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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한 남자를 찾아드립니다 - 그웬과 아이리스의 런던 미스터리 결혼상담소
앨리슨 몽클레어 저자, 장성주 역자 / 시월이일 / 2022년 6월
평점 :
지금은 누구든 또 무엇이든 황당해 보이는 시대지요.
그래서 진지한 일은 오로지 무대 위에서만 볼 수 있는 겁니다.
N 극과 S 극. 물과 불. 서로 성격과 가치관, 기질, 가정환경이 전혀 다른 두 여인이 만난다면 어떨까? 자신과 다른 상대에게서 무엇을 찾으려고 할까? 나와의 또 다른 차이점? 아니면 나와 유사점.
상대와 나. 서로 평행선을 그리지 않고 교차하는 점을 찾으려 할까?
"멀쩡한
남자를 찾아드립니다"라는 생김새나 신분, 가치관, 기질 등이 전혀 다른 두 젊은 여성에 관한 이야기다. 추천사에는 미스터리
장르로 소개되었지만, 글쎄? 이질적인 가치관을 지닌 두 여성이 상대방 즉, 파트너를 이해하고 알아가면서 결국 상대를 받아들여서
파트너뿐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성장시키는 소설이다.
과거에 받았던 상처는 세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아물지 않고 악몽에 시달리게 한다.
각인처럼 박혀있는 기억을 지우려 노력할수록 오히려 선명해질 뿐이었다.
의미 없는 발악이 이어지던 어느 날.
가치관이나 기질 등 대부분이 달랐지만 서로를 교차하는 점을 발견했다.
자기 주위의 친구를 친구의 친구를 서로이어주길 좋아하는 오지랖을.
그래서 둘은 '바른 만난 결혼 상담소'를 열게 된다.
앨리슨
몽클레어는 어린 시절 애거시 크리스티 탐정소설과 제임스 본드 영화에 푹 빠져 지내다 범죄와 음모, 스파이 이야기에 중독된 작가로
성장했다. "멀쩡한 남자를 찾아드립니다"라는 그녀의 첫 번째 역사 미스터리 소설 시리즈로, 지금은 '왕실 연애 사건', '악당의
동행'까지 상담소 시리즈 3권까지 나와있고, 요즘엔 네 번째 작품을 집필 중이라고 한다.
탐정소설과
스파이 영화에 상당한 영향을 받아 미스터리 소설을 집필 중이라 하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이 책 "멀쩡한 남자를 찾아드립니다"에
미스터리 소설 특유의 스릴러나 피를 말리는 긴장감, 추격 장면은 없다. 만약 기존에 읽어왔던 스릴러나 탐정소설에서 보아왔던 치밀한
심리묘사나 인물 간에 벌어지는 갈등이나 긴장감을 이 책에서 느끼길 원한다면 그다지 추천하지 않는다.
다만 인물 쌍방 간의 갈등보단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이나 여성 특유의 섬세한 문체, 그리고 뭐라고 단정 짓기 어려운 애매모호한 여성의 은밀한 내면을 엿볼 수 있다.
등장인물
미스 라살(틸리)의 섬세한 복장 묘사를 하는 구절을 읽다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작가가 여자인 것을. 남자로선 알아차리기
힘든 화장, 화장에 걸맞은 옷차림, 그리고 그런 옷차림에서 유추하는 여성의 심리. 남자라면 관련 직종에 일하지 않는 이상 단순히
여성 옷차림과 화장만으론 유추해 내기 힘든 부분이다.
옮긴이는 장성주다. 지난 2019년 '종이 동물원'으로 제13회 유영번역상을 수상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아이리스 스파크스와 그웬델린 베인브리지다.
아이리스
스파크스는 미스 즉, 미혼 여성으로 키가 아담하고 호리호리한 체형의 검은 머리 여성이다. 아이리스. 이 이름에서 뭔가 연상되는
사람이 있다면 이병헌과 김태희가 나온 첩보 드라마를 본 사람이다. 나 역시(보지는 않고 알고만 있었다). 아이리스는 스파이다.
어벤저스의 블랙 위도우를 연상하면 되는데, 아이리스는 블랙 위도우와 결이 다른 스파이다. 위도우가 적진 침투, 잠입, 교란 등
종합적인 만능 스파이라면, 아이리스는 피치 못할 사정으로 정보 입수만 주로 하는 스파이다.
그리고 또 다른 주인공 그웬델린 베인브리지는 영국 상류층의 귀부인 즉, 귀족이다.
군인인
남편이 2차 대전 중에 사망한 사건 때문에 그녀는 커다란 정신적 충격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그녀는 남편만이 아닌 아들마저
시부모에게 양육권을 빼앗기는 시련을 겪는다. 온실 속의 화초처럼 자란 그녀는 처음 겪는 고통과 시련에 요양원에 입원하고 정신과
치료를 받기까지 한다.
2차 대전이 끝나고 사회가 안정되기 시작할 무렵 그녀들은 런던에 결혼 상담소를 차린다. 서로 달랐지만 전쟁으로 입은 상처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한 채 지내던 그녀들.
스파이와 영국 상류층 귀부인이 과연 제대로 탐정 콤비를 이룰 수 있을까?
책의 시대적 배경은 2차대전이 종전된 지 얼마 안 된 1946년 6월이다. 때문에 물자 부족으로 인한 배급표가 내용에 종종
등장하기도 하고, 갈등을 맺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여러 인물이 등장이 한다. 갱단, 변호사, 귀부인, 경찰, 스파이,
청소원, 재단사, 집주인... 극적인 사건이 벌어지지만, 하지만 전쟁 이후라서 그런지 살인사건이 커다란 이슈가 되진 않는다.
그리고 사건을 파헤치는 과정도 은밀하고 치밀한 그리고 숨 막히는 긴장감을 주지도 않는다. 해결 과정도 긴장감 없이 다소 밋밋하다.
여성작가의 섬세한 문체와 인물 내면의 심리묘사, 그리고 상처 때문에 움츠려 머뭇거리던 여성이 온실 밖으로 한걸음 내딛는 성장하는 여성이 등장하는, 미스터리라기보단 성장소설이다. 개인적으로 그웬이 이소설의 주인공이라 생각한다.
서로 다른 두여성이 고객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살인사건을 조사하는, 다소 어수룩하지만 눈을 떼기 힘든 그리고 여성 특유의 섬세한 심리묘사와 문체를 즐기시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출판사에서 무료로 제공받아 제 주관대로 적은 글입니다.