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를 미워하는 자는 타인을 마음을 품을 수 없다. 스스로를 혐오하는 자는 타인을 웃음 짓게 만들 수 없다. 하물며 자기혐오에 빠진 자는 행복을 알지 못한다. 웃기지도 어울리지도 않는 비관에 빠져 진창을 구를 바에는 나의 자매인 자아도취에 빠져 삶을 진탕 즐겨라. 자기만족이나 자화자찬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 하지만 인생의 양념인 자아도취가 없다면 배우의 연기는 야유를 받고, 시인의 시는 맹탕이 될 것이고, 화가의 그림은 곰팡이 내나는 벽지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행복은 어떻게 생각하는냐에 달렸다. 인간의 마음은 진실보다는 거짓에 훨씬 쉽게 사로잡힌다. 교회 단상의 설교자의 지루한 연설보다는 고루한 옛날이야기가 사람들의 졸음을 날려버린다. 행복하다면 그것이 거짓으로 말미암은 것이든 진실로 인한 것이든 아무런 차이가 없다. 차이가 있을지라도 어리석은 자들은 행복을 누르길 바란다. 행복은 어려운 게 아니다. 그저 저기에 있다고 믿으면 된다.
지은이와 옮긴이 소개
지은이 에라스무스(Desiderius Erasmus Roterodamus.1466-1536).
네덜란드 출신의 사상가이자 신학자, 인문학자다. 1500년에 라틴어 인용문을 모은 격언집』을 출간하며 인문주의자로 이름을 알렸다. 고전에 대한 해석과 논평을 덧붙인 이 책은 당시 일어나기 시작한 르네상스 정신과 맞아떨어지면서 중세의 경직된 사고를 깨뜨리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이어서 수도원 주의와 성인 숭배, 전쟁, 분과, 사회악 등을 다루면서 형식주의에 빠진 기독교를 비판하는 『기독교 병사의 편람』(1503), 부패한 가톨릭교회와 어리석은 현자들의 위선을 풍자한 『우신예찬』(1511)을 출간하면서 당시 무르익어가는 종교개혁에 큰 촉매로 작용한다. 『우신예찬』은 생전에 39쇄가 나올 정도로 대단한 인기를 누렸지만, 1559년 이후에는 가톨릭교회의 금서 목록에 오른다. 반대자들의 압박을 피해 스위스 바젤로 이주한 그는 기독교인 군주의 교육』(1516)과 라틴어 성경을 비교 대조 후 함께 수록한 그리스어 신약 성경을 펴내는 등 자유롭게 학문과 저술 활동을 한다.
옮긴이 박문재.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법학과와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독일 보콤 대학교에서 수학했다. 또한, 고전어 연구기관인 비블리카 아카데미아 Biblica Academia에서 오랫동안 고대 그리스어와 라틴어를 익히고, 고대 그리스어와 라틴어 원전들을 공부했다. 대학 시절에는 역사와 철학을 두루 공부했으며, 전문 번역가로 30년 이상 인문학과 신학 도서를 번역해왔다.
역서로는 『자유론』(존 스튜어트 말), 『철학의 위안』(보이티우스), 『유토피아』(토머스 모어) 등이 있다.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이솝우화 전집』 등은 매끄러운 번역으로 독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감상평
솔직히 말하자면 읽기에 애매한 책이다. 우신예찬에서 줄곧 말하는 어리석음으로 읽으면 간단히 읽어낼 수 있다. 우신의 잘난 체와 소위 말하는 지식인 계층과 지배계층을 향한 신랄한 비판과 풍자가 담긴 연설문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보다 깊게 읽기 시작하면 머리가 어질해지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