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전할 땐 스칸디나비아처럼 - 은유와 재치로 가득한 세상
카타리나 몽네메리 지음, 안현모 옮김 / 가디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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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색상의 단조로운 격자무늬, 딱딱하고 경직된 느낌, 그리고 주변에서 흔히 접하지 못한 독특한 색상의 가구나 액자, 벽지를 보고 사람들은 세련됐고 모던하다 말하면서 '북유럽 감성'이라며 호들갑을 떤다.

스칸디나비아 감성? 솔직히 패션이나 인테리어에 문외한이라 자세히는 알지 못하지만, 천연재료를 이용한 염색과 다소 경직된 격자무늬, 그리고 심플함으로 막연히 알고 있다.

사람들은 낯선 물체, 즉 흔하지 않은 색채와 모양에 반응한다. 예전 18세기 영국에서 중국풍의 의복이나 비단이 유행한 것처럼. 우리에게 북유럽 국가 아이슬란드, 핀란드,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는 그리 친근하지도 익숙지도 않은 국가들이다. 스키나 스케이팅 같은 동계 올림픽의 전통적인 강자 또는 축구 강국, 복병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다. 특히 남자들에게.

그리고 복지 선진국이고, 동네 피자집 대기 줄어서 서 있는 대통령, 눈 쌓인 자작나무 숲, 그리고 수르스트뢰밍? 마지막으로 흥미 있게 봤었던 영화' 렛미인'의(스웨덴) 배경이 되는 나라 정도... 제법 많이 아는 건가? 출처를 알 수 없는 파편들, 오며가며 들었던 이야기들 말고는 명확히 알고있는 건 없다.

왜곡된 선입견일 수 있겠지만, 커다란 덩치와 목을 모두 덮을 정도로 풍성한 야성적인 수염, 바이킹. 그리고 렛미인. 이런 외견에서 오는 위압감과 영화 속 분위기로 그들, 스칸디나비아반도의 사람들은 완고하고 위압적이며 거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마음을 전할 땐 스칸디나비아처럼'에 나온 우리네 해악이 녹아있는 속담과 유사한 관용표현을 읽고 '사람 사는 건 별다를 게 없구나'를 깨달았다. 단지 책 한 권 그것도 동화책 두께의 얇은 분량으로 그들을 판단하는 건 섣부를 수 있겠지만, 속담이란 게 무엇인가? 속담 속에 무엇이 들어있을까? 오히려 두껍고 어려운 책보다 그들의 감성을 보다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마음을 전할 땐 스칸디나비아처럼'의 저자는 카타리나 몽네메리이고, 옮긴이는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인 번역가 겸 통역가인 안현모 씨다. 지은이와 옮긴이를 간단히 간추려 소개하려 했지만, 소개에 친절하게 소개되어 있어서 위 사진으로 소개를 대체하겠다.

'마음을 전할 땐 스칸디나비아처럼'은 스칸디나비아반도, 우리가 흔히 말하는 북유럽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에서 사용하는 관용적 표현을 친근한 문체와 그들 감성이 짙게 묻어있는 심플한 일러스트가 있는 예쁜 속담 책이다.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우리나라 속담풀이 책과는 달리, 어른들을 대상으로 해서 그런지, 영미권 표현이 소개되어 있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질수록 부풀려진 소문이라는 뜻의 '깃털로 암탉을 만들다니'를 '포도나무 덩굴 사이로 들은(heard it through the grapervine)'이란 비슷한 영미권 속담이 소개되어 있어 소소한 재미를 준다.

'마음을 전할 땐 스칸디나비아처럼'을 읽다가 확실히 속담은 현지 기후와 음식, 문화와 가치관을 담는다는 것을 새삼 확인하게 되었다. 가문비나무, 노간주나무, 펠리컨, 연어, 치즈, 여우, 얼음 위의 소, 블루베리, 호밀, 버터, 무민, 청어, 소시지 등 우리가 사는 지역에서 볼 수 없는 음식과 식생이 들어있다.

하지만 속담 속에서 빗대는 특정 대상이 다르다 해서 뜻마저 우리나라 속담과 전혀 다르지는 않았다. '강아지 털로 판단하지 말라' 혹시 무슨 뜻인지 어림짐작할 수 있습니까? 겉모습만으로 판단하지 말란 뜻인데, 쉽죠?

그렇다고 모두 쉽게 예상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늪지의 부엉이'? 애매하다. '마음을 전할 땐 스칸디나비아처럼'에서 소개되어 있는 속담 중 가장 이상했던 건 '펠리컨 반쪽이 불어온다'였다. 바람이 아주아주 강한 날을 의미하는데 뜻풀이를 읽기전엔 예상조차 못했다.

'마음을 전할 땐 스칸디나비아처럼'은 아기자기하고 예쁜 엽서 책 느낌이 난다. 그리고 읽기에 부담스럽지도 않고, 지적 허영을 소소하게 충족시켜 준다.

밤에 잠이 들기 전 이 책을 읽어보고, 바람이 아주 강할 때 펠리컨이 실제로 반으로 접히는지 꿈속에서 확인해 보자.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제 주관대로 작성한 리뷰입니다.https://blog.naver.com/bunphan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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