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초록을 내일이라 부를 때 - 40년 동안 숲우듬지에 오른 여성 과학자 이야기
마거릿 D. 로우먼 지음, 김주희 옮김 / 흐름출판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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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우리가 초록을 내일이라 부를 때(The Arbornant)"는 40년 동안 숲 우듬지(나무의 맨 꼭대기 줄기)에 오른 여성 과학자 마거릿 D. 로우먼의 자전적 이야기를 다룬 책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숲을 탐험하기 좋아하고 야생화를 수집하며 남달랐던 어린 시절을 보냈던 그녀는 우리가 다큐에서 보던 나무 위 공중 통로(다리)를 처음 구상한 식물학 박사입니다.

이 책에는 저자 마거릿 D. 로우먼의 성장과정과 호주에서 연구활동 등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책 전반에는 그녀의 숲속 여정이 담겨있는데, 나무의 생식과 곤충의 종류와 활동 영역, 나뭇잎 샘플링 작업 등 전문적인 연구 기록이 들어 있어 읽기에 다소 낯설기도 합니다.

로우먼은 나무 밑 엄지발가락만 살피는 안전한 탐사만 하던 1980년대에 처음으로 호주의 높이 솟은 나무 위를 궁금해한 학자입니다. 그녀는 숲의 우듬지를 '여덟 번째 대륙"이라고 칭하고는 나무의 상층부에 슬링샷을 걸어 오르기 시작합니다. 때문에 그녀는 스스로에게 '나무 탐험가'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현장 생물학을 연구하는 연구하는 나무 탐험가를 위한 10가지 팁을 공유했습니다. 숲속을 다닐 때는 헤드 램프, 휴지, 주머니가 넉넉한 조끼, 비옷 등을 반드시 챙겨라는 조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저자는 나무를 더 많이 살리는 최선의 방법은 더 많은 사람에게 나무의 경이로움을 소개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우듬지 통로 또는 공중 통로라고 불리는 공중 구조물을 설계해 여러 사람이 통로를 걸으며 나무를 연구할수록 노력했습니다.

목차

책은 12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 장부터 5장까지는 그녀의 성장과정과 호주에서의 연구생활, 그리고 결혼을 이야기하고 있고 후반부는 공중 다리와 지구 환경 보전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각장이 끝날 때마다 미국 느릅나무, 종이 자작나무, 거인 가시나무, 무화과나무, 아프리카 벚나무 등을 소개하는 페이지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책 내용

뉴욕주 엘마이라에서 자란 마거릿(이하 저자 또는 그녀로 지칭)은 어린 시절 여름을 보내던 오두막의 흙틈에서 곤충을 찾았고, 푸른 나뭇잎이 모두 진 앙상한 겨울의 나무를 좋아했다. 시골 오두막에서 자연을 관찰하고 탐험하기 좋아했던 그녀는 동이 트기 전 어머니를 깨워 들새 관찰 연못으로 나가 새를 관찰했고, 야생화와 조개, 나무토막, 새 둥지, 각양각색의 돌멩이, 깃털 등을 잔뜩 모으며 어린시절을 보냈다. 그녀는 부모님의 배려 때문에 어린 시절 자연을 마음껏 탐험하고 배울 수 있었다. 그녀가 나무를 연구하는 학자가 될 수 있었던 건 그녀의 부모님의 도움이 상당히 컸다.


유난히 소심해 남에게 말 거는 것조차 힘들어하던 그녀는 때로는 친구들과 숲을 탐험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그녀 혼자서 야생화 표본을 만들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식물에 문외한이었지만 딸을 위해 먼 거리도 마다않고 그녀가 과학 박람회에 야생화 표본 앨범을 출품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그녀는 아버지와 부모님의 도움으로 박람회, 세미나, 캠프 등에 나가 생물 관련 연구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었고, 이윽고 그녀는 숲을 소유한 대학 윌리엄스 대학에 입학하게 된다.

그녀는 자연에 초점을 맞춘 전공을 찾다가 다른 과목은 마땅치 않아 지질학을 선택한다. 하지만 1970년대 당시 남녀 비율이 19 대 1일인 그곳에서 그녀는 조소거리만 되었뿐 얻는 건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생물학으로 전공을 바꿔 나무의 생물 계절학을 연구하기 시작했지만, 기존 삼림 학자들이 200년간 걸어온 발자취를 그대로 답습하며 대학생활을 이어갔다. 나무 둘레를 측정하고, 나무줄기의 관다발 조직을 살피는 등...

하지만 그녀는 낯선 남성에게 피습을 당하는 무서운 사건을 겪은 후 남성 위주의 삼림학 대학원이 자신과 맞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그녀는 안정적인 정규 직장을 포기하고 학비만 5000달러가 넘는 애버딘 대학교의 생태학 석사과정을 등록한다. 그곳에서 그녀는 삼림감시원 같은 일용직으로 학비와 생활비를 근근이 충당하며 공부를 이어갔다. 혹독한 생활 덕택에 그녀는 차에 치인 토끼의 식용 유무를 구별할 수도 있게 되었다.

하지만 스코틀랜드 애버딘 대학원에서 향후 연구에 영감을 준 새로운 대상을 우연히 발견하게 된다. 자작나무에 돋아난 어린잎을 집단으로 공격하는 진딧물을 발견하게 된다. 진딧물에게 즙액을 빼앗긴 나뭇잎은 오그라들고 시들어 죽은 모습에 그녀는 이때 처음으로 나뭇잎의 천적 초식곤충을 존재를 알아차리게 된다.



그녀는 우연히 만난 호주 식물학자 때문에 호주의 시드니 대학교로 향하게 된다. 식물학자에게서 시드니 대학교가 유학생에게 장학금을 넉넉히 준다는 정보를 얻었기 때문에. 그녀는 어린 시절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 보았던 열대림을 상상하며 십여 년간 머물게 될 호주로 향한다.

그녀는 스코틀랜드에서 연구한 자작나무 연구를 토대로 호주의 열대나무에도 비슷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으려 했다. 키가 큰 상록수 우림의 우듬지에서 나뭇잎은 얼마나 오랫동안 사는지, 어떤 천적이 사시사철 푸르른 나뭇잎을 위태롭게 하는지를 연구하려 했다. 하지만 이를 알기 위해선 나무의 위 즉, 숲의 우듬지를 향해야 했다. 그래서 그녀는 나무를 오르는 법을 배우기 위해 혼자서 운전하며 동굴 탐험가와 국립공원 현장 안내원에게 밧줄과 슬링샷을 익히며 차근차근 나무 오를 준비를 했다.


그녀는 숲의 우듬지를 오가며 거의 모든 나무 중에 잎 포식자가 있는 걸 알고 연구를 이어간다. 또한 나무가 독성물질을 생산해 방어태세를 갖추기 전 곤충들이 나뭇잎을 포식하기에 그녀는 야간에도 나무를 등반해야 했다. 연구를 이어가던 어느 날, 우듬지에서 나뭇잎의 샘플링을 하며 데이터를 모으던 도중 자원봉사자의 머리카락에 나무에 걸리는 사건이 일어난다. 그녀는 자원봉사자의 안전을 염려하다가 종이 냅킨에 '나무 꼭대기 통로'를 구상하게 되는데 이후 냅킨의 그림은 숲의 우듬지를 연구할 수 있는 '우듬지 통로'라는 공중 구조물의 발단이 된다.


그리고 곤충이 나뭇잎이 먹는 습성은 나무 건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연구하는 과정과 그녀의 스펙터클한 출산 과정과 육아일기와 쉽지 않은 시집살이 그리고 미국으로 지적 망명에 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어 후반부에서는 중견 과학자가 되어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공중 다리를 건설하는 과정과 원주민의 환경개선, 환경보전 활동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녀는 지구의 환경을 보전하기 위해선 대중에게 생태학을 알려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학술지에 연구논문만 제출해서는 변하는 게 미미하다고 느꼈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대중매체에 급속한 환경 변화에 대해 알리고 차세대 보전 생물학자를 양성하기를 촉구합니다.

마거릿은 60년 가까이 평생을 식물에 열정을 바친 과학자입니다. 그녀는 스스로를 나무 미치광이로 자칭하며 시민 과학자들에게 숲에 씨앗을 뿌리자며 책을 마무리합니다.

저자 및 옮긴이

마거릿 D. 로우먼(Margaret D. Lowman)은 1953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나무 집을 만들고 야생화와 새알을 수집하다 성인이 되어 나무를 연구하는 데 평생을 바치기로 마음먹고 나무에 대한 사랑 하나로 40년 이상 나무를 연구하고 있다. 윌리엄스 대학교에서 생물학을 전공하고 스코틀랜드 애버딘 대학교 대학원에서 하일랜드 자작나무의 계절적 특성으로 생태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호주 시드니 대학교에서 식물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옮긴이 김주희는 서강대학교 화학과와 동 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SK이노베이션에서 근무했다. 글밥아카데미 수료 뒤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옮긴 책으로 『이기적 유인원』 『10대를 위한 나의 첫 공학 수업』 『간추린 서양 의학사』 『원소 이야기』 등이 있다.

책 감상평

"우리가 초록을 내일이라 부를 때"는 나무 미치광이의 일대기다. 어릴 때부터 숲과 자연을 사랑한 과학자는 그 당시 1980년대 여성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을 이겨내고 인류 최초로 여덟 번째 대륙 숲 우듬지를 발견한 나무 탐험가로 삶을 살아왔다. 숲 우듬지를 보다 편하게 탐구할 수 있도록 숲을 관통하는 공중 다리를 만들어 생존에 위협을 받던 원주민에게 생태관광이라는 도움을 주는 등 중견 과학자 시절엔 보전활동에 신경을 쏟는다.

책을 읽으면서 소심하고 유약한 그녀가 높은 나무를 향해 슬링샷을 걸고 위태로운 밧줄에 매달려 우듬지를 향해 오르는 장면에서 경이를 느꼈다. 진짜 나무 미치광이처럼 보였다. 연구에 오롯이 집중해도 모자랄 텐데 주변에 쏟아지는 편견에 맞서 이겨낸 그녀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책 내용 대부분은 그녀의 연구와 탐험 기록이어서 엄청난 서사는 들어있지 않습니다. 마거릿 D. 로우먼의 연구 기록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개척지를 향해 한발 한발 내딛는 그녀의 모습에 괜히 가슴이 두근거리게 만드는 그런 책이었습니다.

많은 편견과 선입견에도 용기 있게 아무도 밟지 못했던 영역으로 일생을 바친 미친 탐험가의 일대기가 궁금하신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제 주관대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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