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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 허풍담 6 - 터무니없는 거짓말
요른 릴 지음, 지연리 옮김 / 열림원 / 2022년 10월
평점 :

책 소개
어른들의 안데르센, 덴마크의 국민작가 요른 릴. 시큰둥하게 읽다가 순간 실소가 나오게 하는 글 솜씨에 읽는 이를 사로잡는 책 '북극 허풍담 6'. 인간에게 너무나 가혹한 그린란드 북동부, 하지만 이곳을 신의 땅이라고 여기며 사는 진지하지만 유쾌한 사냥꾼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책이다.
지난번에 5권을 소개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 읽은 6권이 좀 더 유쾌하고 즐거웠고 찌릿했다. 개성이 너무나 뚜렷해서 책 밖으로 뛰쳐나올 것 같은 투박한 사내들의 고단한 삶, 오히려 삭막하고 가혹한 환경이기에 서로를 이해하고 포용하던 자들의 이야기.
북극 허풍담 6은 9개의 짤막한 단편으로 구성된 책이다. 철학자 비요르겐, 맹한 라스릴, 낭만주의자 안톤, 한센 중위, 닥터, 매스 매슨 등 독특하고 기묘한 그리고 유쾌한 인물들의 일상이 단편마다 질박하게 녹아들어 있다.
내용 소개

북극의 폭풍우마저 현관 문턱에 머물 정도로 듬직한 한센 중위의 마흔 번째 생일날, 그린란드 사냥꾼들이 핌불에 있는 한센 오두막으로 몰려들었다. 아는 것이 많아 자신이 아는 걸 하루 종일 떠들수 있는 비요르켄이 과거 함께 지냈던 괴상한 사내 '지골로'에 대한 이야기로 한센의 생일잔치의 분위기를 이끌어갔다.
지골로는 건 특별히 어떤 것에 각별한 애정을 쏟는 사내를 의미한다. 좀 더 쉽게 말하면, 여자에 애정을 쏟는 사람. 좀 더 적나라하게 말하면, 호색한, 놈팡이, 방탕하고 편집적으로 성에 집착하는 남자.
"지골로는 깡마른 몸에 키가 작고, 인중이 굉장히 좁은 사내였어.
암소가 싹싹 핥고 지나간 듯 기름진 머리카락에서는 반짝반짝 윤이 났고,
커다란 갈색 눈동자는 반쯤 감긴 눈에 늘 가려져 있었지."
아랫동네에서 톰슨곶에 여자가 많은 줄 알고 왔던 지골로는 실망감에 울고 불며 신음하며 한탄을 하더니 결국엔 입에 거품까지 물었다. 그렇지만 그를 이곳에 데려온 배는 떠났기에 지골로는 남을 수밖에 없었다. 매스 매슨은 그를 안타까워하며 봄이 되면 여자가 있는 남쪽 곶에 데려가 주기로 했다.
어쩔 수 없이 사냥꾼 생활을 묵묵히 하던 그는 결국 태양이 다시 불타기 시작하는 봄이 오기 전에 비요르켄을 재촉해 남쪽으로 향했다. 하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았고, 결국 건너기 힘든 빠른 물살에 일행은 발이 묶이고 만다. 이때 일행 중 한 명(낯짝)이 풍선이 있으면 강을 건널 수 있다는 말에 한 번도 공개한 적 없던 자루에서 상상도 못할 무언가를 꺼내는데....
지골로의 목에 걸린 저 열쇠로 자루에서 꺼낸 그것. 400여 개의 콘돔이었다. 그런데, 확실히 인중이 가늘긴 하다.

창림 1897년에 빛나는 즐거운 덴마크 산악회가 알라이네 의 바늘 봉우리를 탐험하러 온다는 전보가 비요르켄보르 기지에 전해진다. 비요르켄은 좀처럼 방문객이 없는 이곳에 등산을 위해 방문한 그들을 환대한다. 물론 그들이 가져온 맥주와 증류주 역시...

비요르켄은 순진한 산악회원들을 낯짝과 농락하며 그들이 가져온 귀한 술을 은밀히 뒤로 챙긴다. 라스릴의 총에 머리가 박살 날뻔한 건 소소한 에피소드.
저자 및 옮긴이 소개
저자 요른 릴(Jam Rid). 1931년 덴마크 오덴세에서 태어났다. 1950년 덴마크의 탐험가 라우게 코크 Lauge Koch 박사와 그린란드 북동부로 원정을 나섰다가 북극의 매력에 빠져 그곳에서 16년을 지냈다. 당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북극 허풍담' 시리즈 일부와 『내 아버지들의 집』과 『생을 위한 노래』를 집필했다. 이후 다시 그린란드로 떠나 '북극 허풍담' 시리즈인 『위험한 여행』 『공문』을 썼으며, 그 밖에도 이국적인 자연을 배경으로 하는 위트 넘치는 작품들을 다수 발표했다. 1995년 덴마크 서적상황금 월계관상을, 2010년 덴마크 학술원 대상을 수상했다.
옮긴이 지연리. 파리 제8대학에서 조형예술학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10여 년간 세계 각지를 여행한 뒤, 그 경험을 글과 그림으로 옮기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 화가, 번역가, 삽화가, 동화 작가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 『파란 심장』 『자기가 누구인지 모르는 코끼리 이야기』, 역서로 『꾸뻬 씨의 행복 여행』 『남은 생의 첫날』 『내가 언제나 바보 늙은이였던 건 아니야』 『오늘도 살아내겠습니다』 『두 갈래 길』 『북극에서 온 남자, 울릭』 등이 있다.'북극 허풍담' 시리즈와 『치카를 찾아서』 『내가 혼자 있을 때』 『 BTS 오디세이』 『작은 것들을 위한 시』 등의 삽화를 그렸다.
감상평
처음엔 이틀에 걸쳐 읽으려 했었다. 하지만 중간에 덮을 수가 없었다. 마치 조그만 선술집에 앉아 아는 형님들의 예전 이야기를 듣는 듯 흥미진진했다. 게다가 책도 두껍지 않았고. 가장 흥미 있었던 건 뒹굴뒹굴하기 좋아하는 밸프레드의 꿈 이야기다. 밸프레드의 해골이 바깥바람을 쐬며 휴가를 보내는 내용인데 직접 읽어보지 않으면 뜬금없고 황당하기만 할 것이다. 기괴한 이야기지만 전혀 기괴하지 않고 오히려 휴머니즘마저 느낄 수 있다.
사람들의 환대에 눈물짓는 해골을 묘사하는 부분을 읽다 보면 실소가 절로 나온다. 꿈을 빌어 현실의 차별과 편견을 꼬집은 작가의 상상력에 환호를 격하게 보낸다.
머언 북극의 이야기지만, 우리들 삶과 크게 다르지 않은 그린란드 북동부 톰슨곶에 사는 사냥꾼들의 이야기 '북극 허풍담 6' 추천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제 주관대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