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중심의 행성에서 살기 위하여 - 인류세 리뷰
존 그린 지음, 이진경 옮김 / 뒤란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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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의미에서 태양은 신과 같다

인류세 리뷰

지난밤 귀를 괴롭히는 섬뜩한 소리에 잠을 설쳤다. 애앵...하늘로 치솟았던 좋은 기분을 한순간 나락을 떨어뜨릴 수 있는, 온갖 짜증으로 주변을 예민스레 경계하게 하는 짜증나는 해충. 그렇다. 해충이다.

인간은 자신이 포유류에 속하는 동물군임에도 이를 망각하고 오만하게 스스로 팬스를 세워 출입을 통제한다. 이건 좋아, 저건 아니야. 이런저런 형편으로 입맛에 맞는 기준을 세워 분류를 한다.

다시 말하지만 모기는 해충이다. 나의 평온한 수면을 방해해 무더운 밤을 짜증으로 뒤척이게 하는 해충이다.

인간은 그동안 여러 동식물을 멸종시켜 삶을 이어왔다. 날지 못하는 도도새, 스텔러바다소, 바바리 사자 등...

이렇게 인류는 지구 생물종의 멸종을 조정할 수 있는 막대한 힘으로 지구의 주인으로 행세하며 지내고 있다. 하지만 이런 막대한 힘마저도 우습게 피해 가는 생물이 있다. 모기. 물론 모기를 마음먹고 박멸하려 한다면 어느 정도 효과는 볼 수 있겠지만, 효율이 떨어진다. 금전적으로든, 기술적으로든. 그리고 지구상에서 모기를 박멸시키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잠을 자기 전 방안을 대충 둘러봤지만, 창틈과 커튼 사이 그리고 조그만 틈 사이에 몸을 숨긴 모기를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다. 여하튼 허술한 방비로 인해 수면을 방해받은 나는 종종 사용하던 모기퇴치 앱을 설치했다(전화기를 바꾼 이후엔 사용하지 않았다). 앱이 발산하는 전자파를 믿고 눈을 감았지만, 질긴 모기의 생명력과 모성애는 만만치 않았다. 다시금 들려오는 날카롭고 섬찟한 소리. 나는 잠을 방해당해 눈은 뻑뻑했고, 목덜미는 뻣뻣했다. 그리고 열대야로 인해 땀으로 축축해진 등허리. 뭐가 좋을까? 잠시 고민하다가 언젠가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모기는 갑자기 전등을 껴 면 깜짝 놀라 벽에 달라붙는다. 나는 억지로 몸을 일으켜 전등 스위치로 다가가 속으로 하나 둘 셋을 세고 스위치를 올렸다. 순간 밝아지는 방안. 나는 재빨리 침대 주변 벽을 살폈고, 마침내 나를 잠 못 들게 괴롭히던 녀석을 찾아냈다.

선연한 붉은 핏자국만 남긴 한밤의 활극은 끝이 났다. 모기퇴치하는 앱은 당장 지워버려야겠다. 평점 마이너스 5점이다. 그리고 언젠가 내가 꿀팁을 전해준 그 녀석에겐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그리고 내 오른손 바닥은 평점 5점을 주겠다.

"인류세 리뷰"란 이처럼 리뷰 즉, 여러 유/무형 사물에 평점을 남기는 에세이이다.

"안녕, 헤이즐"의 작가 존 그린이 쓴 인류세 리뷰는 에세이 형식이다. 그가 살아오면서 사귀었던 친구, 은인 그리고 사건, 음료, 노래에 대한 그의 감상을 리뷰 형식으로 평점을 메긴다. '알래스카를 찾아서',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거북이는 언제나 거기에 있어' 등 유명한 베스트셀러를 남긴 존 그린은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 중 한 사람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존 그린은 그의 삶이 인류세(현재의 지질시대를 가리키기 위해 제안된 용어. 환경훼손의 대가를 치러야 하는 현재 인류 이후의 시대)의 거대한 힘과 맞닥뜨리는 몇몇 장소에 관해 쓰고 싶었다고 한다. 그는 전염병으로 인해 병든 약한 사람, 병자를 돌보는 사람, 외로이 죽어가는 사람을 위해 그의 생각을 담담히 전하고 싶어했다. 존 그린은 모리스 센닥이 어느 인터뷰에서 남긴 말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있다.

"그대의 인생을 살아라. 그대의 인생을 살아라. 그대의 인생을 살아라."


"인류세 리뷰"를 한글로 옮긴이는 많은 영미권 소설과 그림책을 옮긴 이진경 씨다.

책의 내용은 여러 감정과 사물의 리뷰라 했지만, 실상은 저자 존 그린의 회고록처럼 느껴진다. 그는 자신의 어린 시절 하늘(별)을 관측했던 기억과 그가 우울증에 걸려 힘들었던 시절 영화 하비로 우울증을 이겨냈던 것을 말하며 자신의 유년 시절과 청년 시절, 어수룩한 직장 생활을 전하고 있다. 특히, 그는 올드 랭 사인이란 노래를 흥얼거리며 자신의 은사이자 조언자 그리고 은인이었던 에이미를 추억한다.

인류세란 제목처럼 인간의 끝없는 욕심으로 끝내 우리가 상실할 환경을 걱정하며 독자에게 당부한다. 에어컨은 실내(인간)을 시원하게 하지만, 반대로 실외(세상, 지구)를 뜨겁게 해 온난화를 가속시킨다. 에어컨을 사용할수록 더 많은 에어컨을 사용하는 딜레마를 겪게 될 것이라며 경고한다. 그러니 자신을 기후로부터 격리하는 어리석은 행동을 자제하라 당부한다.

가장 좋았던 장은 냄새가 데려다주는 추억을 이야기하는 긁으면 향기 나는 스티커였다. 나에게도 이런 기억을 불러오는 향기가 있다. 아련하고 따뜻한 그리고 뭉클한 그런 애틋한 향기가...

이외에도 종말론을 이야기하며 인간의 종말이 지구의 종말이 아니라며 인간의 착각을 꼬집었고, 라스코 동굴벽화로 돌이킬 수 없는 추억과 향수를, 캐나다 기러기로 인류가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을, 마다가스카 펭귄으로는 우리의 허황된 망상과 상상을, 입스(Yips)로 꺾이지 않은 의지를 작가의 섬세한 문체로 사려 깊고 세심하게 독자에게 전해준다.


우리는 종종 리뷰를 한다. 식당, 카페, 음식, 책 그리고 인스타그램의 사진까지도 붉은 하트로 상대방의 노력물을 평가한다. 어쩔 땐 평점을 깎아내리려 사나운 개처럼 짖어댄다. 굳이 그럴 필요는 없는데...

누군가의 기억과 추억, 취향을 살짝 엿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출판사에서 무료로 제공받아 제 주관대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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