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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만 봐도 닳는 것
임강유 지음 / 읽고싶은책 / 2022년 8월
평점 :

시인은 부끄럼쟁이
시를 쓰는 사람은 부끄럼쟁인가 보다. 누가 마음을 알아차릴까 봐 알쏭달쏭 한 비유로 읽는 이를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멀뚱히 떠있는 반달에 이별로 조각난 자기 마음을 덧씌워, 괜히 두 동강 난 결핍된 슬픈 반달이 된다. 별과 구름, 꽃과 바람, 바다와 파도를 가져다가 자기의 원망과 슬픔을 떠넘겨버린다. 사람들이 알지 못하도록, 혹시 다른 사람이 알면 얼굴이 빨개질까 봐 슬픔과 그리움, 사랑을 다른 대상에 입혀 그들 뒤에 숨는다.
'바라만 봐도 닳는 것' 역시 저자의 고뇌와 번민, 그리움, 추억, 사랑, 이별, 삶을 은근히 모호하게 다른 사물에 감정을 이입해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 좋았다. 나 역시 부끄럼쟁이라서 빠른 직행버스보단 느긋하고 완만한 완행버스 같은 시를 더 좋아한다.
시의 저자
임강유 시인은 2018년 시집 '1인칭 시(詩) 점'으로 데뷔했다. 공저 시집 '우리가 별이 된다면(2019)', '눈치채 줘 내 마음(2020)', '우리가 시간이 없지. 시가 없냐(2020)' 등에 참여했으며, 시화 전시회 '포문을 열다(2019) 선의의 추구(2021), '청년시인전(2021)을 기획했다. 시사문단 신인상, 현대 시문학 디카시문학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한국청년문화 예술회 대표를 역임하고 있다.
시집의 구성과 내용
시집 '바라만 봐도 닳는 것'은 1부 인생은 언제나, 2부 슬픔 뒤 아픔, 3부 그리고 로 구성되어 있다. 3부로 구성되어 있는 시집은 87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고, 내용은 할머니를 향한 그리움과 잊히지 않은 사랑, 이별, 쓸쓸함, 삶에 대한 통찰(성찰)에 관한 시들로 채워져 있다.


시집과 같은 이름의 바라만 봐도 닳는 것이란 시는 현대 시문학 디카시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흐르는 시간을 멈출 수가 없다. 호숫물의 물처럼. 할머니는 내 존재보다 더 소중하다. 호강시켜드리려 바라보며 공경했지만, 흐르는 시간에 할머니의 허리는 점차 굽어졌다. 내 이마에 주름이 생길 때마다 할머니가 닳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다. 나를 금지옥엽처럼 소중히 키워준 할머니의 고마움에 나 역시 점점 닳아간다.
내게 주어진 무거운 삶의 무게를 버티며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좋은 날도 있었지만, 힘들고 어려운 날이 더 많았지만 꿋꿋이 버티며 살아왔지만, 이제 한계에 다다른 것 같다. 갈라진 아스팔트 틈을 힘겨워하는 개미처럼 나도 역시 앞에 있는 장애물에 끝없는 한숨으로 속을 깎아먹고 있다. 주저앉아버리면 마음은 편해질까, 나를 옭매는 건 무엇일까? 누가 좀 알려줬으면....
어릴 적에 꿈은 꾸고 바라면 이루어질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보잘것없는 내 깜냥을 내보여도 사람들 누구 하나 관심을 두지 않는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차가운 냉대에도 내 마음에 간직한 소중한 꿈은 여전히 저 하늘의 별처럼 반짝이고 있다. 아직 어두운 새벽, 내가 바란 미래는 아득하지만 마음속 빛은 여전히 반짝이고 있다.
시를 읽고
저자 임강유 씨의 시집 '바라만 봐도 닳는 것'은 세월에 닳아가는 할머니를 향한 애틋한 마음과 시에 대한 갈망을 꽃과 바람, 일렁이는 파도, 밤, 별빛에 감정을 이입한 시를 독자들에 선보이고 있다. 사라지지 않는 번뇌, 휑하니 뚫린 공허한 마음을 기워내지 못하는 안타까움, 과분한 사랑에 보답하지 못한 자신을 향한 책망, 무수한 감정과 그리움이 그의 시에 애틋하게 담겨있다.
달, 해, 별, 밤, 꽃, 바람에 서사를 입혀 마음을 표현을 한 시집을 찾고 있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제 주관대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