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의 흑역사 - 두 경제학자의 눈으로 본 농담 같은 세금 이야기
마이클 킨.조엘 슬렘로드 지음, 홍석윤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금의 흑역사'는 일개 개인부터 집단, 국가, 단체에 이르기까지 세금의 발생부터 세금의 변천 과정을 다루고 있는 책이다. 약탈자들의 전리품이 왕에게 헌납품이라는 명목으로 국가의 재정을 충당하고, 정부가 국민의 삶을 가장 직접적으로 침해하는 수단인 세금. 강압적 권력의 행사 방향에 따라 전쟁을 일으키고, 반란을 야기하는 역사 속 세금이야기를 세금의 흑역사에서 세세히 다루고 있다. 창(window)과 문(door)에 세금을 부과하는 이유를 당신은 혹시 추측할 수 있겠는가?

'세금의 흑역사' 한국어판 서문에서 저자들은 "무엇보다도 세금 이야기는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따분하고 무미건조하지 않으며 오히려 매력적이고 재미있고, 때로는 우습기까지 하다는 사실을 독자 여러분에게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이 책을 읽기 위해 경제나 회계, 또는 그 이외의 전문 분야를 알아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라고 소감을 밝히고 있다.

저자 마이클 킨(MICHAEL KEEN)은 국제통화기금(IMF 공공재정국 Fiscal Affairs Department의 부국장이다.

조엘 슬렘로드 (JOEL SLEMROD)은 미시간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로 로스 경영 대학원 Ross School of Business 교수이기도 하다. '상속세율이 하락 추세면 사망 신고를 늦춘다'라는 사실을 밝혀내 기발한 연구에 주는 이그노벨상을 공동 수상했다. (2001)

두 저자는 공공재정 이론과 실천 연구에 기여한 바를 인정받아 미국세무협회 National Tax Association가 수여하는 공로상 Daniel M. Holland Medal을 받았다. 또한 국제 재정연구소 International Institute of Public Finance. IIPF의 회장을 역임했다.

옮긴이 홍석윤 씨는 성균관대학교 법정대학 행정학과를 졸업한 후 외국계 기업에서 오랫동안 근무해왔다. 현재 경제 언론사에서 일하고 있으며, 번역 에이전시 엔더스 코리아에서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보이지 않는 것을 팔아라' 'C 코드: 성공한 리더들은 어떻게 정상에 올랐을까?' '온택트경영학', '향후 10년 메가트렌드 웹을 뒤바꾼 아이디어 100' '조화로운 부' 등 다수가 있다.

저자는 서문에서 좋은 원칙이든 나쁜 원칙이든 과세 원칙은 역사를 관통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 원칙은 암호화 자산 같은 기술적 변화, 유행병(코로나19), 전쟁(러시아-우크라이나) 등 이들로 인해 파생되는 글로벌 상업 관계의 위축으로 더 혼란스러워질 미래의 재정 상황에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세금의 흑역사'가 도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책은 5부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세금 이야기를 관통하는 주제를 이끌어내려고 연대별이 아니라 주제별로 구성했기에 몇 세기를 넘나들며 이 대륙, 저 대륙의 세금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처음에는 약탈이었던 것이 세수라는 완곡한 명칭을 갖게 되었다

- 토마스 페인(미국의 급진적 자유주의 사상가)

국가 재정의 역사에는 국민의 정신, 문화 수준, 사회 구조, 정책이 구현하는 행위 등 모든 것이 들어 있다. 다만 그 내용이 삭제되어 보이지 않을 뿐이다.

- 조지프 슘페터(미국 이론경제학자)

1부 약탈과 권력은 '세금의 흑역사'에서 다룰 여러 이야기들의 대략적인 큰 틀을 말해주는 곳이다. 여러 나라 특히, 유럽과 영미에서 일어났던 세금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대표 없이 과세 없다'라는 기치 아래 터진 폭동이 혁명으로 이어진 보스턴 차사건(1774), 영국이 아프리카 서부 시에라리온에 도입한 가옥세(Hux Tax War, 1896), 영국의 '천국의 빛'에도 세금이라는 창문세(window tax)...

수천 년간 여러 국가들이 그들의 재정을 위해 자금을 국민으로부터 조달하는 매우 창의적이고 능숙한 다른 한편으로는 강압적인 방법들을 다루고 있다.

대제국의 수백만 시민은 군주의 잔혹함보다는 탐욕을 더 두려워했다. 그리고 그들의 소박한 행복마저 과도한 세금으로 부당하게 침해되었다. 그 세금들은 대개 부유층에게는 큰 압박이 안 되었지만, 사회의 비천하고 궁핍한 계층에는 더 무겁게 가중되었다.

- 에드워드 기번(영국의 역사가)

2부 승자와 패자에서는 왜 조세가 공정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한다. 18세기 영국은 '더 좋은 복지를 누리는 사람에게 더 많은 세금을'이라는 명목 아래 부자들이 좋아하는 소비 품목(가발에 뿌리는 향분)에 여러 가지 다른 세금들을 부과했다. 이는 특정 물건 즉, 사치품을 소비한다는 것은 충분히 세금을 부담할 수 있는 걸 의미하고 아울러 하층민의 삶을 보호하고 사치를 규제하려는 의도 역시 있었다.

그리고 세금에도 정치적 잣대를 들이댄 미국과 프랑스다운 치정이 가미된 소득세 등 조세의 공정성에 관한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벼룩 때문에 골치를 앓던 개가 회계사를 찾아가 도움말을 구했다. "이 벼룩들을 세금 면제 대상으로 신고해도 될까요?" 회계사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특정 조건을 갖추면 진드기는 혈족으로 여겨져 면세될 수 있지만 벼룩은 사치품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세금이 공제되기는커녕 과세 대상에서 제외될 수 없습니다." 다음 날 그 개에게는 이제 더는 벼룩이 없었다. 개가 벼룩을 신고하지 않았어도 결과는 같았을 것이다.

- J. B. 핸들스먼(미국의 만화가)

3부 행동 방식이 바뀌고 있다에서는 정부에서 부과하는 세금을 내지 않으려 갖은 방법으로 회피하는 자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1712년 영국에서 신문을 보는 사람들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다소 비상식적인 법을 제정했다. 이에 사람들은 세금을 회피하려 신문을 시간 단위로 빌려 보거나, 신문을 집이 아닌 우체국으로 배달시켰고, 선술집이나 커피숍에서 신문을 서로 돌려보았다. 그리고 유해한 효과를 발생시키는 '외부효과'에 세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일례로 소의 방귀와 트림이 기후변화에 상당한 직접적 피해를 미친다고 주장하며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사서 세실 피구라는 경제학자가 최소로 줄일 수 있는 수준 이상의 오염을 발생시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만큼의 금액을 세금으로 부과하자고 제안했다. 이후 외부 효과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피구비안(Pigouvian)이라는 표준 도구가 생겼다.

나는 바닷가 시골에서 살았으므로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고 국세청에 말했다.

- 켄도드(영국의 코미디언)

국가는 누군가가 일부러 설계한 것처럼 보이는 세금 제도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 윌리엄 E. 사이먼(미국의 전 재무장관)

4부 세금은 저절로 걷히지 않는다5부 세금 규칙 만들기에서는 잔인하고 악독한 그리고 집요한 각 나라의 세금 징수 방법과 새로운 세금 정책 입안으로 성공한 사례와 실패한 사례를 다루고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어렵고 지루한 책이다. 다만 이해하기 어렵다기보단 읽어내기가 쉽지 않은 방대한 책이다. 책 중간중간에 설명을 위한 삽화가 들어가 있지만 무거워진 눈꺼풀을 가볍게 해주진 못한다. 하지만 책 내용은 흥미가 일고 재미가 있다. 그러니 '세금의 흑역사'를 단번에 읽어내려 하지 말고 매일 적정량을 정해두고 읽기를 추천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 내 머릿속처럼 복잡하고 공허한 혼란한 기분을 느끼게 될 것이다.

지난 3일간 딱딱하고 빼곡한, 그렇지만 흥미 있는 세금에 관한 이야기를 읽었다. 다른 책이라면 한 시간에 100페이지 가량 소화하는데 이 책 '세금의 흑역사'는 겨우 50페이지 남짓을 읽어냈다. 그래서 3일간 3시간 정도를 투자해 겨우 읽었다. 하지만 머릿속에 남는 건 별로 없다. 이 책에는 세금에 관한 수많은 사례들이 수록되어 있기에 ... 때문에 틈틈이 다시 조금씩 읽어볼 예정이다.

세계 여러 나라의 세금의 종류와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단순히 세금에 대한 이야기뿐 아니라 우리가 알 지 못했던 나라의 전통과 생활방식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제 주관대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