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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 허풍담 5 - 휴가
요른 릴 지음, 지연리 옮김 / 열림원 / 2022년 8월
평점 :

'북극 허풍담 5'는 군대 제대한 지 얼마 안 된 애송이가 담배연기가 자욱한 공사판의 낡은 콘테이너 휴게실에서 누글해진 종이컵에 담긴 맥주를 홀짝이며 나름 험한 일을 하던 형님들의 진한 무용담을 듣는 듯, 기억 속 저편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소설이다. 허세와 허풍이 아주 짙게 베인 형님들의 무용담과 그린란드 북동부 지역에 사는 사냥꾼들의 이야기는 남자들, 특히 어린 청년들의 모험심과 상상력을 은근히 자극하는, 서로 많은 면이 닮았다.
저자와 옮긴이
1931년 덴마크 오덴세에서 태어난 요른 릴 (Jorn Riel)이 '북극 허풍담 5'의 저자다.
1950년 덴마크의 탐험가 라우게 코크(Lauge Koch) 박사와 그린란드 북동부로 원정을 나섰다가 북극의 매력에 빠져 그곳에서 16년을 지냈다. 당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북극 허풍담' 시리즈 일부와 「내 아버지들의 집」과 「생을 위한 노래」를 집필했다. 이후 다시 그린란드로 떠나 '북극 허풍담' 시리즈인 「위험한 여행」 「공문」을 썼으며, 그 밖에도 이국적인 자연을 배경으로 하는 위트 넘치는 작품들을 다수 발표했다. 1995년 덴마크 서적상 황금 월계관상을, 2010년 덴마크 학술원 대상을 수상했다.
일러스트와 글을 번역한 지연리 씨는 파리 제8대학에서 조형예술학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10여 년간 세계 각지를 여행한 뒤, 그 경험을 글과 그림으로 옮기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 화가, 번역가, 삽화가, 동화 작가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 「파란 심장 자기가 누구인지 모르는 코끼리 이야기」, 역서로 「꾸뻬씨의 행복 여행」 「남은 생의 첫날」 「내가 언제나 바보 늙은이였던 건 아니야」 「오늘도 살아내겠습니다 두 갈래 길」 「북극에서 온 남자, 울릭」등이 있다. '북극 허풍담' 시리즈와 「치카를 찾아서」 「내가 혼자 있을 때」 「BTS 오디세이」 「작은 것들을 위한 시」 등의 삽화를 그렸다.

'북극 허풍담 5'는 저자가 그린란드 북동부를 탐험하고 쓴 이야기이기에 룸펜곶, 핌블, 톰슨곶, 비요르켄보르 등 그린란드 북동부 지역에 사는 사냥꾼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이야기는 에피소드 형식으로 되어 있는데, 큰 죄를 짓고 떠났던 할보르가 잃어버린 무언가를 찾는 여정을 주제로 부제'휴가'인 북극 허풍담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에피소드와 관련된 위트 있는 삽화가 삽입되어 있다.
삽화는 보는 것처럼 다소 익살스러운 그림체로 되어있다. 사내들의 생김새는 우악스럽지만 행동이나 표정이 우스꽝스럽게 표현되어 있다. 에피소드를 일러스트와 함께 양념처럼 가미해서 책을 읽으면 어느새 새어 나오는 헛웃음에 어이가 없을 것이다.

보급품을 실은 베슬 마리호를 맞이하기 위해 그린란드 북동부 여러 곳에 흩어져 있던 사냥꾼들이 매스 매슨과 빌리암의 집으로 모여들었다. 비요르켄이 아들처럼 여기며 여러 사냥 기술과 예의를 가르쳐준 라스릴은 아직 조급증을 이겨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비요르켄의 외마디 감탄사에 어린애처럼 그에게 재촉하고 마는 실수를 범한다. 그들에겐 나름 역할이 주어져 있는데 성미 급한 라스릴은 비요르켄이 해야 할 일을 방해하는 실례를 저지른 것이다. 비요르켄에게 호된 교육을 받은 라스릴은 그제서야 자신이 범한 실수에 안절부절못한다.

한센 중위는 매일을 정해진 루틴대로 움직이는,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바른 사내다. 그는 여느 때와 같이 정해진 루틴대로 아침 의식을 끝내고 일을 보러 집을 나선 순간 일이 벌어졌다. 누구는 부러워할 증상이었지만, 그에게는 불치병 같은 민망한 사건이. 평소와 다르게 침울한 그를 밸프레드와 빌리암이 걱정하며 조심스럽게 무슨 일인지 중위에게 물었다. 한센은 세상이 무너진 듯 침울해하며 침대에 누워 동료들에게 그에게 일어난 웃지 못할 사건을 이야기한다. 과연 밸프레드와 빌리암은 한센에게 일어난 난감한 사건을 어떻게 해결할지?

빌리암과 매스 매슨은 어느 날 일어난 운명의 여신의 실수로 감정이 서로 상하게 되어 절친했던 그들 사이가 벌어지게 된다. 이에 교활한 여우 같은 할보르가 꾀를 내어 매스매슨과 빌리암을 화해시키려 한다. 할보르는 따지듯 묻는 그들에게 조언을 한다.
어려움에 부딪친 친구를 못 본 척할 수는 없었어. 좋아하는 사람들이 떨어져 사는 것만큼 큰 비극은 없으니까.
싸우더라도 같이 있는 게 나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게 인생이잖아.
북극 허풍담 5
감상평
북극 허풍담 5는 그린란드 북동부 지역에 흩어져 사는 사냥꾼들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다. 때론 삶의 지혜가 농밀히 담겨있는 철학을 전해주지만 대다수가 뭐랄까... 어린애처럼 행동하는 순수하지만 바보 같은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상대방에게 솔직하지 못하고 겉으로 틱틱대며 욱하는 감정이 치솟으면 멱살을 잡아올리는 일차원적인 모습들. 하지만 작가 요른 릴의 탁월한 글 짓는 능력 때문인지 눈살찌뿌려지기 보단 고개를 끄덕이며 가소로운 느낌을 들게 한다.
삽입된 일러스트는 덥수룩한 거친 사내들을 묘사하는데 하지만 정작 그들이 하는 행동은 한편의 시트콤을 보는 듯 익살스럽다. 남자라면 익히 경험해 봤을 그런 감정의 투닥거림이 소설 전반에 깔려있다.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다. 북극 허풍담 시리즈가 10편까지 나와있지만, 전편 내용을 몰라도 책을 읽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다만, 책을 덮고 나면 이런 욕심이 든다. '나머지 편들도 궁금한데...' 한번 찾아봐야겠다.
혹독하고 거친 환경에서 살아가지만 익살스럽고 순수한 그리고 사려 깊은 사내들의 이야기를 읽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제 주관대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