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오늘은 계속된다
베르나르 피보 지음, 배영란 옮김 / 생각의닻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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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수십 년 전부터 최근까지 프랑스 문학과 출판, 문화계의 정점의 있었던 베르나르 피보의 첫 번째 소설이다. 이전에 프랑스어 바로 쓰기에 관한 책과 평론집을 여러 권 출간했지만 장편소설은 이번이 처음이다.

글을 읽어보면 프랑스 문화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지닌 인물이 쓴 글치고는 소탈한 느낌을 받았다. 그는 소외된 작가 발굴보다는 수많은 독자를 독서를 초대했다고 한다.

목차


'그래도 오늘은 계속된다'라는 36개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는 장편소설이다. 등장인물은 그와 오랜 친분을 지닌 JOP 모임의 친구들과 마농, 제라드 그리고 똑똑한 소년 에두아르가 등장한다. 대부분의 에피소드는 그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내용 소개


사람들이 내 키를 물을 때 나는 당당히 내 키가 180cm라고 말했다. 내 키 180은 키 큰 사람과 작은 사람을 나누는 기준이다. 그렇기에 나는 키 큰 사람의 경계에 아슬하게 걸려있는 셈이다. 그런데 건강검진을 한 의사가 내 키를 180이 아닌 178이라고 한다. 2센티 작아지면 나는 키 큰 그룹에서 떨어져 작은 사람에 속하게 된다. 키가 작은 친구 옥토와 내가 같은 그룹에 속하다니 말도 안 된다.

누군가는 나이가 그렇게 들고도 키에 연연하냐 비웃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건 소소한 내 자존심이다. 누구에게나 저마다 집착하는 하나는 있을 거다. 수염, 귀걸이 펜던트, 만년필 등.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소소한 것들에 집착을 하곤 한다. 한데 아무래도 나는 대상을 잘못 고른 듯하다. 나이가 들어 한 해가 지날 때마다 내 자존심이 몇 센티씩 깎이게 됐으니...

우리 모임 JOP의 여덟 번째 멤버는 일명 외눈박이 코코로 불리는 귀스타브 조르당이다. 코코가 실제로 눈이 한쪽만 있어서 그런 게 외눈박이라는 별칭이 붙은 건 아니다. 눈이 가거나 몸이 반응하는 여자만 있으면 항상 한 눈을 파느라 정신을 못 차리기 때문이다. 그는 언변도 좋고 충분한 매력이 있어서 헛수고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말도 안 되는 논리로 여자들을 꾀어 내곤 했다. 물론 지금은 70대라서 한창때처럼 여자들의 환심을 얻기는 힘들었지만 그의 말솜씨는 여전했다.

그는 여전에 부동산 중개인으로 일했었다. 그는 그때도 특유의 언변으로 상대를 설득해 집을 잘 팔기로 정평이 나있었다. 하지만 그는 집을 사겠다는 확답을 받으면 손을 뗐었다. 그다음 계약서를 쓰는 역할은 동업자의 몫이었다. 아마도 그는 예전에 일하던 시절의 성취를 연애라는 무대 위에서 재현하려 했던가 아닐까?


나이가 들면서 몸만 느려진 게 아니고 수십 년의 세월에 마음마저 녹이 쓸어 속도가 느려졌다. 다리가 느려지면 천천히 가면 되지만 마음이 늦어지면 길을 잃게 된다. 요즘 들어 단어도, 생각도 재빠르게 떠올리지 못하고 있다. 씁쓸하다. 여전에는 즉각적으로 응수하고 대꾸하는 걸 좋아했고, 재치 있게 상대에게 맞받아쳤는데... 이제는 한발씩 늦는 느낌이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노화는 글쓰기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시간이 걸릴 뿐이다. 그러니 글쓰기는 천천히 해도 된다. 단어가 생각이 안 나면 인터넷을 뒤져봐도 되고, 문맥이 맞지 않으면 다시 고쳐 쓰면 된다. 나는 전업작가가 아니니까.

저자와 옮긴이 소개

저자 베르나르 피보(Bernard Pivot). 1935년 리옹에서 태어난 언론인이자 문학평론가다. 프랑스의 유명한 문학 잡지 <리어 LIRE>를 창간했고 TV 프로그램 <아포스트로프Apostrophes>를 진행했으며 프랑스어 받아쓰기 대회 <디코 도르 Dicos d'or)를 기획하기도 했다. 그는 수십 년 전부터 최근까지 프랑스 문학과 출판, 문화계의 정점에 있었고 그의 명성과 인기는 독보적이다. 프랑스어 바로 쓰기에 관한 책과 평론집을 여러 권 출간했지만, 여든다섯 나이에 첫 소설을 세상에 내놓는다.

옮긴이 배영란.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에서 순차 통역 및 번역 석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동 대학원에 출강하며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생텍쥐페리 전집을 비롯하여 <천일야화> <열세 살 마리옹> <파리, 서른, 싱글, 로미> <빌 게이츠는 왜 아프리카에 갔을까》 등이 있으며, <고> <밀레> <모딜리아니> <르누아르> <오르세 미술관>전 등 주요 전시의 도록 작업을 진행했다.

감상평

커다란 고목의 선명한 나이테 같은 연륜으로 자신과 주변 친구들의 유년 시절 이야기와 일상을 담담히 담아냈다. 그리고 나이 들면 으레 생기는 깐깐한 고집을 내비치지 않고 변화한 시대에 자연스레 받아들이고 있다. 여태껏 살아왔던 자신의 태도와 신념을 조금씩 고쳐가며 고집을 부리지 않고 여상스레 일상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남은 생을 지탱해 줄 일곱 가지 다짐으로 인생의 지침을 독자에게 고백했다. 일곱 가지 다짐 중에 여섯 번째 변방에서 꿈꾸는 사람이길 원하는 그의 다짐이 가슴에 닿는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제 주관대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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