게 무엇을 해주기를 바라니. 언제까지 어린애처럼 칭얼거리며 자기가 원하는 것만 소리치는 거니. 꽉 쥔 손을 펴고 너희를 돌아보려무나. 내가 왜 너희에게 실망하는 지도 모르지 않니. 어떻게 하면 좋을까. 서로 다른 천 가지 목소리들로 뒤얽힌 한여름의 고요한 대기마저 쫓는구나.

너희들이 내게 그걸 요구할 권리는 없어. 너희는 나의 분신일 뿐 특별하지는 않아. 자신을 교만에 빠트리지 말거라.

작가와 옮긴이

작가 루이즈 글릭(Louise Elisabeth Glück). 미국의 시인이자 수필가이다. 1943년에 태어났다. 2020년 노벨문학상, 2015년 국가 인문 훈장을 받았다. 2003년부터 다음 해까지 미국 계관시인이었다. 1968년 시집 《맏이》로 등단했고, 1993년 시집 <야생 붓꽃>으로 퓰리처상과 전미도서상을 받았다. 이후 시집 열네 권을 발표했고 에세이와 시론을 담은 책 두 권을 지었다. 예일대학교 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옮긴이 정은귀. 한국외국어대학교 영미문학 문화학과 교수로 우리 시를 영어로, 영시를 우리말로 옮겨 알리는 일에 정성을 쏟고 있다. 말이 사람을 살리기도 하며 시가 그 말의 뿌리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산문집《딸기 따러 가자》와 《바람이 부는 시간》이 있다.

감상평

읽기 수월치 않은 시집이었다. 모호하고 어색한 시어의 배열에 시집을 펼친지 얼마 안 돼 졸음에 빠질 정도였다. 과장스럽게 들릴 수 있겠지만 두께가 얇을지라도 400페이지가 넘어가는 책보다 읽기가 버거웠다. 시 한 편조차 완독하기 힘에 겨웠다. 그래서 어렵사리 시집을 다 읽고 부록처럼 딸려온 해설본을 펼쳐봤다. 작품이 어려우니 해설마저 난해했다. 오랜만에 접해본 멀미 나는 퀴퀴한 문과향이 진하게 났다.

대충 해설본을 읽어보니 "야생 붓꽃"에는 여러 목소리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었다. 야생화지만 도시인에게는 잡초의 목소리, 인간 또는 작가의 목소리 그리고 신의 목소리. 이렇게 세 명의 화자가 있다고 했다. 해설을 다 읽어보고 다시 시를 읽어보니 그런 것 같다. 왠지 예전 학창 시절에 수학 답지를 미리 넘겨본 것처럼 민망하다.

작가는 궁극적으로 삶의 순간을 감사하며 충실하라고 야생화와 정원사(작가), 신의 목소리를 빌려 독자들에게 격려하고 있다. 삭막한 아스팔트 도로에서도 치열하게 틈을 비집어 삶을 갈구하는 야생화가 바라는 삶을 감사히 여기라고. 시에 대한 관심이 있는 분만 "야생 붓꽃"에 도전하기 바란다. 두께는 얇지만 내용은 무거운 시집이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제 주관대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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