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신예찬 - 라틴어 원전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45
에라스무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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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에라스무스의 "우신예찬"은 어리석은 신(우신)의 자화자찬 연설문 형식으로 되어 있다. 스스로를 치켜세우며 작가가 활동할 16세기 당시 시대의 지배층과 지식인 계층 즉, 교황과 주교, 추기경, 수도사, 철학자 혹은 현자를 신랄하게 비판한 글이다. 에라스무스는 신장병을 치료하다가 일주일 만에 "우신예찬"을 가벼운 마음으로 집필했고, 원고를 읽은 친구들이 허락도 받지 않고 출판했다.

에라스무스가 가벼운 마음으로 집필한 책이만 우신예찬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르네상스 시대에 가장 주목할 만한 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아울러 개신교 종교개혁 초기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목차

"우신예찬"은 68장의 우신의 연설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내용 소개

연설문의 첫 부분에는 사람들 앞에 있는 자기가(우신) 누구고, 부모님은 누구이며, 시녀는 누구인지 등.... 자신을 설명하는 부분이다.

사람들은 우신의 얼굴과 표정만 봐도 그가 누구인지 충분히 알 수 있다. 굳이 지식을 쫓네 하며 젠체하는 철학자들에 비해 그는 스스로 어떤 치장도 하지 않고 마음속 있는 그대로를 고스란히 보여주기에 스스로를 감출 수도 없고, 감출 마음도 없다.

아울러 자신은 최고의 신으로서 결혼으로 생명을 잉태하게 만든 장본인이라며 자신을 추켜 세운다. 결혼은 생명을 잉태하게 만든 원초적인 근본으로, 자신의 시종 '아노이아'(경솔)에 의해 비롯됐으므로 우신이야말로 생명 탄생의 주역이다. 그리고 고통스러운 출산을 자신의 시녀 '레테'(망각) 때문에 다시 반복하도록 돕는 것 또한 우신의 은총이다.

우신 덕분에 탄생한 생명체 남자와 여자 즉, 이성들은 어리석은 쾌락으로 인생의 모든 시기를 즐겁게 보낼 수 있다. 어린애와 어른 할 것 없이. 특히 늙은 자를 다시 우신의 은총으로 회춘하게 만들어 준다. 바로 어리석음으로, 어린애가 노인을 좋아하고 노인이 아이를 좋아하는 건 서로 어리석음이 닮았기에. 같은 부류는 서로 끌릴 수밖에 없다.

스토아학파는 지혜로움은 이성을 따른 반면에 어리석음은 정념에 따른다. 하지만 심장을 차지한 분노와 마르지 않는 욕망인 정욕에 이성은 무력해진다. 굳이 무력한 삶을 하나하나 꼽을 필요 없을 만큼 인간은 획일적이며 정형화된 명제를 외치는 이성이 내면에 차지할 영역은 없다.

자기를 미워하는 자는 타인을 마음을 품을 수 없다. 스스로를 혐오하는 자는 타인을 웃음 짓게 만들 수 없다. 하물며 자기혐오에 빠진 자는 행복을 알지 못한다. 웃기지도 어울리지도 않는 비관에 빠져 진창을 구를 바에는 나의 자매인 자아도취에 빠져 삶을 진탕 즐겨라. 자기만족이나 자화자찬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 하지만 인생의 양념인 자아도취가 없다면 배우의 연기는 야유를 받고, 시인의 시는 맹탕이 될 것이고, 화가의 그림은 곰팡이 내나는 벽지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행복은 어떻게 생각하는냐에 달렸다. 인간의 마음은 진실보다는 거짓에 훨씬 쉽게 사로잡힌다. 교회 단상의 설교자의 지루한 연설보다는 고루한 옛날이야기가 사람들의 졸음을 날려버린다. 행복하다면 그것이 거짓으로 말미암은 것이든 진실로 인한 것이든 아무런 차이가 없다. 차이가 있을지라도 어리석은 자들은 행복을 누르길 바란다. 행복은 어려운 게 아니다. 그저 저기에 있다고 믿으면 된다.

지은이와 옮긴이 소개

지은이 에라스무스(Desiderius Erasmus Roterodamus.1466-1536).

네덜란드 출신의 사상가이자 신학자, 인문학자다. 1500년에 라틴어 인용문을 모은 격언집』을 출간하며 인문주의자로 이름을 알렸다. 고전에 대한 해석과 논평을 덧붙인 이 책은 당시 일어나기 시작한 르네상스 정신과 맞아떨어지면서 중세의 경직된 사고를 깨뜨리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이어서 수도원 주의와 성인 숭배, 전쟁, 분과, 사회악 등을 다루면서 형식주의에 빠진 기독교를 비판하는 『기독교 병사의 편람』(1503), 부패한 가톨릭교회와 어리석은 현자들의 위선을 풍자한 『우신예찬』(1511)을 출간하면서 당시 무르익어가는 종교개혁에 큰 촉매로 작용한다. 『우신예찬』은 생전에 39쇄가 나올 정도로 대단한 인기를 누렸지만, 1559년 이후에는 가톨릭교회의 금서 목록에 오른다. 반대자들의 압박을 피해 스위스 바젤로 이주한 그는 기독교인 군주의 교육』(1516)과 라틴어 성경을 비교 대조 후 함께 수록한 그리스어 신약 성경을 펴내는 등 자유롭게 학문과 저술 활동을 한다.

옮긴이 박문재.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법학과와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독일 보콤 대학교에서 수학했다. 또한, 고전어 연구기관인 비블리카 아카데미아 Biblica Academia에서 오랫동안 고대 그리스어와 라틴어를 익히고, 고대 그리스어와 라틴어 원전들을 공부했다. 대학 시절에는 역사와 철학을 두루 공부했으며, 전문 번역가로 30년 이상 인문학과 신학 도서를 번역해왔다.

역서로는 『자유론』(존 스튜어트 말), 『철학의 위안』(보이티우스), 『유토피아』(토머스 모어) 등이 있다.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이솝우화 전집』 등은 매끄러운 번역으로 독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감상평

솔직히 말하자면 읽기에 애매한 책이다. 우신예찬에서 줄곧 말하는 어리석음으로 읽으면 간단히 읽어낼 수 있다. 우신의 잘난 체와 소위 말하는 지식인 계층과 지배계층을 향한 신랄한 비판과 풍자가 담긴 연설문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보다 깊게 읽기 시작하면 머리가 어질해지는 책이다.

본문보다 주석의 분량이 압도적이다. 이 페이지만 있는 게 아니고 거의 매 페이지마다 저렇게 수북이 쌓여있다. 그래서 저 주석을 읽고 다시 본문을 읽고 다시 주석.... 이렇게 반복하다 보면 책 한 장을 넘기기가 여간 어렵지 않았다. 제대로 발음하기도 힘든 낯선 철학자들과 신화 속 인물들에 대한 정보를 읽고 문맥을 유추하기에는 내 능력이 한참 모자랐다. 그래서 우신의 가르침대로 어리석게 보고 싶은 것만 보기로 했다. 우신의 자화자찬이 가득한 연설에 허례와 욕망, 가식과 위선으로 자신을 치장한 자들을 비판하고 풍자하는 글이고 생각하며 읽었다.

우신의 희극적이고 해학적인 하지만 역설적이면서도 모순적인 애매한 글을 읽고 깨달은 게 있다. 삶은 마냥 쉽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주 힘겹지도 않는 것을. 결국 삶은 내게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지만, 굳이 알고 싶지도 않았던 그런 사실을. 다른 것은 호들갑 떨면서 몇 번을 되새기면서 정작 중요한 걸 무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신의 인생 가르침이 들어있는 책. 똑똑하길 바라고 자신이 지혜롭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추천하는 책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제 주관대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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