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상호부조론 - 자선이 아닌 연대 니케북스 사회과학 시리즈
딘 스페이드 지음, 장석준 옮김 / 니케북스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코로나19팬데믹, 세계 전역에서 일어나는 자연재해 그리고 수도권 홍수 피해, 젠더 갈등, 극단적인 부의 편향 등 우리는 첨예한 대립과 갈등, 위기의 시대를 살고 있다. 우리는 위기와 갈등, 대립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의 정책에 기댄 채 막연히 기다리기만 할지 아니면 스스로 자신과 이웃을 위해 나서야 할지를 선택해야 한다. '21세기 상호부조론'은 부조리하고 편향된 정부의 펜끝이 자신을 향할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자신이 소속된 지역사회나 집단에서 큰 목소리와 적극적인 행동으로 대담하고 혁신적인 방식으로 변혁을 이루기를 촉구하고 있다.

'21세기 상호부조론'의 지은이 딘 스페이드(Dean Spade)는 변호사이자 시애틀 대학 로스쿨 부교수, 주로 공권력, 감금, 젠더, 인종, 사회운동에 관한 강의를 맡고 있다. 20여 년 동안 감옥, 국경, 빈곤, 전쟁을 철폐하고 민중 생존권 투쟁을 지원하는 사회운동에 종사해왔다. 특히 2002년에는 저소득층, 유색인 트랜스젠더, 인터섹스 intersex(간성), 젠더 비순응자에게 무료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며 공동체 방식으로 운영되는 비영리 법률 단체 '실비아 리베라 법률 프로젝트Sylvia Rivera Law Project(SRLP)'를 창설했다. 저서로는 <정상적 삶: 행정 폭력, 비판적 트랜스 정치 그리고 법의 한계(Normal Life: Administrative Violence, Critical TransPolitics and the Limits of Laws)> <21세기 상호부조론(MutualAid)》 등이 있고, <더 크로니클 오브 하이어 에듀케이션 (The Chronicle of Higher Education)> <아웃(Out)> <인 디즈 타임스(In These Times)><소셜 텍스트(Social Text)><사이즈(Signs)> 등에 정기 기고하고 있다.

옮긴이 장석준 씨로, 사회학을 공부했고, 진보 정당 운동의 정책 및 교육 활동에 참여해왔다. 진보신당 부대표를 거쳐 현재는 정의당 부설 정의 정책 연구소 부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주된 관심사는 자본주의를 넘어서 대안 사회의 방향과 얼개다. <세계 진보 정당 운동사》, 《장석준의 적록서재>, <사회주의》, 《신자유주의의 탄생》등을 썼고, <포스트 성장 시대는 이렇게 온다>(공역), 《길드 사회주의>, <코로나, 기후, 오래된 비상사태》(공역), <유럽 민중사》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21세기 상호부조론'은 1부 상호부조란 무엇인가?, 2부 목적의식을 가지고 협력하기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상호부조의 의미와 자선과 상호부조의 차이점 등을 다루고 있고, 2부는 상호부조 단체가 지녀야 할 체계와 구성원이 지녀야 할 마음가짐을 다루고 있다.

상호부조는 현(現) 시스템의 실패를 폭로하며 그에 대한 대안을 보여준다. 시민 서로 간 필요를 충족하기 위한 집단적 공동 행동으로 대다수가 기존 시스템이 시민이 요구하는 필요를 충족하지 못한다는 깨달음에서 출발한 자발적 사회운동이다. 대부분의 사회운동(파업 노동자를 위한 모금활동, 몽고메리시의 버스 보이콧의 카풀 프로그램, 이민자를 위한 식수제공, 가난한 이들을 위한 임신중절 비용 모금 등)은 상호부조 프로젝트와 닮아있다. 즉, 상호부조는 가난하고 미약한 이들 또는 자신과 이웃을 돕기 위해 가진 것을 공유하고 소외되어 방치된 취약계층을 돌보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다소 급진적인 사회운동이다.

1장의 상호부조의 세 가지 핵심요소(needs 중족과 공동체 구축, 프로젝트 참여로 연대 확장, 적극적 참여)를 다루고 있다. 상호부조는 단순히 정부나 엘리트 부자의 선택적 선행(자선)이 아닌 거대하고 부당한 폭력에 맞서 적극적으로 대응하여 자신과 이웃 나아가 사회를 불의를 해결하는 변혁적 행동을 말한다.

권력을 쥔 자들이 그 자리에 버티고 있는 것은 오직 우리에게 힘[권력]이 없다는 착각 덕분이다.

자유와 연결의 순간이 열리면, 평생 지속되던 사회적 조건이 무효가 될 수 있으며,

온갖 방향으로 그 씨앗이 퍼져나갈 것이다. - 상호부조 재난구호(MADR)

21세기 상호부조론

'21세기 상호부조론'의 5장에서는 대장도 없고, 말썽쟁이도 없다는 주제로 상호부조 조직구조를 다루고 있다. 상호부조 집단은 강력하고 지속한 단체를 유지할 수 없다는 세간의 시선을 반박하며 훌륭한 내부 관행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억압되고 경직된 조직구조에 익숙한 사람들은 상호부조가 주장하는 집단을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상호부조는 구호활동을 위한 행동 계획을 참여자들 알고 있기에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활동할 수 있다. 그리고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프로젝트의 공동 주인이라 자부하기 때문에 조직 이탈률이 높지도 않다고 주장한다. 즉, 자신의 프로젝트의 방향성을 스스로 결정하는 성취감에 고양되기 때문이다.

딘 스페이드의 '21세기 상호부조론'은 인종차별과 젠더 갈등, 취약계층 문제 등 미국에서 발생한 사회문제를 다루고 있다. 때문에 우리에게 낯선 '오큐파이 운동', '제너레이션 파이브' 등 상호부조 운동을 다루기 때문에 그들의 주장이 설득력 있게 다가오진 않는다. 오히려 저자 스페이드의 아나키스트적인 급진적 반(反)사회적인 행동에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다. 그는 정부는 무능하기에 부조리한 정책을 남발하고 자본주의의 세뇌로 사람들은 인간의 본성은 탐욕이라 단정 짓는 무기력한 인간으로 단정한다. 나에겐 마치 그들이 주장하는 이론이 사실이며 진리라고 주장하는 것처럼 들린다.

인간은 원색적인 생존본능으로 야만의 시대를 지나 폭력과 억압의 시대를 치열하게 거쳐왔다. 그리고 현재, 흔히 말하는 돈이 사람을 지배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저자 스페이드는 인간의 본성은 탐욕(돈)이 아니라 위험에 처한 사람을 외면하지 않는 측은지심이 본성이라고 주장한다. 어려운 처지의 사람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이웃과 공유하는 이타적인 성향은 외면받고 있는 것이라고. 나는 그의 생각을 이 자리에서 반박하기 싫지만 하나는 의심스럽다. 마치 그들만 옳고 다른 사람은 틀렸다는, 그의 신념에 동조하는 사람들만 깨친 사람이고, 나머지는 거짓된 본능에 지배된 사람처럼 묘사하는 게 다만 의심스러울 따름이다. 물론 저자 스페이드가 설득을 위해 강하게 주장한 것도 있겠지만.

우리 사회는 점점 발전하고 있다. 단순히 예전처럼 정부나 엘리트를 하늘 높이 우뚝 솟은 우상으로 선망하지 않는다. 우리는 예전처럼 무기력하게 침묵당하지 않고, 다른 이를 외면하지 않는다. 우리는 행동하고 소통하는 사회로 변화하고 있다. 집단 갈등은 필연적이기에 외면하지 말고 서로 간의 적극적인 담론으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상호부조론 역시 뾰족한 가시처럼 사람들을 향한 불편한 대립과 강요가 아닌 성숙하게 변화하는 우리 사회의 여러 해결책으로 작용하기를 나름 바라본다.

미국 내 발생한 인종차별, 젠더갈등, 심각한 부의 불평등 같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상호부조단체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다양한 상호부조 단체 활동을 다루고 있다.


※출판사에서 무료로 제공한 도서를 제 주관대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